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정의 못한 '갑질(Gapjil)' 이젠 없어져야
외신도 정의 못한 '갑질(Gapjil)' 이젠 없어져야
  • 박상철
  • 승인 2019.03.20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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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건드리면 뒤지는 게 세 개있다. 삼성, 미국, 서울대”, “김엔장하고 싸워서 이길 자신있으면 덤벼보슈”, “너 XX교대 나왔지? 꼴통들이 다니는 학교”, “너 오늘 죽여버리겠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충북 오송의 모 제약회사의 40대 간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70대 경비원을 수차례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것도 모자라 출신학교를 운운하며 인격 모독의 문자메시지를 수십 개를 보내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갑질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아버지, 사랑하는 남편인 한 경비원의 인권은 10평도 채 되지 않는 경비실 바닥에 떨어졌다. 무언가를 지키는 행위로 정의되는 경비. 그런 일을 담당하는 사람을 경비원이라 부른다. 24시간 회사의 안전을 책임졌던 70대 경비원에게는 정작 자신을 지킬 방어 수단은 없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갑질 논란. 2018년 2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상사의 갑질을 겪었다는 응답이 10명 중 7명을 넘었다. 그래서 생겨난 게 ‘시발비용’이라는 신조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아도 될 비용’이란 뜻이다.

갑질이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무렵으로 자신의 위치상 유리하거나 우위에 있는 점을 이용해 무례한 언사를 포함한 물리적인 폭력, 업무상 부당한 대우 등을 상대방에게 행하는 것을 뜻한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 컵 투척 사건을 시작으로 한진그룹 일가의 폭행혐의가 연이어 세상에 드러났다. 최근에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과 송명빈 마커그룹 회장의 갑질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더욱 불명예스럽게도 외신에서 해당 행동을 정의할 표현이 없어 우리나라의 갑질을 그대로 영문자로 옮긴 ‘Gapjil’이 고유 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갑질 사전이 터지자 국회에서는 지난해 12월 27일 이른바 '양진호 방지법'으로 불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부하 직원에 대한 상습 폭언과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이 법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일부에선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별도 처벌 조항이나 기업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라는 한계점도 지적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서로간의 배려·존중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료 노동자 간 존중 문화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실효성 있는 갑질 방지를 위한 근거 법령 마련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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