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예술의 전당, 대관 선정 "납득이 안되네~"
청주예술의 전당, 대관 선정 "납득이 안되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9.04.0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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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 무색...'특정 업체 독식' '같은 공연 반복' 문제 잇따라
청주예술의 전당 대관 선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심의위원회의 객관적 심의가 요구된다.
청주예술의 전당 대관 선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심의위원회의 객관적 심의가 요구된다.

 

청주시 문예운영과가 청주예술의 전당 하반기 정기 대관 선정 결과를 발표하던 날, 응모했던 지역 공연기획사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했다. A공연기획사 대표는 "이대로면 지역 공연기획사는 다 망한다. 석우체육관(청주대)도 하반기 대관 일정을 전면 취소한 상황이라 예술의 전당이 청주지역 유일한 공연 공간"이라며 "일부 기획사와 타지역 기획사가 모두 가져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주시는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눠 문예시설 대관사(자)를 선정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시는 지난 3월 공고를 내고 하반기 대관신청을 받았다. 예술의 전당은 이때부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올 하반기 대관 가능일이 예년의 절반 수준인 50여일로 줄었기 때문이다.

40일 정도가 소요되는 '무대장치 구동부 교체공사'가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예술단 공연과 예술제, 광복절 등 각종 기념식날을 제외하니 공연기획사 등 민간에 대관할 수 있는 날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대형 공연은 무대설치 등 준비기간이 필요해 2~3일을 대관해야 한다. 또 화요일 등 유료입장객을 받기에는 부적합한 요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30여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말을 포함한 날짜에는 5개 이상의 기획사가 응모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뒷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공정한 선정 과정은 필수다. 청주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대관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위원회를 통해 대관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상당수 관계자들은 대관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을 불신했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어떤 사람들이 심의위원인지,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이런 결과를 내고도 심의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심의위원회라고 할 수 있냐"고 문서 하나를 건넸다.

2019년 하반기 대관 선정 내역.
2019년 하반기 대관 선정 내역.

 

그가 취재진에게 건넨 문서는 '2019년 하반기 문예시설 정기대관 선정 결과(대공연장)'였다(표 참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동일한 제목의 공연이다. 극단레◯◯는 8월과 9월 '어린이연극 피터팬'을 무대에 올리겠다며 대관신청을 했고, 모두 선정됐다. '앙리할아버지와 나'라는 작품은 각각 다른 기획사가 신청했는데, 두 곳 모두 선정됐다.

치열한 경쟁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특정 업체는 3건(4일)이나 선정됐다. 이 기획사는 러시아 국립아이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을 8월에 공연하고, 11월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신청했다. 12월에는 조항조&혜은이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한 공연사 대표는 "어린이 연극을 대공연장에 올리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20일 단위로 두번 올린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며 "매번 대형 공연을 써내는 기획사가 있는데 계획대로 무대에 올린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관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이같은 결과나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주시 문예운영과 관계자는 "현재 대관 시스템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도 인식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대관 선정부터는 지적된 내용을 보완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특정 업체가 3건이나 선정된 것은 3건 중 2건이 단독 응모라 가능했던 일"이라며 "타지역업체나, 동일 공연이 선정된 것도 해당 날짜에 단독 응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3월 공연, 예정대로 열린 건 1건 뿐

한편 취재진은 지난해 10월에 선정된 '2019년 상반기 문예시설 정기대관 선정내역(대공연장)' 문서를 토대로 2019년 4월 9일 현재까지 예정된 공연이 진행됐는지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했다. 확인 결과 1월에는 '번개맨과 블랙홀 대모험'와 '신밧드의 모험'만 예정대로 진행됐다. 2월과 3월에는 청주cbs합창단 정기연주회를 제외하고는 단 한건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대형 공연을 예고했던 '길구봉구, 유성은 콘서트' '뮤지컬 그리스' 등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두 취소됐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심의위원들이 기계적으로 심사를 하다보니 여러 공연이 같은 날 응모했을 때, 대형공연에 가점을 준다"며 "그렇다보니 해당 작품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고 계획을 올리는 일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대관 신청 당시 공연과 실제 공연이 다르거나 공연 자체를 취소해도 해당 기획사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때문이다. 청주시는 이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대관자를 선정하는 대관심의위원회는 문예운영과장을 위원장으로 청주지역 예술분야 관계자 9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상당수는 지역 예술단체 관계자들로 일각에서는 개인적 친분이 심사에 반영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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