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의회 보니 충주시의회 원정성매매 의혹 ‘오버랩’
예천군의회 보니 충주시의회 원정성매매 의혹 ‘오버랩’
  • 이재표
  • 승인 2019.01.3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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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동남아 국외연수 중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숙박업소 투숙
4명 중 2명 대상으로 주민소환 추진했으나 청구인 서명 못 채워 무산
박종철 예천군의원이 버스 안에서 가이들을 폭행하는 CCTV영상 갈무리 화면. 작은 네모 안은 2008년 충주시의회 원정 성매매 의혹을 보도한 당시 시사투나잇 영상 갈무리.

경북 예천군민들이 국외연수 중 캐나다에서 가이드를 때려 물의를 일으킨 군의원들의 총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10년 전 충주시의회 원정 성매매 의혹이 기억 속에 오버랩 되고 있다. 징계와 주민소환 등에 있어서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 의원 세 명에 대해 제명조치가 이뤄진 예천군과 달리 당시에는 징계나 의원직 사퇴, 제명 등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6개월 뒤 문제 의원 네 명 중 두 명에 대해 주민소환이 추진됐으나 이마저도 청구인수 미달로 무산됐다.

예천군 주민들은 예천군의회가 30일 윤리특별위원회를 열어 직접 폭력을 휘두른 빅종철 의원 등 세 명을 제명하기로 결정했음에도 군의원 전원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군민들은 또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시 6개월 뒤 의원들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윤리위에서 제명이 결정된 의원들은 지난해 1223, 미국캐나다 국외연수 중 버스 안에서 가이드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접대부가 있는 술집으로 데려가 달라며 추태를 부려 국민적 공분을 샀다. 피해자(가이드)의 의뢰로 미국 로펌에서 징벌적 배상금액을 제외하고도 우리 돈 564000만원 이상의 고액소송을 진행 중이며, 예천군이나 의회가 이를 배상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예천군의회 사건이 터지면서 20177,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의 물난리 속 외유성 국외연수가 다시금 언론에 조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충북도의회 사례는 재난을 외면한 현실인식과 김학철 전 의원의 국민은 레밍발언이 국민의 공분을 샀을 뿐 국제적인 망신거리는 아니었다.

예천군의회 사건에 필적할만한 국제망신 사건은 20085, 충주시의회에서 벌어졌다. 이 사건은 당시에 문제 의원을 제명하기 위한 주민소환까지 추진했으나 무산됐다는 점에서 예천군의회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만하다.

당시 충주시의원 10명과 공무원 3명은 512일부터 18일까지 동남아 관광지 운영실태 벤치마킹이라는 주제로 홍콩태국싱가포르로 심상치 않은 국외연수를 떠났다. 의원들의 외유성 연수를 잠행 취재하던 KBS2 ‘시사투나잇팀이 따라붙었고 태국 방콕의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신 의원 네 명이 여종업원들과 함께 숙박업소로 들어간 뒤 짝을 지어 방으로 향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술을 한 잔 더하러 2차를 나갔으나 술집인줄 알고 들어간 곳이 숙박업소여서 다시 나왔다는 것이 의원들의 해명이었다. 전국적으로 비난여론이 들끓었으나 당시 충주시의회는 해당 의원들을 윤리특위에 회부하지도 않았다. 경찰도 현지까지 수사관을 파견해 조사를 벌였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6개월이 지난 20081213일부터 200929일까지 60일 동안 주민소환 청구권자 서명운동을 벌였지만 법이 정한 청구인 수를 채우지 못해 소환투표에도 부치지 못했다.

당시 주민들은 네 명의 의원 중 한 명에 대해서라도 본보기로 주민소환(해임)’을 진행하기 위해  A의원의 지역구 유권자 23444명을 대상으로 청구인 서명을 받았다. 지방의원의 경우 유권자 가운데 20% 이상을 채워야하지만 당시 이에 해당하는 4689명에 모자란 4000명 정도를 받는데 그쳐 소환투표가 무산됐다.

당시 대표 청구인은 “3000표 정도를 받아 당선된 의원을 소환하는데 투표 청구 하한선이 5000명에 가깝다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 크다.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주민들은 이어 다른 지역구 B의원을 대상으로 2월13일부터 4월15일까지 60일간 주민소환 청구 서명운동을 벌였지만 법정 서명인수 6628명에 358명이 부족한 6270명을 받는데 그쳐 또 다시 실패했다.

만약 청구인을 채워 소환투표에 들어갔다면 의원들을 해임할 수 있었을까? 가능성은 희박하다. 투표율이 33%를 넘어야만 투표함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소환에 반대하는 측이 아예 투표에 불참하면 33%를 넘기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민소환은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제도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제도는 개선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이다. 다만 12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민소환의 요건을 대폭 완화했으나 국회를 거쳐야 하니 시행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안은 유권자가 5만명 이하일 경우 청구인 수를 20%에서 15%5% 하향조정했다. 2008년 충주시의회 A의원에게 규칙을 적용하면 3517명만 서명을 받으면 됐다. 당시 4000명에 가까운 서명을 받았으니 소환투표에 들어갔을 것이다.

국무회의 통과 안은 또 단 한 명이 투표하더라도 개표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단 개표 결과 유권자 수의 4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만 안건을 확정하도록 했다.2008년 A의원의 경우 투표결과 우권자의 4분의 1인 5861명 이상이 동의했다면 금배지를 뗐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 국무회의를 통과한 단계이기 때문에 예천군의회도 2008년 충주와 은 조건 속에서 주민소환을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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