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도란원 안남락 대표의 달콤 쌉싸름한 와인 인생
영동 도란원 안남락 대표의 달콤 쌉싸름한 와인 인생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1.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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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국내 유일의 포도·와인산업특구이자 최대 와인 생산지인 충북 영동군. 이 지역에는 발효기술과 숙성기간을 달리한 농가형 와이너리만 40여 곳이 있다. 이 농가들이 만든 와인은 이미 각종 대회와 축제 등에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상을 휩쓸며 전국 최고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중 영동군 매곡면 옥전리서 농가형 와이너리인 도란원을 운영하는 안남락(60) 대표는 영동 와인의 역사를 얘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인물이다. 도대체 영동 와인과 어떤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 <세종경제뉴스>는 지난 1월 8일 안 대표를 만나 그의 달콤 쌉싸름한 와인 인생을 들여다봤다.

사업 접고 2000년 귀향… 인생 바꾼 터닝포인트

지난 2000년, 고향인 충북 영동으로 돌아온 것은 그야말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그 전엔 충북 청주에서 커튼 가게를 하다가 서울에서 쌈밥집을 운영하던 여동생의 권유로 그 자리에 식당을 했었다. 사업에 재미가 붙을 무렵,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왔다.

곳곳에서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안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았다. 그는 결국 빚만 떠안은 채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받은 스트레스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녹아버릴 때로 녹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고향에서 홀로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는 아내와 상의한 뒤 혼자 귀향했다. 가족 생계를 책임질 수 없었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아내와 아이는 청주에 남았다. 가족을 두고 귀향하는 발걸음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어머니는 말없이 안아줬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모두 알고 계신 것처럼. 안 대표는 어머니의 포도 농사를 도우면서 사업구상을 했다. 포도 농사를 한 4000평쯤 지었는데, 포도를 따서 하늘이 어두워질 때까지 포도즙을 짰다.

포도는 저장성이 떨어지고 짧은 순간 출하해야 하다 보니 제값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포도즙으로 가공한 것이다. 그러나 포도즙은 포도 농가라면 하는 것이라 경쟁력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포도밭에 버려진 포도가 눈에 들어왔다. 하루에도 수십 시간 보는 포도지만 그날은 눈에 밟혔다. 그냥 버려지는 게 아까웠다. 집에 남은 술이 생각났다. ‘술을 타볼까….’ 엉뚱했지만 궁금했다. 한편으로는 가공품의 가치를 재창조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그리고 깨달음

포도주, 그러니까 와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와인을 마셔만 봤지 어떤 원리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몰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와인은 생소했다.

처음에는 포도를 으깨고 짜서 페트병에 담았다. 소량 생산이었기 때문에 용기로 페트병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본격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와인 병에 와인을 담아 제대로 판매해보자는 구상을 했다.

와인 병에 담아 감나무 둑 아래 묻었는데 어느 날 가보니 와인 하나도 없더란다. 후 발효가 돼 와인이 전부 흘러나간 것이다. 그제야 후 발효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안 대표는 2005년 영동군이 포도·와인산업특구로 지정되면서 와인 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2008년엔 영동대학교(현 유원대학교) 와인아카데미에 들어가면서 제대로 된 와인 공부를 했다. 밤낮없이 연구하고 공부했다.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문제는 술을 담을 오크통이었다.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은 가격이 비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동네 뒷산에 널려있는 대나무가 떠올랐다. 대나무는 향도 좋고 튼튼하고, 숙성도 잘 될 것 같았다. 

속이 빈 대나무통에 발효된 와인을 넣고 숙성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쉽게 말해 포도나무에서 자연 건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대나무통에 2차 발효해 차별화된 맛과 향을 지닌 와인을 만든 것이다. 

와인이 담긴 오크통에 구멍을 뚫지 않은 대나무통을 넣어 3년간 숙성시키면 대나무막의 미세한 구멍으로 와인이 스며들어 와인 특유의 시고, 떫고, 쓴맛이 대나무 향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의 와인이 만들어졌다. '캠벨얼리' 포도의 시고 가벼운 맛을 보완하기 위해 숙성할 때 대나무 조각을 넣어 떫고 묵직한 맛을 살리는 등 다각도의 연구를 했다. 

