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반대'
[칼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반대'
  • 은현준 충북의사회 정책이사
  • 승인 2019.05.14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현준 충북의사회 정책이사
은현준 충북의사회 정책이사
은현준 충북의사회 정책이사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에 의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개정안은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은 의사가 환자 동의를 얻어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해야 하며,  환자가 별도로 CCTV 촬영을 요청하면 의사는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과잉 금지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기본권 행사 그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면, 이보다 덜 제한적인 다른 방안을 검토해 보고, 덜 제한적인 대안에 의해서는  입법 목적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에 한해 비로소 그 다음 단계인 기본권 행사 자체에 대한 제한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이다.  법적인 제제는 목적에 비례해야 하며 그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최소한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정책 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라고 할 지라도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환자 개인과 의사 및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과 비밀 및 인권이 현저히 침해되고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함으로써 수술을 받는 환자는 수술 부위 및 민감한 부위가 노출되는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  환자의 신체 노출이 빈번한 수술실 CCTV 영상이 유출된다면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어날 수 있기에 촬영된 순간부터 매우 높은 수준의 정보 보안과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안 전담 인력이 있는 국방부나 금융권조차도 해킹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이 빈번하며 막고자 하는 기술보다 뚫고자 하는 기술이 더 빠르게 발달하고 있기에,  환자의 수술 장면 또한 유출될 우려가 있고 유출된 영상은 각종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형외과 수술 동영상을 해킹하여 수술 전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환자에게 협박을 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의 근무를 감시함으로써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일반적인 근로자들도 근로 장면의 CCTV 감시를 인권 침해라고 반대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수술 과정 중 일어날 수 있는 정당하고 적절한 조치일지라도  오해를 살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 행위는 피함으로써 진료 행위가 위축될 수 있으며, 이를 의식하면서 집중도 저하가 일어날 수 있게 되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해져야 할 치료 행위가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흐르게 될 수 있다.  이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의료 행위를 방해하여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감시받는 듯한 상황에서 수술을 집도해야 하고 방어 진료를 조장하게 되고  환자는 충분히 성공적인 수술 결과에 대해서도 본인의 주관적 만족도가 떨어질 경우 CCTV 열람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사-환자간 신뢰 관계의 구축 및 회복보다는 불신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게다가 하루 약 1만 건 이상 이뤄지는 모든 수술을 녹화하고 동영상을 보관해야 할 텐데  이에 대한 설비 설치 비용부터 관리 비용 및 관리 인력 증가에 대한 일체의 보전 대책 또한 없는 상태에서 향후 설치 의무 및 관리 의무가 의료 기관과 의사에게 주어지게 된다면 의료기관 및 의사는  아무런 보상 없이 의무만 짊어지는 가혹한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언급하였듯 과잉 금지의 원칙을 적용해 수술실 내에서 이루어질지도 모른다고 여겨지는 불법 요소에 대한 방지책으로서 보다 최소한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대리 의사나 의료기기 영업 사원 대리수술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외래 진료 일정과 수술 진행 일정을 모두 공개하거나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과 보건의료인의 명단을 사전에 고지 수술실 입구 CCTV 설치하고 명단 외의 인원의 수술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수술실 입구 CCTV와 출입 기록을 공개하는 것 만으로도 입법 취지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과거 같은 사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무면허 의료행위 등 위법 행위 예방 및 감독 취지에는 공감하나,  분쟁 조정 수단으로써의 활용 가능성과 환자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으며,  의료인의 진료 위축과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 관계 구축 저해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 어디에도 의료인을 감시하려고 CCTV를 운영하는 곳은 없다. 일부  언론을 통해 의료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전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절대 다수의 의료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힘의 원천은 의료인으로서의 신념과 사명감, 그리고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신뢰에 바탕을 둔다.  맑은 물을 흐리는 일부 미꾸라지들을 전체로 오인하여 힘의 원천을 꺽는 일이... 부디 없길 바라는 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