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자
거절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자
  • 김동현
  • 승인 2019.02.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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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시절 불이불안이 무조건 순종하는 성격 만들어

김동현은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 542호에 위치한 (주)바론의 대표이사이다. 자체개발한 웨어러블기반 직무적성분석시스템과 창업역량검사를 토대로 초중고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과 상담까지 진행하고 있다.

연말연시에는 낯선 만남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정겨운 얼굴들을 볼 수 있는 자리도 있지만 이런 저런 행사에 참석하면 소개를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만나는 분을 ‘마음이 얼마나 좋은지 거절을 못하시는 분’이라고 소개받으면 미소를 보이지만 기분은 착잡하다. 이제는 좀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내 주변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소개했기 때문인 것도 이유다.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거절을 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가족들과의 약속을 취소하면서까지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애쓴다. 나도 그랬듯이 그래야만 마음이 편하다.

사람들이 정중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은 상대가 ‘억지로 마지못해 허락한 게 아닐까?’하는 의문을 들게 하고, 거절을 잘 하는 사람이 부탁을 들어주면 상대는 흔쾌히 받아줘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도 알았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일상에서 확인까지 하고나니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내가 곤란한 상황을 겪거나 힘든 걸 참다보니 상대를 원망하는 경우도 있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까지 하면서 부탁을 들어주면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무리한 부탁을 잘 거절하면서 오히려 인간관계도 좋아지는 것 아닌가. ‘내가 예전에 왜 그랬을까’라는 물음에 답도 찾았다.

태어나서 다섯 살 까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내가 부모에게서 버려지지는 않을까?’라는 고민이라고 한다.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거의 본능이라는 얘기다.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고 싶어서 가끔 울기도 하고 떼쓰기도 하는데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인 경우 그럴 때 달래주지 않으면 불안감이 증폭된다고 한다. 생후 칠 개월 정도 되면 아이는 엄마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못 견딘다는데 ‘분리불안’이라고 한다. 세 살이 될 때까지 지속돼서 심하면 화장실도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는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 시기에 늘 엄마가 주변에서 반응을 보여주고 안심시키면 아이는 혼자 있어도 엄마에게 버림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면 정중하게 거절을 잘 하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무리한 부탁은 거절해도 상대도 이해해 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거절 한번으로 관계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예외는 당연히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 할 만 하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거절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무작정 거절을 하게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무리한 부탁의 경우에 생각할 시간을 조금 벌고 고민해보고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그러려면 태어나서 최소한 세 살이 될 때까지 엄마나 아빠가 옆에서 믿음을 줘야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의외의 부작용도 있다. 불안감이 바탕이 돼서 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순종하게 된다. 많은 부모가 좋아하는 부작용이긴 하지만 성인이 돼서도 남에게 순종만 한다면 안쓰럽지 않은가. 육아가 확실히 보장되면 출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좀 멀리가면 미래를 이끌 인재들이 더욱 많아 질 것이라는 생각까지 할 수 있다. 빈틈없는 육아보장은 중요하고 효과적인 교육정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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