오랜 연구 끝에 캠벨얼리의 품종을 이용한 샤토미소 로제와인이 세상에 나왔다. 영동에서 나고 자란 캠벨얼리는 색이 진하고 향기가 좋아 로제와인을 만드는 데 적합했다. 

수확한 캠벨얼리 포도를 제경 파쇄해 착즙한 주스를 안 대표만의 제조 기술로 발효·숙성시켜 화사한 연분홍색을 띤 샤토미소를 로제와인을 만들었다. 한국형 대표 와인의 탄생인 셈이다.

샤토미소는 이름 그대로 미소를 머금을 수 있길 바라며 이 같이 작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 15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안 대표는 “대나무통에 와인을 넣고 한 3년 뒤 맛을 봤는데, 이게 와인 갖지 않고 맑은 느낌이 났었다. 색상은 다 걸러지고 전혀 다른 색이었다”며 “대나무향이 날 듯 말 듯한 것도 뭔가 신비로웠고, 이것을 브랜드화하면 성공할 것 같았다. 현재 도란원의 차별화된 전략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화려한 이력… 각종 대회 상 휘몰이
도란원은 지난 2011년 대한민국 와인축제에서 대상(프리미엄 드라이)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등 와인의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연도별 수상 내역을 보면, 2013년에는 ‘로제 스위트’가 대한민국 와인축제와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4년에도 수상 행진은 계속됐다. 아시아 와인트로피에서 ‘로제 스위트’가 실버상을, 대한민국 와인축제에서 ‘레드 스위트’가 대상을, 한국와인대상에서 ‘로제 스위트’가 골드상을, 코리아 어워즈에서 ‘로제 스위트가’ 대상을 받았다.

‘로제 스위트’는 2015년에 열린 광명동굴 와인페스티벌, 전국발효 식품대전, 한국와인 품평회에서 각각 금상, 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프리미엄 드라이’는 아시아 와인트로피에서 실버상을, 한국와인대상에서 골드상을 거머쥐었다.

2016년에는 ‘로제 스위트’가 대한민국 주류대상과 광명동굴 와인 페스티벌에서 각각 대상, 레이블 경연대상 대상을 받았다. ‘프리미엄 드라이’는 아시아 와인트로피와 한국와인 품평회에서 각각 골드, 금상을 들어 올렸다. ‘아이스와인’은 아시아 와인트로피에서 실버를, ‘레드 스위트’는 한국와인대상에서 그랜드 골드를, ‘미소데이’는 한국와인페스티벌에서 베스터셀렉션 골드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로제 스위트’가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아이스와인’이 아시아 와인트로피에서 골드를, ‘영동브랜디’가 한국와인대상에서 골드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그야말로 상복이 터진 해였다. ‘샤토미소랑’이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상과 대상을 받았고 아시아 와인트로피에서는 골드상을 수상했다. ‘로제 스위트’는 아시아 와인트로피와 광명동굴 와인페스티벌, 한국와인대상,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각각 실버, 레이블 경연대회 대상, 동상, 브론즈, 대상 등을 들어 올렸다.

이어 ‘영동브랜디’는 한국와인대상에서 골드를, ‘레드 스위트’는 한국와인대상에서 실버를, ‘샤토미소27’도 한국와인대상에서 골드를 받았다.
2018년엔 도란원의 와인이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라이센스 전통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수상 내역만 봐도 영동 와인의 우수성을 알리고 입증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안 대표는 “미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며 사랑의 표현”이라며 “가장 기쁜 순간, 사람들의 미소와 함께하고 싶은 꿈을 갖고 샤토미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직한 땀방울, 뜨거운 열정으로 우리 땅에서 키워낸 우리 포도로 만드는 우리 와인 샤토미소는 이미 수많은 대회 수상을 통해 그 맛과 향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이제 한잔의 감동으로 여러분의 기쁨과 미소로 인정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와인, 샤토미소가 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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