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내다팔고 뒤로 빼돌려 먹던 그 맛
고기는 내다팔고 뒤로 빼돌려 먹던 그 맛
  • 권영진
  • 승인 2019.02.15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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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에 구워먹는 돼지부속…청주시 용암동 ‘양평동장군집’

<해피진의 꺼리>

40~50여 년 전 시골의 풍경 중에 가장 풍요로웠을 풍경은 아마도 돼지를 잡는 것이 아닐까 한다. 돼지는 고기를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시골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재산이기도 하지만, 매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 이었다.

집안에 큰잔치가 있는 날이면 돼지를 키우지 않더라도 동네 사람들에게 돼지를 사서 잡고, 오는 이들에게 푸짐하게 베풀어 주던 게 시골 인심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소나 돼지를 예전처럼 직접 잡을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 옛날엔 공공연하게 잡아서 집안 잔치를 풍성하게 만들었던 가장 핵심적인 잔치 음식이었다. 당시 시골마을의 부유했던 집들은 두어 마리씩 잡았던 것 같다.

돼지를 잡는 날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동네 사람들 모두가 모여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도 돼지는 버릴게 없는 가축이었기에 동네사람들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잡은 돼지의 고기는 대부분 수육으로 쓰였고, 내장들은 탕이나 국으로 끓였다. 커다란 가마솥에 장작으로 불을 지피고 각종 채소를 듬뿍 넣어 선지와 돼지 부산물들을 넣고 끓여내면 잔치에 오신 손님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국밥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는 세 개의 부락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100여 가구나 사는 커다란 마을이었다. 동네 아이들도 10여 명씩 떼를 지어 몰려다닐 정도로 많았고 젊은 남자와 여자들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잔칫날만 되면 고기 좀 먹어보겠다고 모여든 아이들과 젊은이들 때문에 잡은 돼지가 유난히도 부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번은 동네 형들 중에서 힘 꽤나 쓴다는 형이 돼지를 잡다가 묶어놓은 돼지가 겁을 먹고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줄이 끊어져 도망치는 일이 발생했다. 온 동네를 들쑤시며 도망 다니는 돼지를 잡겠다고 애고 어른이고 작대기를 들고 쫒아 다니던 풍경은 지금 생각해도 실소를 금치 못한다.

오늘 소개할 맛있는 꺼리는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 위치한 양평동장군집이다. 창업한지 20년이 넘는 양평동장군집은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기도 한데, 메뉴는 돼지부속구이다. 서울 양평동에 위치한 장군집이 본점이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국에 운영되는 식당인데, 청주는 직영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돼지부속이라 하면 내장을 일컫는데 심줄, 혈관, 아기보, 창자, , 허파, 염통, 신장 등을 말한다. 양평동장군집에서 취급하는 돼지부속 구이는 내장 모듬(막장, 감투, 유퉁, 애기집, 껍데기, 염통)과 갈매기살, 뽈살, 돼지꼬리가 있고 가격은 600g22000원이다. 갈매기살과 뽈살은 돼지부속은 아니지만 부속구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부수적으로 구성해 놓은 메뉴다.

양평동장군집 부속구이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우선 잘 구워야 한다. 고기를 굽는 게 뭐 어렵다고 하겠지 만은 실은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비결이기도 하다. 고기가 타지 않게 자주 뒤집으면서 골고루 익히는 게 핵심인데 양평동장군집은 누구나 쉽게 구울 수 있도록 비법을 적어놓았다.

첫째는 테이블 아래 위치한 공기 조절기를 이용하여 숯불의 세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빨리 먹으려고 불구멍을 열고 굽게 되면 연기가 나고 불이 올라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둘째, 칼로썬 대파 채를 주방에서 휘리릭 볶아 내오면 도시락 통에 분리하여 익힌 후 소스를 뿌려서 고기와 함께 먹는데, 이것이야말로 장군집의 단골을 만든 음식이기도 하다.

셋째는 고기를 구울 때 빨리 익으라고 불판에 꾹꾹 누르면 육즙이 빠지면서 그을음이 생겨 맛이 없게 된다. 넷째, 기본양념이 되어있어 석쇠에 들러붙게 되는데 돼지갈비처럼 자주 교체하게 되면 직열에 의해 더 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장군집은 대파 채와 양파절임 외에 특별한 밑반찬들을 제공하지 않는데 이는 부위별 독특한 맛을 보기 위함이라고 한다.

용암동 양평동장군집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결같은 맛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내가 용암동으로 이사온 것이 22년째이니 양평동 장군집과 함께 용암동을 지켜온 셈이다. ‘언제나 처음처럼이라는 소주회사 광고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손님들을 대하는 쥔장은 늘 동네 형처럼 푸근하게 반겨준다. 매일 16~24시까지 영업하며, 특별한날을 제외하곤 휴무가 없다.

양평동장군집: 충북 청주시 상당구 월평로 242(용암동 2039), 전화문의:043-288-0592

권영진은 해피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파워블로거다. 충북도민홍보대사, SNS 서포터로 활동 중이며 직장인 극단 이바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진짜 직업은 평범한 직장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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