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발차 ‘광주형 일자리’, 충북도 올라타나
개문발차 ‘광주형 일자리’, 충북도 올라타나
  • 이재표
  • 승인 2019.02.1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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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지사 TF 구성 지시…정부는 구미‧군산‧대구 주목
업종은 광주 소형SUV…후속 모델은 전기자동차‧반도체 거론
지역상생형 일자리는 청와대가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31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역상생형 일자리는 청와대가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31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의 전국 확산을 내비친 상황에서 이시종 충북지사가 충북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11, 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공장과 기업체, 서비스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다좋은 모델을 충북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TF를 구성하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경제통상국에 국한하지 말고 모든 실·국과 충북테크노파크, 충북연구원, 상공회의소, 경제단체장, ·군 관계자들도 TF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광역시가 지역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만든 사업 모델이다. 광주시가 대주주, 현대자동차가 2대 주주가 되어 광주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게 된다. 임금은 현대차의 40% 수준이지만 정부와 지방정부에서 각종 지원과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공약이다. 131일 협약식에도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등이 총출동한 것만 봐도 정부가 지역상생형 일자리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협약의 당사자인 이용섭 광주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 등은 기대와 흥분감에 마이크를 잡았다. 이에 반해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현대·기아차 노조는 시청 앞에서 메가폰을 들고 규탄시위를 벌였다.

협약식은 201861, 현대차가 제안서를 제출한 지 8개월 만이자 125, 최종협약 타결 직전 무산된 지 57일 만에 열렸다. 그만큼 진통이 컸다. 일단 서둘러 출발은 했지만 개문발차(開門發車)’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데 그 지역상생형 일자리에 올라타려는 지자체가 한 두 곳이 아니다.

청와대도 이를 전국적인 모델로 확산시키려 한다. 청와대는 전북 군산과 경북 구미, 대구 등을 지역상생형 일자리 협약이 우선 가능한 지역으로 꼽고 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8,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들 지역을 예로 들며 상반기에 최소한 1한두 군데는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지역상생형 일자리가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노동권을 제약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형 일자리 협약식에 맞춰 반대시위를 벌이는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사진=뉴시스
노동계는 지역상생형 일자리가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노동권을 제약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형 일자리 협약식에 맞춰 반대시위를 벌이는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사진=뉴시스

좋은 일자리도, 나쁜 일자리도 될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는 광주형 일자를 좋은 일자리로 섬기고 있다. 이에 반해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은 나쁜 일자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없는 소리 같지만 다 좋거나 다 나쁠 수도 있고, 긍정과 부정이 동전의 양면처럼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광주형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는 주장은 일단 고용창출에 대한 기대다. 2021년부터 현대자동차의 소형SUV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기대하는 고용창출효과는 직·간접을 합쳐 12000명 규모다. 옛 아시아자동차에서 출발한 광주 가아차의 고용규모가 급속히 붕괴되는 상황에서 이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의 40% 수준이라는 임금도 나쁜 임금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아직 신설 법인도 만들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광주형 일자리의 초임연봉은 주 44시간 기준 3500만원 정도로 제시되고 있다. 지역 일자리로서는 이 자체로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거와 보육, 의료 등의 각종 복지혜택을 정부와 지자체가 소위 사회임금의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것이 좋은 일자리라고 주장하는 논리다. 광주의 경우 신설 공장이 빛그린산업단지에 들어서게 되는데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정주여건을 정부와 지자체가 조성해주겠다는 것이다. 저렴하게 들어갈 수 았는 공공임대주택과 보육시설, 문화시설 등이 그 예다,

나쁜 일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노동의 질이 악화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저임금과 임·단협 유예 등 노동권 제약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광주형 자체에 대해서도 염려가 큰데, 광역시도 중에 충북·경남·부산·대구·울산·인천, ··구 중에 군산·구미·거제 등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니 노동계 전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2020년 총선 등의 영향을 받아 정치권이 선심성을 남발할 경우 졸속, 부실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연봉 3500만원이 많고 적음을 떠나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원칙으로 하는 노동계에서 지역상생형 일자리의 급진적 확산은 임금의 양극화를 더 부추기거나 나아가 임금구조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 것이다.

