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스토리텔러' 이상조 씨의 또 다른 도전
'뮤직 스토리텔러' 이상조 씨의 또 다른 도전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1.28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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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충북챔버오케스트라 단장 취임

평일엔 은행원, 주말엔 뮤직 스토리텔러로 활동 중인 '다락방의 불빛' 주인장 이상조(49) 씨가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8일 충북챔버오케스트라 단장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11년 8월 창단한 충북챔버오케스트라는 청주지역 전문 음악인 60여 명으로 구성된 충청권 최대 민간 오케스트라로 현재 김남진 지휘자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재까지 15회의 정기연주회와 다수의 찾아가는 음악회, 기업초청 연주회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상조 신임 단장은 “충북챔버오케스트라 모든 단원이 행복하게 연주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지역사회가 아름다운 연주로 흘러넘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음악, 다락방 그리고 이상조
이 씨는 청주시 중앙동 청소년 광장 인근에 있는 문화공간 ‘다락방의 불빛’을 운영하며 관객들에게 음악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는 등 지역사회에 문화 향연을 제공해 왔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해 11월에는 충북도지사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이 씨는 다락방의 불빛 공연 외에도 KBS라디오와 CJB라디오에서 음악 관련 코너를 진행하고 있으며, 문화잡지 ‘다락방의 불빛’에서 편집장도 맡고 있다.

‘다락방의 불빛’ 공연에 찾아오는 한 관람객은 “누구나 추억을 가지고 있는 다락방에서 매번 수준급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모든 공연을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다락방의 불빛
이상조 씨의 개인 공간인 ‘다락방의 불빛’에 가면 커피 한 잔이 간절하다. 아니, 이런 분위기를 두고 커피 한 잔 여유를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조명 불빛과 한쪽 벽면에 빼곡하게 꽂혀 있는 7000여 장의 오래된 LP판, 그리고 무심한 듯 뿌려져 있는 음악 관련 서적들이 엔틱한 느낌을 연출한다. 여행을 가서 좋은 서점을 만난 것처럼, 괜히 책도 한 번 열어 보게 된다.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진공관 오디오다. 성인 남자 허리까지 오는 스피커와 함께 세트인데, 오디오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값이 나가 보인다. 자세한 설명은 차치하고,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했다. 이상조 씨가 오디오를 켠다. 진공관이 충분히 예열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풍부한 소리가 공간을 압도했다.

재즈를 들려줬는데, 음악 무식자가 들어도 좋은 음악과 좋은 오디오인 것은 확실했다. 겨울 길목에 들어선 요즘,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커피 한 잔에 손을 녹이며 음악으로 마음을 데운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이 뭐 별거 있겠나.

다락방의 불빛은 어린 시절, 나만의 시간을 보낸 다락방의 향수를 자아냈다. 일기장을 숨기고, 부모님 몰래 모아 놓은 딱지를 모셔놓고. 이렇게 묻어야 할 나만의 비밀이 담긴 다락방처럼, 이상조 씨의 공간은 은행원 이상조가 아닌 인간 이상조의 내면 그대로가 담겨있었다.

이상조 씨는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때론 비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연다. 사실 음악회라 하면 거창하고, 음악을 진지하게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듣는 것이다. 여기에 음악에 대한 배경 지식이나 사연 등을 곁들며 음악의 감칠맛을 더하는 게 이상조 씨의 역할이다. 귀로 듣고, 맛보고, 씹고 하기 때문에 이상조 씨의 설명은 소화가 잘 된다. 그런 이유로 이상조 씨는 청주에서 ‘뮤직 스토리텔러’로 명성이 자자하다. 당일 음악회에 누가, 몇 명이 올지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 또 다른 재미 포인트이기도 하다.

◇개인 공간 지역사회에 개방한 이유
그렇다면 이상조 씨는 왜 굳이 자기 돈을 써가며 이런 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가진 좋은 음악을 혼자 듣는 게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처음에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듣다가 소문이 나면서 규모가 커졌고 지금은 음악회가 돼버렸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개최한 크고 작은 음악회만 29회다. 평균 참석자는 40여 명. 최근 MBC 공개홀에서 했을 때는 약 450명 정도가 자리했다. 상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지적 호기심이 강한 그는 음악의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구체적으로 궁금해 중앙대에서 음악치료교육 석사과정을 밟았다. 법대생인 그가 학사와 전혀 상반되는 음악을 석사로 선택한 것은 순전히 그가 결정한 일이다.

◇음악에 대한 확고한 신념
이상조 씨는 음악에 대한 확고한 신념도 내비쳤다.

그는 “요즘처럼 일분일초가 바쁜 시대에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듣는다는 게 팔자 좋아 보이고 시간 낭비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며 “허비하는 시간이 없으면 채울 수 없다. 덜어야 채울 수 있다.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놓으면 제자리로 가는데, 계속 당기고만 있으면 언젠가 탄력을 잃는다. 삶의 탄력을 유지하려면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24시간 틀어 놓으면 열난다”고 말했다.

이상조 씨의 페이스북 대문 소개글은 ‘서툴더라도, 반짝이게 살아갈 것’이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뿜어내고 있는 그는 서툴지 않고, 지금 충분히 반짝이고 있다. 그와 같은 사람들이 지역 사회에 많이 등장해 조금 더 밝은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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