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직 12개의 복지가 남아있습니다”
“나에게는 아직 12개의 복지가 남아있습니다”
  • 이재표
  • 승인 2018.11.29 1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명량‧친구‧타짜‧신세계’ 등 패러디 잊지 못할 추억
금진을 소개한 KBS 프로그램 '사장님이 美쳤어요' 한 장면.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한 복지와의 전쟁. 직원들이 직접 출연했다. KBS캡쳐
금진을 소개한 KBS 프로그램 '사장님이 美쳤어요' 한 장면.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한 복지와의 전쟁. 직원들이 직접 출연했다. 사진=KBS캡쳐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나오는 1980년대 조폭들처럼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선글라스를 꼈다. 구역순찰을 하듯 어깨에 힘을 주고 회사 작업장에서 위력을 과시했다. 패러디의 제목은 <복지와의 전쟁>이었다.

<친구>의 주인공들처럼 검정교복을 입고 회사 앞마당을 내달린다. 1년에 한두 번씩 참관하는 해외박람회 참가경쟁이다. <타짜>의 아귀처럼 목소리를 깔고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내가 핫바지로 보이냐고 경고한다. 공개된 밑장은 1년에 10만원씩 불어나는 장기근속 상여금카드였다.

김진현 금진 대표는 마지막 신에 딱 한 번 나온다.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고 포효하는 영화 <명량>의 이순신 장군 역이다. “나에게는 아직도 열두 개의 복지가 남아있습니다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그 장면이 전부다. 직원들에 비해 연기력도 떨어진다. 주연이라기보다는 카메오수준이다.

직원들은 일요일에도 기꺼이 촬영에 임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개봉(TV방영)을 기다렸다. 지금은 평생 잊히지 않을 추억이 됐다. 유튜브에 저장해놓고 틈만 나면, 보고 또 본다.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 2002년 회사에 큰불이 났고 김진현 대표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를 때 직원들이 유리창을 깨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단다. 김진현 대표는 그때 직원들이 회사를 내 것처럼 생각하는구나. 가족처럼 함께 잘 살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단다.

영화 친구를 패러디한 장면. 사진=KBS 캡쳐
영화 친구를 패러디한 장면. 사진=KBS 캡쳐

금진은 1999년에 창업한 중소기업이다. 고급형 상업용 벽지와 인테리어 필름을 만든다. 이 회사 김진현 대표는 벽지산업의 산증인이다. LG화학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이 김 대표의 첫 직장이다. 김 대표는 1998IMF의 여파 속에서 LG를 떠났다. 그리고 1999년 금진을 창업했다.

이제는 LG화학에서 이름을 바꾼 LG하우시스에 제품을 납품한다. 80명의 직원이 일하고, 연매출은 몇 년 전부터 300억원을 넘어섰다.

김진현 대표는 철학이 분명한 기업인이다. 1986년에 산 30년 된 아파트(반포) 외에는 일체의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 그는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에 있는 사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생산직을 포함해 열세 명의 직원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고, 남아있는 일곱 명의 직원을 모두 중용했다. 학벌은 인사의 고려요인이 아니다. 고졸 본부장이 나왔고, 김국용 현 전무는 당시 30대 초반의 대리였다.

김진현 대표는 내가 만든 회사라고 해서 가업승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물려받은 유산이 있었다. 그 땅 팔아서 딸들 유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켰다.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랄게 있겠나. 구내식당 식기 말고는 모두 중고로 시작한 회사다. 이만큼 일으킨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가 가라 하와이?양가부모 배우자까지 전액 무료

팍상한파타야사이판이어 20주년 공약 가정이 편해야 회사 편해

금진은 창사 20주년인 2019년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배우자, 양가부모는 무료 동반, 자녀는 50% 지원이다. 사진은 2016년 사이판 가족여행. 사진=금진
금진은 창사 20주년인 2019년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배우자, 양가부모는 무료 동반, 자녀는 50% 지원이다. 사진은 2016년 사이판 가족여행. 사진=금진

회사에서 해외 유명관광지로 여행을 보내줬다면 영업조직에서 연도대상을 탔거나 판매왕이 되었으려니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직원만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동반여행을 보내주는 회사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 회사가 어디 있어?’라고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금진은 201911, 하와이로 간다. 영화 <친구> 속 대사처럼 니가 가라 하와이가 아니다. 우리가 간다. 가족동반여행이다. 본인과 배우자만 무료로 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양가부모 네 명까지 최대 여섯 명이 무료다. 자녀나 형제자매는 여행경비의 50%를 지원해 준다. 지난 여행 때 직원 가족들 앞에서 한 약속이라 여행지를 바꿀 수도 없다.

