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관 간부의 갑질...작품 20점 가져가고 18년째 나몰라라
공예관 간부의 갑질...작품 20점 가져가고 18년째 나몰라라
  • 박상철
  • 승인 2019.04.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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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년 당시 공예관 큐레이터 B씨, 대학생 작품 20점 구입
18년 지난 자금도 작품값 치르지 않고 판매 정황 드러나
B씨 현재 공예관 간부로 재직...청주문화재단 '훈계' 조치
도예가 A씨가 2001년 20점의 작품을 B씨에게 팔았다. 하지만 현재 B씨는 13점의 작품만 가지고 있는 상황 / 사진=제보자
도예가 A씨가 2001년 20점의 작품을 B씨에게 팔았다. 하지만 현재 B씨는 13점의 작품만 가지고 있는 상황 / 사진=제보자

한 도예 전업 작가가 2001년 대학 졸업 작품 20점을 한국공예관 직원에게 팔았지만 작품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해당 작품이 한국공예관(이하 공예관) 상품으로 둔갑해 팔린 정황까지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청주 소재 대학교에서 도자를 전공한 A씨는 2001년 12월 청주시 운천동에 위치한 공예관에 졸업 작품 40~50여점을 출품했다. 당시 한국공예관 큐레이터였던 B씨는 A씨의 작품 20점을 구입했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값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제 작품 20여점을 구입한 B씨로부터 전시가 끝난 후 1점(10만원) 가격만 현금으로 받았다”며 “3만원에서 20만원까지 종류가 다양한 작품 19점에 대금은 추후 받기로 했지만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2~3년에 한 번씩 공식적인 만남은 아니었지만 청주를 찾을 때마다 B씨를 만나 작품 값에 대한 언급을 했다”며 “특히 2017년 봄에는 재단 직원들과 함께 청주예술의전당 뒤편 식당에서 만난 자리에서는 B씨가 먼저 해당 사실을 언급하는 등 믿고 기다렸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공예관 직원이라는 신분을 믿고 대금 결제를 기다린 A씨. 하지만 결제가 이뤄지지 않자 참다못한 지난 2월 21일 B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산을 요청했다. B씨는 정산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작품의 가격을 다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제대로 된 작품 가격 산정을 위해 한국미술협회 작품인가에 자신의 작품 가격을 문의해 1점당 25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B씨에게 19점 작품 가격 475만원(19점*25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B씨는 작품 가격이 과하다며 정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 B씨는 “당시 A씨에게 작품을 구매한 사실은 맞다. 그동안 작품을 창고에 보관했었는데 잊고 있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B씨는 “당시 여러 학생들의 작품을 구매하느라 돈이 부족해 A씨의 작품 값을 지불하지 못했다”며 “그 이후로 작품 값 정산에 대해 단 한번도 A씨가 언급을 하지 않다가 지난달 2월 21일 전화를 걸어와 정산을 요구해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됐다”고 수차례 이 문제를 언급했다는 A씨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2001년 당시 작품 가격이 3~5만원 선이었지만 이제 와서 작품 당 25만원을 달라는 건 과도하다고 판단해 가격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당시 대학생 졸업 작품이 지금 유명한 작가라 해도 3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른 건 말이 안 된다. 정산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 단지 비용이 과하다고 판단해 가격을 조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B씨가 가지고 있는 작품 13개중 3개의 작품에 한국공예관 택이 붙어 있는 모습 / 사진=제보자
B씨가 가지고 있는 작품 13개중 3개의 작품에 한국공예관 택이 붙어 있는 모습 / 사진=제보자

 

작품 7점 행방과 공예관 택은 왜 붙었나?

A씨는 2001년 당시 작품 20여점을 B씨에게 팔았다. 하지만 B씨는 현재 작품 13점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작품 7점에 대한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이에 대해 A씨는 “생애 첫 전시라 확실히 기억난다. 그 당시 다장(사발을 보관하는 장식장) 25칸짜리를 직접 맞춰 사용했다”며 “당시 B씨가 20개보다 더 많은 작품을 사려고 했지만 몇몇 작품은 내가 소장하고 싶어 각 작품에 가격을 직접 적어 20개만 팔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근에 작품 가격 정산을 위해 B씨에게 연락한 뒤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작품 13점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며 “이상한 건 개인이 소장하겠다고 가져간 작품 일부에 공예관 상표와 가격표가 붙은 채 상품으로 둔갑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품도 7점이나 없는데다 제 값을 지불하지도 않은 작품을 팔려고 한 정황까지 보여 일부 작품을 개인적으로 팔아넘긴 건 아닌지 의심이 된다”며 “기억이 안 난다고 책임회피에 정산까지 미루는 등 이렇게 부도덕한 사람이 공예관에 높은 직위에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B씨는 “20여점을 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도 파손이 돼서 화분으로 쓰거나 깨진 것들을 버리는 과정에서 쓸려갔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공예관 라벨은 붙은 것에 대해 B씨는 “2001년 당시 판매 직원들을 다 찾아 일일이 연락을 취해 알아봤지만 그들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추측이지만 당시 적은 급여에 여러 작품을 사다보니 아마도 작품을 팔아서라도 돈을 갚으려고 했던 거 같다. 그 과정에서 라벨이 붙지 않았을까...”라고 설명했다.

B씨는 “정산을 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다. 하지만 A씨가 제시한 금액은 너무 과하다. 도의적인 차원에서 당시 제시한 작품 가격에 이자를 쳐서 일정 금액 선에서 갚을 의향은 있다”고 답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공예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하 재단) 관계자는 “A씨가 재단에 직접 진정이나 탄원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3월 MBC충북 보도 이후 이런 행위가 있었다는 걸 인지하고 조사를 진행해 B씨에게 ‘훈계’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우선 사적인 문제는 징계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공예관의 큐레이터가 학생의 작품을 사진 행위가 공적인 행정 행위인지 사적인 행위인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공적으로 본다 치더라고 징계 시효가 지났지만 소속 기관의 위신에 손상을 줬다고 판단, 감사관실·행자부·변호사 등의 법률 자문을 구해 조처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만약 A씨 본인이 사법부에 이번 일을 의뢰해 죄가 인정이 된다면 그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재단에서는 B씨 징계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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