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암 박수훈 서예가, 가요무대 대문 장식하다
도암 박수훈 서예가, 가요무대 대문 장식하다
  • 박상철
  • 승인 2019.01.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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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송년방송에 이어 지난 7일 신년방송 '근하신년' 휘호 써
서예가 도암 박수훈 선생 / 사진=박상철
서예가 도암 박수훈 선생 / 사진=박상철

청주를 대표하는 서예가 도암 박수훈 선생이 KBS1 가요무대 대문을 장식하는 휘호를 써 화제다.

지난 7일 방영된 KBS 1TV 가요무대 제1593회는 ‘근하신년’을 주제로 펼쳐졌다. 해당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붓글씨로 쓴 주제가 등장하는데 이를 쓴 이가 바로 박수훈 서예가다.

앞서 지난해 12월 17일 방영된 가요무대 제1590회 ‘삶’ 주제 편에서도 쓰인 붓글씨 ‘삶’도 박 서예가가 쓴 것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박수훈 서예가가 뜬 KBS1 가요무대 제1593회 주제 '근하신년' / 사진=KBS방송화면 캡쳐
박수훈 서예가가 뜬 KBS1 가요무대 제1593회 주제 '근하신년' / 사진=KBS방송화면 캡쳐

박 서예가는 “몇 년 전 KBS 관계자가 우리 부부가 운영하는 ‘오리골’ 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당시 가게를 전시장 삼아 많은 작품을 걸어 놓았었는데 이를 감명 깊게 본 KBS 관계자가 가요무대 주제를 붓글씨로 써 줄 수 없겠냐는 제안을 받아 쓰게 됐다”고 주제를 쓴 계기를 밝혔다.

주제는 ‘근하신년’. 새해 첫 방송의 대문인 만큼 부담감이 컸다는 박 서예가. 주제를 전해 들은 그는 즉각 흰 화선지를 펼치고 붓을 들었다. 지난 46년간의 몸에 벤 감각을 손끝에 집중해 단숨에 주제를 써 내려갔다.

그는 “주제를 듣는 순간 고전적으로 쓸까? 아니면 현대적으로 쓸까? 고민했다. 과거를 살려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는 ‘법고창신’을 살려 새롭게 써보자 생각했다”며 “근하신년에는 ‘ㄴ’자가 세 번 들어가는데 세 ‘ㄴ’의 모양이 모두 다르다. 굵기와 내려 긋기에도 변화를 줘 고전적이지만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7일 방영된 가요무대 제1590회 ‘삶’ 주제 편에서도 타이틀을 박 서예가가 썼다.
지난해 12월 17일 방영된 가요무대 제1590회 ‘삶’ 주제 편에서도 타이틀을 박 서예가가 썼다. / 사진=KBS방송화면 캡쳐

하지만 KBS 측은 좀 더 또박또박 한 글씨체를 요구했다. 혼란스러웠다. 화선지에 쓰고 또 썼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처음 머리 속에 떠오른 느낌으로 쓴 글씨에 의도치 않은 꾸밈이 들어갔다. 작품은 점차 경직되기 시작했다.

이틀간 밤낮없이 쓴 100여 장에 달하는 화선지 중 몇 장을 선택해 KBS로 보냈다. 결국 그가 처음 주제를 듣자마자 쓴 휘호가 선택됐다. 그는 “오랜 경력이 쌓여서 그런지 듣기만 하면 머리에 자연스레 어떻게 써야할지 떠오른다”며 “글씨란 게 떠오르자마자 써야한다. 더 잘 쓰려고 꾸미다보면 작품은 평범해진다”고 말했다.

주제 ‘삶’ 휘호도 마찬가지였다. 박 서예가는 “인간의 삶은 기쁠 수도 슬플 수도 있고 곧을 수도 굴곡질 수도 있다.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글 자체를 살짝 구부리기도 하고 반듯하게 내려쓰지도 않았다. 삶 애환을 한 글자에 녹여 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요무대 엔딩 스크롤에 타이틀 서예가 박수훈으로 적혀있는 모습 / 사진=KBS방송화면 캡쳐
가요무대 엔딩 스크롤에 타이틀 서예가 박수훈으로 적혀있는 모습 / 사진=KBS방송화면 캡쳐

서예는 갈고 닦은 기본기와 삶의 애환 그리고 철학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박 서예가. 한 획에도 정신을 녹여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획이라도 한 번에 그어서는 안 된다. 대나무 마디, 사람의 근육과 근골처럼 느낌을 살려 생동감을 줘야 살아있는 글씨가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끝으로 그는 “올해 하반기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했던 평면적인 작품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종이, 나무, 낙엽 등에 글씨를 쓴 설치미술도 함께 전시할 생각이다”고 계획을 전했다.

붓을 잡은 지 어언 46년. 아직도 자신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박수훈 서예가는 이번 겨울 ‘한글과 한자 20만자 쓰기’를 목표로 매일 붓을 놓지 않고 있다. ‘예쁘게 쓴’ 작품보다 ‘울림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그는 오늘도 작업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박 서예가 부부가 운영하는 '오리골' 식당은 그의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사진=박상철
박 서예가 부부가 운영하는 '오리골' 식당은 그의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사진=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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