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투 사용금지 일주일, 시민 ‘불편’ vs 마트 ‘눈치’
비닐봉투 사용금지 일주일, 시민 ‘불편’ vs 마트 ‘눈치’
  • 박상철
  • 승인 2019.01.08 15:2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규모 점포, 면적 165㎥ 이상 슈퍼...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
올해 1월 1일부터 대형마트나 일정 규모 이상(165㎡)의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됐다. / 사진=박상철
올해 1월 1일부터 대형마트나 일정 규모 이상(165㎡)의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됐다. / 사진=박상철

환경부가 올해부터 대형마트·제과점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면서 마트 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마트들은 손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자원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낮은 소비자에겐 업주가 인색하다는 식으로 점포 이미지가 훼손되고 매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단순 마트에서 비닐봉투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는데다 매번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닐 수 없어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가경동 한 대형마트에서 속비닐에 쇼핑한 물품을 담아가는 한 시민의 모습 / 사진=박상철
가경동 한 대형마트에서 속비닐에 쇼핑한 물품을 담아가는 한 시민의 모습 / 사진=박상철

<세종경제뉴스>는 7일 저녁, 청주 시내에 위치한 몇몇 마트를 찾았다. 산남동에 위치한 H마트는 퇴근 후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비닐봉투를 쓸 수 없는지 알고 장바구니 가지고 온 시민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산 물건을 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부 시민은 직원들에게 일반 비닐봉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속비닐을 가져와 산 물건을 담아가는 손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새해 1월 1일부터는 일정규모 이상의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 등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지만 생선 및 고기 등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기 위한 봉투 ‘일명 속비닐’은 제외됐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등 물기가 없는 완제품을 담는데 쓰는 얌체족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기 위해 속비닐 사용이 가능하지만 몇몇 시민들은 물기가 없는 제품을 담아가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 사진=박상철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기 위해 속비닐 사용이 가능하지만 몇몇 시민들은 물기가 없는 제품을 담아가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 사진=박상철

이날 만난 주부 B(34)씨는 “플라스틱이나 비닐봉투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불편한건 사실이다. 매일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길 가다 우연히 마트에 들어온 경우는 난감하다.” 고 말했다.

다른 주민 B씨도 “주로 퇴근 시간에 마트를 이용하는데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들고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마땅히 물건을 담아갈 곳도 없고, 불편하다”며 “돈을 주고라도 비닐봉투를 사고 싶지만 그게 안 된다고 하니 급할 땐 생선코너에 있는 속비닐을 종종 사용한다.”고 말했다.

해당 마트 직원은 “대형마트의 경우 다량의 물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구비된 박스 등을 이용해 물건을 담아간다”며 “그러나 동네 슈퍼마켓에선 그게 어렵다. 더욱이 유상으로 비닐봉투를 사겠다는 하는 손님에게 비닐봉투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유지를 위해 난감한 상황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 대형마트는 환경사랑 실천을 위해 종이 쇼핑백을 판매하지 않고 대여용 장바구니 판매를 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 사진=박상철
한 대형마트는 환경사랑 실천을 위해 종이 쇼핑백을 판매하지 않고 대여용 장바구니 판매를 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 사진=박상철

성화동에 위치한 또 다른 G마트를 찾았다.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손님 C씨는 “마트 비닐봉투를 줄일 게 아니라. 상품들의 과대 포장을 줄이는 게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닌가?”라며 “마트에서 장보고 오면 포장 쓰레기로 한 가득이다. 거기에 비하면 비닐봉투는 양반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손님 D씨는 “00마트는 그냥 봉투를 달라고 하면 주던데 왜 마트 마다 제각각인지 모르겠다”며 “속비닐에 담아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심지어 속비닐에 구멍 뚫어 손잡이처럼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도 봤다”고 말했다.

G마트 직원은 "여긴 말 그대로 얼굴을 다 알고 일주일이면 세 번이고 다섯 번 보는 고객님들이 대부분이다“며 ”이젠 돈 받고 팔수도 없는 상황에 종종 이 봉투 때문에 ‘인심이 야박하다 이런 거 그냥 한 장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고객이 말하면 안 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시민들은 산 물건을 담기 위해 가방과 종이 가방을 따로 준비해 물건을 담고 있다. / 사진=박상철
한 시민들은 산 물건을 담기 위해 가방과 종이 가방을 따로 준비해 물건을 담고 있다. / 사진=박상철

대부분 대형마트나 일정 규모 이상(165㎡)의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이처럼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 정책 변화를 인지하고 소비자들도 환경 보호를 위해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책 초기단계여서 예외 매장, 속비닐 사용 등 시민들은 혼란을 빚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 시행했다. 적용 대상은 전국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 2000여 곳과 165㎡ 이상 슈퍼마켓 1만1000여 곳, 제과점 1만8000여 곳이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했다가 적발되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3월 말까지는 계도 기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번거로움 2019-01-09 22:32:01
번거롭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실천해야죠. 그런데 비닐봉투보다 더 심각한 건...과대포장ㅜ

봉다리 2019-01-09 13:30:50
누가 장바구니 들고다닐까....속비닐은 비닐이 아닌가 쯔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