용왕이여, 띠배를 삼키고 조기를 담아주소
용왕이여, 띠배를 삼키고 조기를 담아주소
  • 사진 송봉화 작가, 글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11.23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5년 촬영, 전북 부안군 위도면 ‘위도 띠뱃놀이’

풍랑이 배 한 척 삼키었다고 어디 바다가 잠잠하던가. 기세가 더 등등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느냐는 듯 고요하니 무심한 바다가 그러려니 했던 것이다.

바다로 나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은 섬 사내들이 모여 사는 섬이 이 세상 어딘가에 떠있으려니 했다. 거기서 다른 여자와 정분이 나서 토란줄기처럼 자식들을 낳았을지라도 내 남자, 그 섬에 살아있기를 바랐다.

깊은 바다 용궁에 사는 이여, 그예 삼켜야한다면 띠로 엮은 띠배를 삼키소. 먹고 살자고 거친 바다로 나간 생떼 같은 목숨 앗아가지 말고 지푸라기로 엮은 제웅을 뱃사람인가 생각하소. 대신에 어부의 그물이 찢어지도록 조기 떼를 담아주소. 가라앉지 않을 만큼만 만선을 이뤄 풍어가를 부르며 돌아오게 하소.

칠산어장의 중심에 위치한 위도에 가기 위해서는 부안 곰소항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정월대보름 무렵의 이곳 바다는 풍랑이 매우 험해서 몇 번이고 되돌아와야 했다. 그러다가 위도 띠뱃놀이가 중요무형문화재 82-로 지정된 1985,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송봉화

하루종일 벌어지는 굿판에 이어 띠배를 끌고 바다로 나갔던 모선이 마을로 돌아오면 큰 놀이판이 벌어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주민이 모여 풍어와 무사고를 기원하며 밤늦게까지 놀이판을 벌인다.

놀이판이 끝나면 배를 부리던 남자들이 봉우리에 올라 도깨비불을 관찰한다. 도깨비불이 보이는 어장에 그물을 놓으면 한 해 풍어를 올릴 수 있다고 하여 도깨비불을 보는 것이다. 다음날 오전, 제의를 주관한 사람들이 결산을 하고 나면 비로소 띠뱃놀이가 마무리된다.

▷사진을 찍은 송봉화는사진가이자 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이다. 그는 우리들의 삶결을 순간으로 정지시켜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그의 작품을통해 흘러갔지만 정지된 시간을 호명할 수 있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