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이주 대상 입동마을 예술가의 억울한 사연
강제이주 대상 입동마을 예술가의 억울한 사연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2.11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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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내수읍 입동리 중부무대미술연구소 민병구 대표
청주공항 에어폴리스2지구 MRO 사업으로 세 번째 강제 이주 '눈앞'
개인 SNS,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강제이주 답답함 토로
민병구 중부무대미술연구소 대표는 11일 <세종경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사업으로 인해 강제이주에 놓인 마을 현실과 자신의 상황을 알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30여 년을 입동마을에서 중부무대미술연구소 무대제작소를 운영하며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지역 예술가들을 도왔지요. 그런데 이 마을이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사업 예정지로 선정되면서 작업실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평당 40만 원 수준의 토지보상금으로는 다른 곳에 작업실을 구하기도, 신축하기도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정책 때문에 제가 하는 무대미술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민병구 중부무대미술연구소 대표는 11일 <세종경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사업으로 인해 강제이주에 놓인 마을 현실과 자신의 상황을 알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은 이렇다. 1970년대 후반, 이 마을에 제17전투비행단이 건립되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났다. 고향인 이곳은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1994년 다시 입동마을에 터를 잡고 본격적으로 무대미술에만 매달렸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예술인들에게 전화가 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갔다. 밤낮 가리지 않고 공연하는 예술인들과 학생들에게 작업장을 무상으로 빌려주기도 했다. 돈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무대미술을 천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청주공항 인근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조성사업으로 마을이 모두 이주해야 한다는 통보였다.

게다가 청주시가 지난 2016년 청주공항 남쪽 원통리 도시공원 부지로 원주민들에게 이주자 택지 제공을 약속했지만, 착공 몇 달 전 모든 것이 백지화됐다. 법적 검토결과, 시유지는 토지 취득 및 개별 분양 시 수의계약이 불가하다는 이유였다. 

현재 이주대책은 인근지역 대지 감정자 등의 차이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보상금으로는 새 터전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주대상만 30여 가구인데, 마을 근처에 이주택지를 조성해 싸게 공급하지 않으면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은 집을 마련할 수 없다.

민 대표가 1800만 원을 들여 만든 창고의 감정가는 350만 원. 지금 작업소와 같은 창고와 집을 구하려면 최소 월세 500만 원은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너무 쉽게 땅과 건물만 감정평가해 보상하고 있다”며 “피땀 흘려 작업한 내 작업장을 돈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작업할 수 있는 땅과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설움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비행장 건설로 인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17전투비행장, 청주공항,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조성사업 등으로 3번을 중앙과 지방정부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야 하는 마을주민들의 목소리를 한 번만 제대로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의 SNS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려 억울한 사연을 알리고 있다. 지난 2월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청주공항 에어폴리스2지구 MRO 사업으로인한 억울함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은 11일 현재 233명의 공감을 이끌었다. 청원마감은 내달 9일까지다.

앞서 마을 주민들은 지난달 28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전투비행장, 청주공항에 이어 항공정비(MRO) 단지 조성으로 세 번을 쫓겨나야 되는 마을"이라고 한탄했다.

주민들은 "충북도와 청주시가 사업비 50대 50을 투자하는 MRO사업은 청주시가 2016년 7월 이주자택지 제공을 약속했으나 지금에 와선 이주자택지를 제공할 수 없다고 주민을 무참히 속였다"며 충북도 자유경제구역청, 청주시, 충북개발공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주민들은 "도민을 위한 MRO사업이라면 추진해야지만 마을 주민에게 삶의 터전은 마련해 달라"며 "80~90세 노인들이 갚을 능력도 없는 빚을 지면서 정든 고향을 쫓겨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청주시는 2016년 7월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에 편입되는 27가구 주민이 내수읍 원통리에 이주하도록 공원 용지를 해제하고 이주택지를 조성하도록 도와 협의하겠다고 주민대책위원회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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