더 큰 반발은 노동권 제약에 대해 나오고 있다. 광주형의 경우 회사와 노동자가 노사상생협의회를 만드는 것으로 돼있다. 그 유효기간은 당초 5년으로 했다가 현재는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로 변경됐다. 노동계는 상생협의회가 노동조합 결성이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제약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노동권 제약의 정도에 대해서는 사실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분고분한 노동자들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상생협약이 근로기준법 등 법이 정한 노동자의 권리를 막을 수는 없다. 노조결성이나 단체행동을 제압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광주형의 대주주는 광주시다. 노사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일천한 행정기관이 노사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을지는 예측불가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충북도 상생형 일자리에 관심이 높으며, 정부가 120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는 관심사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모두에게 필요하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가

지금은 꽃을 본 벌·나비처럼 여러 지자체가 달려들고 있지만 지역상생형 일자리가 모든 지자체에 필요하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니 먼저 따져봐야 것은 지역에서는 상생의 모델이 되지만 다른 지역과 제로섬 경쟁을 하게 될 가능성은 없느냐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저임금과 노사상생이라는 경쟁력(?)으로 무장한 광주형이 울산의 일거리를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이고 앞으로 지역상생형 일자리를 창출해 가는 과정 속에서 도사리며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문제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노사가 20188, 고용안정위원회를 개최해 소형SUV(모델명 QX)20197월부터 울산공장 3공장에 양산한다고 합의했고, 올 설 연휴 2주 동안 3공장은 QX 투입을 위한 공장 개조 공사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비교적 수익성이 낮은 경차는 어차피 해외공장과 경쟁하는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가 광주형 공장을 짓게 될 경우 이는 23년 만에 국내에 짓는 공장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9년 국내와 해외를 합쳐 연간 940만대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 이상이 해외생산이다. 현대는 2018년 미국·중국·인도·터키·체코·러시아·브라질 7개 해외 공장에서 약 283만대를 제조했다. 같은 기간 기아도 중국·미국·슬로바키아·멕시코 4개 공장에서 약 123만대를 생산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느 곳에 가장 필요하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검증이다. 일단 지자체와, 파트너가 될 기업의 의지는 필수조건이다. 광주형의 경우 합작법인의 총자본금은 자기자본금 2800억원과 타인자본 4200억원 등 7000억원이다.

자기자본금은 광주시가 590억원(21%), 현대차가 530억원(19%)을 부담하고 나머지 1680억원은 시민주주 공모 등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4200억원은 재무적 투자자인 국책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조달하기로 하고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광주형이 구상단계부터 시작해서 협약까지 무려 4년을 끌어온 이유를 알 수 있다. 절실하지 않으면 성사가능성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군산, 구미, 대구를 우선순위에 놓는 이유다. 전북 군산시는 한국GM이 떠난 자리를 메울 자동차 업종을, 경북 구미시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사업 영역이 확 줄어든 반도체·전자 업종을 각각 키워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한때 섬유산업의 메카로 통했던 대구시는 전기자동차 부품 등 4차 산업혁명 기업을 유치해 옛 영화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군산은 2018년 초 문닫은 GM공장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단 군산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한 뒤 완성차업체의 위탁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GM이 떠나면서 11000명이 일자리를 잃은 터라 노동계도 적극적이다.

구미는 전자산업의 도시지만 주요 공장들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지역경제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구미가 원하는 업종은 반도체다. 정부가 2028년까지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공장) 4개와 협력업체 50여 개가 동반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경쟁에는 SK하이닉스가 있는 충북(청주)도 나서고 있다. 경기도 용인과 이천을 포함해 모두 네 곳이 경쟁 중인데, 정부는 3월 말까지 조성계획을 확정하고 입지선정도 함께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반도체산업이 단순인력보다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고, 업계에서도 노골적 수도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13일 오후부터 일부 언론에는 용인으로 입지가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충북과 구미 모두 갈 길은 멀고 시간은 부족하다.

1970~1980년대 섬유 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대구는 기반산업을 바꾸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물, 의료, 에너지, 로봇을 5대 신성장 분야로 선정하고 관련 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대구형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비하면 충북은 출발이 늦다. 기업연계가 나오면 SK하이닉스와 LG화학, 한화큐셀 정도에 청주출신 서정진 회장이 이끄는 셀트리온 정도가 떠오르는 것도 생각의 빈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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