벽지, 장판을 만드는 회사가 왜 생산라인을 세우고 단체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을까? 2007년 필리핀 팍상한을 시작으로, 2012년 태국 파타야, 2016년에는 사이판을 다녀왔다.

박재경 금진 관리부장은 지난 사이판 여행 때는 아내와 아이들, 장모님을 모시고 다녀왔다. 아이들도 두 번째 여행이었다. 사이판에서 돌아올 때부터 2019년 창사 20주년에 떠날 하와이 여행 때문에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하와이 여행이 이제 딱 1년 남았다. 다른 회사에는 없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장으로서 면목이 선다고 말했다.

김진현 대표의 노림수가 바로 그것이다. 기업인이 투자를 하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투자처와 방식에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김진현 대표는 “2016년 사이판 여행에 18000만원이 들었다. 내년 하와이 여행은 당초 5억원을 예상했는데 6,7억원으로 예산을 늘려야할 판이다. 돈도 돈이지만 라인의 절반을 세우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귀띔했다.

김진현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데 우리 회사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집에 가면 애들이 다음에는 어디 갈 건데?’라고 물어본다고 하더라. 가정이 편해야 회사가 편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금진 김진현 대표, 존경받는 기업인 10인에 선정

성과급용 정기적금대학원비 전액 지원전 직원 해외연수 등 높은 점수

김진현 회장과 금진 가족들. 사진=박상철 기자
김진현 회장과 금진 가족들. 사진=박상철 기자

통째로 매도당하기 일쑤인 직업군 가운데 하나가 기업인이다. 기업인들은 자본을 투자해서 회사 세우고 종사자들에게 월급 주고 나라에 세금 내는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하지만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분제는 슈퍼갑(Super)’들의 횡포다. ‘백 석을 마저 채워야 겠다며 아흔아홉 석 가진 이가 한 석 가진 이에게 그 한 석을 달라고 조르며 윽박지르는 사회다. 기업의 생리가 이윤추구라지만 다수의 대기업들이 상생을 모른다. 돈이 벼슬이라고 막말에 손찌검까지 연일 국민들을 놀래게 만드는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갑질이 도를 넘어 법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을 혼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존경받을 만한 기업인들을 찾아내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에 너무 인색했다.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어느 것을 골라낼 것인가의 문제다. 잡히는 게 대부분 돌이라고 돌을 먼저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옥만 골라내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존경할만한 기업인을 딱 열 명만 골라냈다. 이들은 회사가 크고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라 철학이 있는 경영, 나누는 경영을 실천하는 현자(賢者)’들이다. 물론 경영의 미덕은 충분히 나눌 수 있을 만큼 잘 버는 것이다. 이들은 경영에 있어서도 달인(達人)’들이다.

충북에서는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김진현 금진 대표가 존경받는 기업인 10에 들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031,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업의 이익을 근로자와 공유하고, 직원에 대한 투자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모범적인 기업인으로 칭송 받는 이들 열 명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금진, 휴넷, 플레이오토, 쎄믹스, 메카로, 대홍코스텍, 씨알푸드, 텔스타-홈멜, 케이엘이에스, 위드텍 등 기업 10곳의 대표나 임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CEO(최고경영자) 마인드 성과급 지급, 임금 인상 등 근로자와 이익 공유 교육훈련비 등 인재양성 등에 따라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발됐다.

특히 김진현 대표는 성과급 지급용으로 매월 1000만원 짜리 1년 만기 정기적금을 가입하고, 25~50명에게 월 평균 50~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주목을 받았다. 또 대학원비 전액 지원, 3~4년마다 전직원 해외연수 등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진현 금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을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주와 근로자 간 이익 공유, 인재육성 등 혁신 경영을 선도하는 10개사에 대한 종합적인 소개는 KBS ‘일자리 프로젝트 사장님이 쳤어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됐다. 두 개 회사를 묶어 한 편씩 제작됐는데, 금진은 대홍코스텍과 함께 114일 오전 105분에 전파를 탔다. 홍종학 장관과 존경받는 열 명의 기업인의 간담회는 1111일 같은 시간대에 편성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