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타 면제 발표, 세종역 신설 ‘명분실종’
정부 예타 면제 발표, 세종역 신설 ‘명분실종’
  • 이재표
  • 승인 2019.01.3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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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선 고속화, 깅호축 통한 오송의 지정학적 중요성 부상
오송~평택 복복선화로 ‘오송패싱 호남단거리노선’ 불가능
오송역에 해 뜰 날 온다. 정부의 예타면제 대상 사업발표로 오송역의 위상이 확고해졌다. 세종역 신설 주장은 완전히 명분을 잃게 됐다. 사진=박상철 기자
오송역에 해 뜰 날 온다. 정부의 예타면제 대상 사업발표로 오송역의 위상이 확고해졌다. 세종역 신설 주장은 완전히 명분을 잃게 됐다. 사진=박상철 기자

29일 정부가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발표하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거대한 결정이 뒤따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 일부 호남 의원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KTX세종역 신설 주장의 당위성 상실이다.

이들 정치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KTX분기역으로서 오송역의 위상은 완전히 상실되고 간이역이라도 좋으니 세종역을 만들자는 이해찬 대표의 주장과 달리 오송역이 간이역으로 전락할 판이었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따르면 충북선철도 고속화24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23개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가 결정됐다. 충북선철도 고속화 사업비는 15000억원에 이른다.

충북도가 건의했던 중부고속도로 호법~남이구간 확장은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사업비가 31000억원에 이르는 평택~오송 철도 복복선화가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검토한 사업이다.

충북선 고속화오송~평택 복복선화는 단순히 오송역을 기점으로 한다는 것 이상의 이미를 지닌다. 먼저 충북선철도 고속화는 단순히 충북선 88(오송~제천)를 고속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는 충북도가 민선 7기 도정 목표로 내세운 강호축(강원~충청~호남)’개발의 핵심 사업이다. 현재 시속 120인 충북선 철도를 230이상으로 고속화해 호남에서 강원까지 고속철도망으로 연결하자는 것이 골자다. 나아가 강호축을 남북평화축으로 삼아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는 실크레일을 만들자는 포부가 담겨있다.

경부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호축을 개발하자는 것인데 호남과 강원의 연결 축으로서 오송역의 지정학적인 조건을 반영한 것이다.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역에 이어 충북선과 중앙선을 잇는 강호축의 분기역이 되는 셈이어서 오송역의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은 사라진 셈이다.
 

호남 국회의원들이 10월31일, 오송역을 거치지 않는 호남단거리노선을 추진하자며 국회에서 조찬모임을 가졌다.
호남 국회의원들이 10월31일, 오송역을 거치지 않는 호남단거리노선을 추진하자며 국회에서 조찬모임을 가졌다.

◇정치적 이해 깔린 호남단거리노선 퇴장
충북이 건의한 사업은 아니지만
평택~오송 복복선화결정 역시 오송역의 위상을 확고하게 만들었다.

이해찬 의원, 이춘희 시장 등 세종의 정치인들이 간이역 수준의 세종역을 주장한 반면 일부 호남 의원들은 천안역에서 오송역을 거치지 않고 신설 세종역을 바로 연결하자는 오송 패싱(passing) 호남단거리노선을 주장해왔다. 이는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역을 사실상 천안역으로 바꾸자는 얘기다.

호남단거리노선의 대전제가 오송~평택 복복선화 대신 천안에서 세종역까지 철도를 새로 놓자는 것이다. 자로 대고 줄을 긋듯 호남선을 완전 직선으로 만들어 서울~호남을 최단거리로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이용호 의원(무소속, 남원·임실·순창)이 지난해 1014, 성명서를 통해 이를 처음으로 주장했고 1023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호남 지역구 또는 호남 연고 의원들이 이를 쟁점화 했다.

급기야 1031일에는 호남 지역구 의원 20여명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세종역 신설을 전제로 천안과 세종, 공주역을 연결하는 호남단거리노선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호남 KTX 노선이 오송역을 우회함에 따라 호남이 시간과 비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들은 평택-오송 간 복복선화 예비타당성 조사에 자신들이 주장하는 단거리노선에 대한 조사도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복복선화에 대해 아예 예타 면제가 결정됨으로써 이 논의는 더 이상 재론이 불가능하게 된 셈이다.

이용호 의원이 뜬금없이 세종역 신설을 전제로 한 호남단거리노선을 들고 나온 것과 관련해 당시 정가에서는 이해찬 대표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과잉행동이 아니냐는 뒷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당적을 가졌다가 국민의당 소속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던 이 의원이 차기 총선을 위해 무소속 신분세탁을 거쳐 복당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지난해 1228일 입당을 신청했지만 입당을 거부당했다. 민주당은 113, 무소속으로 입당과 복당을 신청한 손금주이용호 의원에 대해 ·복당 불허를 결정했다,


 

2018년 10월, 국회본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열린 '민주당 대표-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왼쪽 네 번째)와 이시종 충북지사(다섯 번째), 이춘희 세조종시장(여섯 번째)이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8년 10월, 국회본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열린 '민주당 대표-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왼쪽 네 번째)와 이시종 충북지사(다섯 번째), 이춘희 세조종시장(여섯 번째)이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해찬 민주당대표 차기 불출마…세종역 종식
 세종역 신설이 사실상 물 건너간 이유는 하나 더 있다
. ‘세종역 신설론의 원조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차기 촐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총선이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힘이 빠진 세종역 문제를 다시 부각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061월부터 11월까지,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을 지낸 이춘희 세종시장은 본래 세종역 신설에 반대했었다. 그는 2012년 세종시 출범에 앞서 실시된 세종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당시 연기군수였던 유한식(자유선진당) 후보에게 초대 시장 자리를 내줬다.

불과 2년 뒤 2014, 6회 전국동시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2대 세종시장 선거에서 도전자 신분의 이 후보는 유한식(새누리당) 시장에게 설욕했다. 당시 유한식 시장이 내건 공약이 세종역 신설이다. 이 공약은 당시에도 충북 등 인근 시·도의 큰 반발을 샀다.

이춘희 후보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KTX세종역 신설을 충분히 검토했으나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와 제외시켰다. (유한식 후보가)당선이 된다고 해도 지키지 못할 헛공약이 될 것이 뻔하다며 맞섰다.

하지만 이춘희 시장이 말을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시장은 201620대 총선에서 세종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7선 고지에 오른 이해찬 의원이 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자 이에 편승했다. 급기야 201611월에는 간이역 수준이라도 좋으니 세종역을 신설해 달라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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