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담긴 음악과 그림, 그리고 가족
와인에 담긴 음악과 그림, 그리고 가족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2.20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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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산막와이너리 안성분 대표
산막와이너리 주력 제품인 화몽과 비원. 와인 병에 붙어 있는 라벨은 안 대표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 사진=이주현 기자

안성분 대표가 운영하는 산막와이너리에는 와인과 음악, 그림 그리고 가족의 손때가 곳곳에 스며있다. 단순히 와인만 양조하는 곳이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와이너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이 귀를 간지럽히고, 안 대표가 직접 그린 문인화와 유화는 눈을 호강시킨다. 뒤늦게 시작한 취미라지만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특선에서 상을 받는 등 실력이 수준급이다.

안성분 산막와이너리 대표. / 사진=이주현 기자

영동읍 산막골길에 위치한 산막와이너리는 안 대표의 모든 것이다. 평생을 서울에 살다가 지난 2009년,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영동으로의 귀농을 결심했다. 도시의 소음과 공해, 불빛 등 인공미 속에서 벗어나 좀 더 자연과 가까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전원주택을 짓고 그 주변에서 가볍게 포도 농사를 지을 땅이 필요했다. 현지 부동산업자는 지금의 산막와이너리 땅을 소개했다. 약간 경사진 지형이었지만 잔잔하게 물이 흐르고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게 안 대표의 마음을 훔쳤다. 게다가 고당도의 포도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 판단해 곧장 땅을 산 뒤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지인 한 명 없는 낯선 땅에서 외로울 법하지만, 안 대표는 와인 양조법부터 캘리그래피 등 이것저것 배우느라 무료하거나 외로울 틈이 없었다고 했다. 체계적인 와인 양조법을 배우기 위해 영동대(현 유원대) 와인아카데미도 다녔다. 

그런 노력 끝에 안 대표는 2015년 레드 드라이 와인 ‘화몽’을 세상에 내놨다. 그 전에도 와인을 제조했지만 브랜드를 달고 나온 건 처음이다. 화몽은 100% 캠벨로 만들어졌다. 상큼한 캠벨의 향이 코끝을 기분 좋게 찌른다. 적당히 달콤한 드라이 와인이어서 입문자도 친근감 있게 마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2016년에는 충북도농업기술원과 아로니아 와인 특허기술 실용화를 위한 계약을 맺고 기술이전을 받았다. 당시 개발된 아로니아 와인은 발효전처리 기술로 안토시아닌 함량을 3.9배 증가시키고 아로니아 풀 냄새를 감소시킴으로써 향미를 개선했다. 이해 7월 20일 특허 출원된 것이다.

2018년에는 비원 와인과 비원 퓨어 와인을 출시했다. 비원 와인은 캠벨 80%, 산머루 20%를 섞어 블랜딩 한 것이다. 비원 퓨어 와인은 100% 산머루로 만들었다. 중간 정도의 산미와 달콤한 맛, 포도의 약간 떫은맛을 느낄 수 있다. 가벼운 와인으로서 식전주나 식전후주로 적합하다는 게 안 대표의 말이다.

올해는 머루와 아로니아, 캠벨을 섞어 블랜딩 한 와인과 증류주를 출시할 예정이다.

안 대표와 그의 딸. 이들은 혈연관계를 넘어 든든한 사업 파트너다. / 사진=산막와이너리 제공

눈에 띄는 점은 와인 병에 붙어 있는 라벨들이다. 단순한 스티커가 아니라 안 대표가 직접 그린 그림을 베이스로 라벨과 패키지 박스를 만든 것이어서 남다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안 대표의 지치지 않는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었다. 최근 두 딸과 사위와 함께 산막와이너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녀들은 와인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단기 유학을 다녀오는 등 열정적이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한 가정과 인연을 맺어 와인 양조 노하우 등을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안 대표는 “온 가족이 한 곳을 향해 가다 보니 서로 대화할 것도 많고, 모일 일이 많아 행복하다”며 “지난해를 기점으로 회사가 지속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많이 바빠질 것 같다. 현재 1층에 카페 공사가 한창인데, 많은 분들께서 산막와이너리를 방문해서 와인과 자연을 음미하며 사람의 향기에 취하는 힐링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유일의 포도·와인산업특구이자 최대 와인 생산지인 충북 영동군에는 발효기술과 숙성기간을 달리한 농가형 와이너리만 40여 곳이 있다. 이 농가들이 만든 와인은 이미 각종 대회와 축제 등에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상을 휩쓸며 전국 최고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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