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육필원고 중국에서 행방묘연
단재 신채호 육필원고 중국에서 행방묘연
  • 이재표
  • 승인 2019.02.1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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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걸순 충북대 교수, 3년 전 탈북자 통해 중국서 3건 확인
북한서 관리하다 유출 추정…꿈하늘 등 육필 원고 더 있어
단재 신채호 선생의 친필 문학작품 유고 원문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사진은 논설 '나의 一, 二, 三, 四, 五, 六, 七(미완)' 사진=박걸순 충북대 교수
단재 신채호 선생의 친필 문학작품 유고 원문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사진은 논설 '나의 一, 二, 三, 四, 五, 六, 七(미완)' 사진=박걸순 충북대 교수

북한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의 친필원고가 중국 등을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남북이 공동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걸순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19, 26일 열리는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월례연구발표회에서 신채호 선생의 육필원고 세 건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하는 원고는 유고 논설 <나의 일, , , , , , ><문예계 청년의 참고를 구()> 한시 <무제(無題)> 등이다. <나의 일, , >1925북경조선유학생회가 기관지 도두(渡頭)’를 창간하면서 원고를 부탁하자 단재가 쓴 글이다. 분량은 3쪽이며, 미완 상태다. 한시 <무제>는 이 논설의 끝에 수록됐다.

박 교수는 이들 원고에 대해 진본이 분명하며 평양 인민대학습당이 보관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논설은 짧고 글이 완성되지 않아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고, 도두 창간호도 남아 있지 않아 수록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단재가 또 다른 필명인 연단(練丹)’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16년 이 원고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한 탈북자가 찾아와 원고의 진본여부를 물어왔고, 중국까지 건너가 원고를 보고 사진까지 찍어뒀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눈으로 직접 확인한 원고 외에도 사진 상으로 <꿈하늘> <일목대왕의 철퇴> <일이승>의 육필원고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북한이 보관하고 있어야할 원고들이 대거 유출됐으며, 육필원고를 옮긴 활자본들의 경우 이래저래 오류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3년 전 확인한 원고들과 북한이 1966년 간행한 신채호 저작집 <룡과 룡의 대격전>을 비교한 결과, 곳곳에서 오류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문예계 청년의 참고를 구> 논문의 경우 원전에는 십년 전에 돌아다니는 지사는 모두 애국자러니 금일은 모두 공산당이며 십년 전에 배우려는 청년은 거의 병학(兵學)이러니 금일은 거의 문학(文學)이로다라고 기록됐으나, 북한이 펴낸 저작집에는 금일은 모두 공산당이라는 구절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첨삭이 있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북한학자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단재의 비판을 고의로 삭제했다""단재 사상을 논의할 수 있는 중요 사료를 인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한의 출간물에서 실수로 보이는 오류들이 발견되고 있다.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가 1975<개정판 단재신채호전집>을 출간할 때 북한의 저작을 참고하면서 이 논설의 경의(驚疑)라는 표현을 경외로 잘못 기술한 것 등이 그 예다.

박 교수는 북한학자들이 의도적으로 손을 대고, 남한에서는 오타 등 잘못 기술한 부분도 있다 보니 남북한이 하나의 자료를 가지고 공동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 단재는 글쓰기에 엄격해 다른 사람이 단 한 글자라도 손을 대면 추상같이 화를 냈는데, 남과 북의 후손은 물론 중국학자까지 그의 원전을 훼손하고 왜곡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신채호 선생의 육필원고는 선생이 1928년 일경에 체포되기 전 텐진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 박용태 선생에게 맡겨졌는데, 그 또한1938년 작고하면서 이곳저곳으로 떠돌다가 해방 후 베이징에 있는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박걸순 교수는 북이 보관하던 원고는 무단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3년 전 찾아왔던 탈북자들은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다. 단재의 육필원고들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지만 북한과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 여지도 있어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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