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칼로 서각의 명장, 부엌칼로 국수를 썰다
조각칼로 서각의 명장, 부엌칼로 국수를 썰다
  • 권영진
  • 승인 2019.01.11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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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숨결이 살아있는 진천군 덕산면 ‘덕현칼국수’

<해피진의 꺼리>

우리가 먹는 밀가루 음식 중 자주 혹은 많이 먹는 것 하나를 고르라면 아마도 칼국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밀가루가 들어오고 칼국수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절면이라는 음식인데 당시는 밀가루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섞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의 칼국수가 등장한 것은 1934년 이석만이 편찬한 <간편조선요리제법>에서 밀가루에 소금을 조금 뿌려 물에 반죽하여 오랫동안 주무르고 쳐서 반죽을 극히 되게 한 뒤에 방망이로 얇게 밀어서 잘게 썰어서 끓는 물에 삶아 내어 냉수에 헹구어서 물을 다 빼서 버리고 그릇에 담는다. 맑은장국을 끓여서 붓고 국수장국에 얹는 고명을 얹는다고 하였다. 이후 19506.25전쟁이 일어나 구호물품으로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칼국수는 서민들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어릴 적 비 오는 날이면 어머니는 들마루에 앉아 밀가루를 치댄 후 커다란 방망이로 그 반죽을 여러 번 말아서 아주 얇고 넓게 펴지면 차곡차곡 접어서 칼로 썰었는데, 밀가루가 붙으면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의 맞은편에 앉아서 넓게 펴진 반죽위에 밀가루를 뿌려주곤 했다.

그리고 화덕 위에 올려 진 양은솥에 갖은 야채를 넣은 시원한 국물이 완성되면 여러 번 접힌 칼국수를 훌훌 털 듯이 골고루 넣고 장작을 더 밀어 넣어 면이 익을 정도로 팔팔 끓이면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칼국수가 완성된다. 구수한 냄새가 담장을 넘어 옆집에 다다르면 칼국수 만들었구먼하고 옆집 아저씨, 아줌마도 오셔서 들마루에 앉아 칼국수 한 그릇에 한여름 밤을 보내던 기억이 난다.

나의 기억에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으셨다. 동네 잔칫날이면 어머니의 손길에서 모든 음식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는 항상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맛있는 잔치음식을 먹곤 했었다. 그렇게 솜씨 좋은 어머니께서 만든 칼국수는 우리 가족들뿐만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도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어머니가 끓인 칼국수는 애호박, 고추, 대파 등을 넣고 만드는데, 마지막에 갖은 양념을 넣고 만든 집간장으로 간을 해서 먹는다. 흔한 밀가루를 이용한 칼국수는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이 많이 가므로 그만큼 자주 접하지 못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오늘 소개할 맛있는 꺼리는 충북 진천군 덕산면에 위치한 덕현칼국수이다. 대한민국 전통각자 명인인 쥔장은 지난 201510월 공방인 덕현갤러리 옆에 덕현칼국수를 오픈했다. 칼국수집 하고는 조금 생뚱맞아 보이는 덕현이라는 상호는 쥔장의 호가 덕현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같다.

20167월 전통각자명인에 선정된 덕현 기재수 명장은 나뭇결을 오롯이 살리는 기법으로 유명하며 제3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에 4명밖에 없는 전통각자 부문에서 충북의 유일의 명장이다. 충북혁신도시에서 10분여 거리에 있는 식당은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시골의 칼국수집 에서는 볼 수 없는 커다란 탑형태의 간판과 예술가의 집이라는 목판이 칼국수집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칼국수집 안으로 들어오면 정면에 서각에 혼을 담듯 칼국수에 혼을 담다라는 목각판이 눈에 들어온다. 점심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했는데도 40여개의 식탁은 예약손님과 이미 자리를 잡은 손님들도 가득하다.

미리 예약한 대왕 해물닭한마리 음식이 나왔다. 옛날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야채 칼국수는 아니었지만 현대식 칼국수답게 푸짐한 해물과 닭 한 마리가 들어간 칼국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한다. 먹는 방법은 해물이 끓으면 오징어, 낙지를 먹기 좋게 자르고 가스불을 줄여 해물은 먼저 먹는다. 해물은 해물전용 소스에 찍어 먹고 닭고기는 해물소스에 간장과 얼큰다대기를 섞어 찍어먹으면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

해물과 닭고기를 다 먹은 후 직원을 부르면 남은 육수에 쫄깃한 칼국수를 넣어준다. 칼국수는 기계면이지만 반죽에 쥔장의 노하우가 숨겨져 있어 면발이 쫄깃하고 다 먹을 때 까지 면이 불지 않는다.

해물칼국수는 9,000(1)이며 해물닭칼국수는 38000(2~3인용)이다.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고 매주 일요일은 휴무이다.

덕현칼국수: 충북 진천군 덕산면 석장223, 전화문의: 043-536-0070

권영진은 해피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파워블로거다. 충북도민홍보대사, SNS 서포터로 활동 중이며 직장인 극단 이바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진짜 직업은 평범한 직장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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