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명문고’와 김병우 ‘미래인재’는 ‘극과 극’
이시종 ‘명문고’와 김병우 ‘미래인재’는 ‘극과 극’
  • 이재표
  • 승인 2019.02.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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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무상급식 분담률과 함께 ‘지역인재육성’ 원칙적 합의
道- 대기업 투자, 오송에 명문고…敎- 명문고 육성, 입시에도 불리해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놓고 2015년에 이어 또다시 갈등을 빚은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도의회의 최후통첩에 2018년 12월10일, 합의를 이뤄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합의서 서명을 위해 도청을 찾은 김병우 충북도교육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놓고 2015년에 이어 또다시 갈등을 빚은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도의회의 최후통첩에 2018년 12월10일, 합의를 이뤄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합의서 서명을 위해 도청을 찾은 김병우 충북도교육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합의서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두 단체장이 민선 7기가 만료되는 날까지 적용 시행하기로 한 내용은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소통에 큰 문제가 있었든지, 아니면 결과에 크게 괘념치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20181210일에 사인한 합의서’ 2번 항목에 관한 얘기다. 두 단체장은 유특수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전면무상급식을 확대함에 따라 분담률을 새로 정하면서 2번 항목으로 미래인재육성에 대해 합의했다. 이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주목할 것은 2번 항목 중에서도 충북도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형 학교모델을 창출한다라는 두 번째 문장이다. 쌍방의 노력이 아닌 교육청의 책임과 의무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가 고교무상급식 단계적 실시와 유중의 경우 75.7%까지 분담하는 식품비 비율을 50%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불평등조약을 맺은 것이 아니냐빅딜설이 나올 정도였다.

두 기관은 두 차례 정도 실무진 협의를 거쳐 201927, ‘(가칭)미래인재육성TF’ 첫 회의를 열었다. 도는 정책기획관을, 교육청은 교육국장을 공동대표로 55 동수로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회의는 분기에 한 번씩 돌려가며 개최하기로 했는데 이날 회의는 충북도가 주최했다. 두 기관의 생각이 극과 극이라는 것은 이날 회의에서 온전히 드러났다. 차이점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충북도 전국에서 몰려오는 오송 명문고

충북도는 첫 회의부터 TF 운영방안이나 유관기관 협력체계 구축 같은 뻔한 안건뿐만 아니라 오송 명문고 유치 및 유고 추가배치라는 과정과 목표가 분명한 안건을 포함시켰다.

이시종 지사는 평소에도 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 부처를 방문해 보면 충북 출신 고위 공무원이 적어 어려움이 많다지역에 자사고나 국제고, 영재고 같은 명문고가 없다 보니 지역인재가 고교시절부터 타 지역으로 역외유출되고 있다. 충북에도 명문고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오송 명문고 유치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유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기업이 투자하는 자율형사립고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이미 지난해 8,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민선 7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회사 유보금으로 지방의 교육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에는 법인세를 감면해 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이 임직원들의 자녀교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4, 충남 아산탕정에 세운 자사고 충남삼성고나, 자사고는 아니지만 사립학교로서 농촌형 자율학교인 층남 공주한일고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충북도는 이미 SK하이닉스 등 충북과 연관이 있는 대기업들에게 투자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도가 명문고 입지로 오송을 낙점한 것은 전국단위 모집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속철도 분기역인데다 기업체와 정부기관이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전국에서 우수학생을 유치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오송은 세종시와 전입전출 경쟁을 벌이는 최전선이기도 하다. 충북도는 TF팀 다섯 명 중에 바이오정책팀, 충북경자청기획정책팀, 청주시청에서 사무관 세 명을 포함시켜 오송사수의지를 분명히 했다.

 

교육청 전국단위 모집, 물 건너갔다

충북도교육청은 이시종 지사의 생각이 구시대적일뿐더러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우선 있는 자사고도 평가를 통해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지정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자사고가 순식간에 명문고로 부상하는 것은 전국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먼저 선발하기 때문인데 이같은 특혜도 대부분 폐지되고 있다.

공주한일고는 농촌형 자율학교에서 성적 3%이내 학생 전국단위모집으로 재미를 본 경우인데 농촌형 자율학교도 2009년 이전에 설립된 학교까지만 전국단위모집이 가능해졌다. 결국 영재고나 국제고 등이 아니고서는 학생선발에서 특혜를 누릴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영재고의 경우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국가공모로 학교를 신규 지정하는데, 충북은 2012, 공모에서 탈락했으며, 그 이후에는 공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교육청은 오송에 자사고는 고사하고 일반고조차도 10년 내에는 신설요인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있는 고교는 현재 오송고가 유일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청주시 동(洞)지역에서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통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송에서 시내로 나오지 않더라도 인근 오창읍과 강내면에만 청원고, 양청고, 교원대부고 등 다섯 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오송에는 학교를 신설할 부지도 준비돼있지만 아파트 분양계획에 비춰볼 때 10년 후에나 고교 신설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자사고가 물 건너간 마당에 대기업이 전국모집이 불가능한 보통사립고를 만들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투자한다면 사회공헌차원에서 여러 학교가 공유할 수 있는 미래인재센터를 만들어 달라는 게 교육청의 바람이다. 경기교육청이 부지를 제공하고 화성시가 건립비를 투자한 화성 동탄의 이음터가 그 모델이다.

 

전문가 인재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사회가 다원화된 만큼 인재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지역에서 성장해 외부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인재도 있고 거꾸로 타지에서 태어났지만 지역에 영입되는 인재도 있으니 말이다.

이시종 지사가 명문고를 통해 육성하려는 인재는 지역 명문고를 통해 명문대에 진학한 뒤 중앙에서 일하며 고향을 돕는 이른바 전통형 인재. 하지만 비율과 기여도로 본다면 지역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학업을 마치고 지역을 떠나지 않는 중핵형 인재의 역할이 훨씬 더 크다. 여기에다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광역형 인재의 비중과 역할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특정 명문고 하나를 키우는 것보다 전체 학교를 평준화하는 것이 명문대 입시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수능점수로 대학을 가는 정시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내신 성적을 포함한 학생부 종합전형이 당락을 결정하는 수시의 비중의 4분의 3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내신 관리나 선의의 경쟁 유발 등 입시에 유리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학생을 놓고 고교를 배정하던 기존방식에서 성적을 기준으로 10%-40%-40%-10%군으로 나누어 배정하는 평균화 전형을 도입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이다. 몇 년 전까지 서울대를 많이 보내기로 소문난 청주 S고에 우등생이 몰리던 현상은 이제 사라졌다.

전국단위로 성적우수학생만 골라 뽑는 학교들은 내신의 병목현상으로 수시모집은 아예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다. 자사고가 시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3%이내 학생만 뽑는 공주한일고는 우리 학교는 3년제가 아닌 4년제라고 말할 정도로 재수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TF협의는 그나마 탐색전이었다. 6월 교육청 주최로 열리는 두 번째 회의에서는 두 기관의 간극이 더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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