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단말기까지 동원…노영민은 억울하다?”
“카드단말기까지 동원…노영민은 억울하다?”
  • 이재표
  • 승인 2019.01.06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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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주중대사,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설에 또 불거지는 ‘그 사건’
봉투만 받으면 되레 검은 돈 속수무책…불출마 수억 ‘먹튀’ 논란도
노영민 주중대사의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설이 보도되자 그때 그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피감기관이 책을 무더기로 산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카드단말기를 놓고 정가판매한 것은 지금으로서도 획기적인 것이다. 사진=뉴시스
노영민 주중대사의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설이 보도되자 그때 그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피감기관이 책을 무더기로 산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카드단말기를 놓고 정가판매한 것은 지금으로서도 획기적인 것이다. 사진=뉴시스

피감기관에 시집(詩集)을 강매했다. 그것도 카드단말기까지 설치해 놓고.’ 2015년 말, 3선 가도를 달리던 노영민을 20대 총선에 불출마하게 만든 결정적 한 방이었다.

2019년 연초, 노영민 주중대사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저서강매 논란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강매=갑질이라는 공식과 함께 카드단말기까지 동원해 책을 판 면밀함에 대한 각인된 기억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왜 책을 쓰고, 굳이 출판기념회를 할까? 자타가 공인하는 작가인 유시민 같은 정치인은 책을 여러 권 써도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파는데 말이다.

전업작가가 아닌 정치인들이 책을 내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후원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선거를 앞둔 출정 등 홍보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출판기념회는 이 두 가지 목적을 한꺼번에 실현시켜 준다. 후원회를 통해 후원금을 걷을 수 없는 지방의원들에게는 출판기념회가 유일한 모금창구다.

국회의원의 경우 평년에는 15000만원, 전국단위선거(대통령선거총선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후원회를 통해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후원금의 경우 법인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없고 300만원 이상을 낸 고액기부자는 명단이 공개된다.

이에 반해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책을 판매하는 형식을 취하되 책값(?) 거래는 대부분 축의금처럼 돈봉투를 주고받다 보니 얼마든지 검은돈이 오가도 그 실태를 파악할 수 없다.

한 예로 2014년 자방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소속으로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했던 이기용 전 충북도교육감은 그해 1,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충북정치사에 기록될만한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뒤 일신상의 사유로 출마포기를 선언했고, ‘먹튀논란에 휩싸였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적이 있는 전직 도의원 A씨는 내 출판기념회가 끝나고 나서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으로부터 ‘500만원 짜리는 몇 개나 들어왔느냐, 100만원 짜리는 쫌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방의원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질문에 황당했다봉투를 받지 않고 책값대로 팔면 출판비용 뽑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또 카드단말기를 설치해 놓고 책 정가대로 돈을 받은 정치인은 노영민 외에는 못 본 것 같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당당한 출판기념회였다. 노 대사는 정정당당하게 자신이 쓴 책으로 평가받고 싶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감기관에 책을 무더기로 판 것은 갑질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노영민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었고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또 대한석탄공사가 각각 시집 구매에 200만원과 5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당시 보좌진 가운데 한 사람인 B씨는 강매논란을 피하기 위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출판사에서 책을 파는 형식을 취했다. 행사가 끝나고 택과 집기 등을 서울로 철수했는데 당일 청주로 내려오진 못했던 기관에서 도서구입비로 책을 산다고 해서 팔았던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즉각 환불했다. 산하기관 별 할당 등은 일부 언론이 지어낸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노영민 주중대사의 저서들.
노영민 주중대사의 저서들.

노영민 주중대사는 공들여 책을 쓴 정치인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정치인들의 저서는 대부분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은 수필이나 자전적 이야기 등을 담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출판기념회가 후원 및 홍보행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이에 반해 노 대사는 2007년에 발표한 <바람 지나간 자리에 꽃이 핀다> 2015년 강매논란을 빚은 <하늘 아래 딱 한 송이> 등 두 권의 시집을 냈다.

이밖에 2009<싯다르타에서 빌게이츠까지> 2011<현대사의 비극들> 2013<시대를 일깨운 편지들> 내 삶에 다가온 열 개의 성경구절 등은 양장판에 분량만 300~500쪽에 이르는 인문학 서적들이다.

B씨는 혼신을 다해서 공부하고 학구열을 넘쳐나는 책들을 썼다. <현대사의 비극들>에서는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다뤘는데 아르메니아까지 이 사실이 알려져 나중에 아르메니아 의원친선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노 대사는 과거 후원금보다는 공부하는 의원, 감성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노영민 대사의 비서실장 임용은 지난해 말부터 그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노영민 대사는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왼쪽 옆에서 앉아 의미심장한 자리배치라는 후문이 돌았다. (세종경제뉴스 1214일 보도,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하마평영민, 윤근’)

노영민 비서실장 설()20175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노영민 대사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아 사실상 대선조직을 움직였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낙선한 2012년 선거 당시에도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1기 비서실장 하마평에 1순위로 이름을 올렸으나 대선 공신들이 국정에 부담을 주지 말자는 흐름 속에서 사드 배치로 꼬인 한중관계를 풀어야하는 숙제를 안고 주중대사를 맡아 베이징 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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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2019-01-09 22:34:48
강매논란에 대해..이 기사 읽으니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