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스러움과 聖스러움은 통한다
性스러움과 聖스러움은 통한다
  • 글 이재표, 사진 송봉화
  • 승인 2019.01.25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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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신남마을의 ‘남근 깎기’와 남근석들
왼쪽부터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신남마을의 남근 깎기, 전북 정읍시 칠보면 백암리 남근석, 전북 순창군 팔덕면 창덕리 남근석. 사진=송봉화
왼쪽부터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신남마을의 남근 깎기, 전북 정읍시 칠보면 백암리 남근석, 전북 순창군 팔덕면 창덕리 남근석. 사진=송봉화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신남마을에 가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해신당(海神堂)’이 있다. 해신당의 주인은 녹의홍상(綠衣紅裳)’의 앳된 처녀 애랑이다. 그녀는 어떻게 바다의 신이 됐을까?

뱃사람이 바다에서 죽는 해난(海難)’이나 빈 그물만 올라오는 흉어(凶漁)’는 애랑의 원한 때문이었다. 정혼한 남자가 있었던 애랑은 미역을 따러 애바위에 올라갔다가 그만 파도에 휩쓸려 죽었다.

마을 사람들이 그 원혼을 달래려 아무리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도 해난과 흉어가 이어졌다. 그런데 나무로 남근(男根)’을 깎아 모빌(Mobile)처럼 매달아 놓으니 사고가 사라지고 고깃배가 만선을 이뤘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바람이 분다. 그러면 남근 모빌이 까딱까딱 움직인다. 해마다 정월이면 새로 남근을 깎아 매달고, 언제나 바다에 파랑이 일 듯 바람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400여년 전에 시작됐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멈추지 않을 기원이다.

내륙지방에서는 돌로 선돌을 세운다. 눈코입이 있어 얼굴이 인자하면 돌미륵이라고도 부르고, 우락부락하면 돌장승, 벅수로 호칭하기도 한다. 확연히 남근을 닮은 바위는 아예 남근석이라고 부른다. 들어달라는 소원은 다 들어준다는데, 대개 아들을 점지해주는 신령함이 으뜸이다.

그런데 애매하다. 돌기둥은 남근 모양인데 얼굴이 조각돼있는가 하면, 어쩌자고 남근 밑동에 연꽃이 정숙한 경우도 있다. ()스러움은 성()스러움과 통하는 것인가.
 

▷사진을 찍은 송봉화는사진가이자 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이다. 그는 우리들의 삶결을 순간으로 정지시켜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그의 작품을통해 흘러갔지만 정지된 시간을 호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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