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거나 죽어야 법 적용? 반쪽짜리 '윤창호법' 논란
다치거나 죽어야 법 적용? 반쪽짜리 '윤창호법' 논란
  • 박상철
  • 승인 2019.01.10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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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시행된 윤창호법. 시행 24일이 지난 지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창호법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했을 때’만 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음주운전을 해도 사람이 다치지 않으면 법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오전 0시 18분경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성로 지방도로에서 A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가 길가를 걷던 B씨를 치고 달아났다. B씨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그 자리에서 숨졌다. A씨는 윤창호법을 적용해 구속 조치됐다.

반면, 같은 충북에서 음주운전을 단속해야할 경찰 2명이 음주 운전으로 적발돼 대기발령 조치됐다. 하지만 이들은 음주운전은 했지만 인명 피해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윤창호법 적용은 피하게 됐다.

이 두 사건과 관련해 시민들은 사람이 다치고 안 다치고 여부를 떠나 음주운전 자체가 적발되면 윤창호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중론이다.

성화동에 사는 시민 A(35)씨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가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며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법을 시행했으면 강한 제재가 이뤄져야하는데 사람이 다쳐야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건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시민 B씨(40)도 “음주운전의 대부분이 습관인데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윤창호법 적용이 안 되는 건 반쪽짜리 법 밖에 되질 않는다”며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처벌은 동등해야지 처벌이 누군가에겐 강하고 누구에게 약하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C씨(41) 역시도 “윤창호 씨의 죽음이 헛돼서는 안 된다. 음주운전 사고 발생 후 사후 처벌 보다는 사전 예방에 더욱 힘써야 한다”며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도록 법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김용희 충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윤창호법은 국민들의 분노에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졸속입법에 불과하다”며 “음주사고에 대한 법정형을 높여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높이는 듯 보이나 다른 흉악 범죄와의 형평성으로 법 적용이 다소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형량을 상식적인 선에서 강화하고 반면 다치거나 사망했을 경우의 형량은 낮춰야 한다”며 “윤창호법이 사고 발생 후 징계하고 벌을 주기 위한 법이 아니라 음주운전 행위 자체를 예방하기 위한 법으로 입법이 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법 발의 권한 자체가 경찰에 있는 게 아니고 우리도 제정된 법을 따르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타부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운주운전 단속 건수는 20만5187건으로 하루에 562명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고 있다. 충북에서도 윤창호법 시행 이후 하루 1.3건의 음주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김지영 팀장
그래픽=김지영 팀장

 

음주에 관대한 한국, 다른 나라는?

최근 5년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100건 가운데 42건은 재범 사고였다. 이처럼 50%에 가까운 재발률은 그만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낮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해주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음주운전 재발률이 높은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세계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법적 처벌 수위가 상당히 낮다고 평가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에 반해 일부 나라들은 강력한 음주운전 처벌을 내리고 있다. 그 예를 살펴보자.

이웃나라 일본은 음주운전을 한 당사자는 물론, 술자리에서 술을 권한사람과 함께 있던 사람까지 처벌한다. 술을 권한 사람 및 제공한 사람은 1300만원 벌금, 3~5년 징역형 술자리에서 함께 한 사람은 최고 650만원 벌금 2~3년의 징역형이다.

미국은 각 주마다 음주운전에 관한 처벌규정이 다르다. 특히 워싱턴 주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시 1급 살인죄나 최소 징역 50년에서 최대 종신형을 선고한다.

말레이시아는 음주 운전 즉시 감옥행이며, 기혼자인 경우 아무 잘못도 없는 부인을 함께 수감한 뒤 이튿날 훈방조치한다.

엘살바도르 아주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음주 운전 적발 즉시 총살형이며 주차 상태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을 경우도 포함된다. 즉, 술먹고 운전을 하려면 목숨을 내놓고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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