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비 방치? 와서 보기나 했나?"
"추모비 방치? 와서 보기나 했나?"
  • 박상철
  • 승인 2019.05.23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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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시의원 "10년 째 방치된 노무현 대통령 추모비 청남대로 설치 제안"
이홍원 화백 "한번이라도 찾아온 적도 없고 관심도 없던 사람의 황당 발언"
이홍원 화백 / 사진=박상철
이홍원 화백 / 사진=박상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하루 앞둔 5월 22일, 청주시의회 김영근 의원은 5분 발언에서 "10년째 쓸쓸히 방치되고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비를 청남대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세종경제뉴스> 취재진 확인 결과 추모비는 문의면 마동창작마을 광장에 설치돼 있고, 이홍원 화백이 8년째 잘 관리하고 있었다. 김 의원의 주장에 이홍원 화백은 "추모비 방치? 한 번 찾아와 보기나 했나?"라며 진정성 없는 정치인의 발언을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23일, 취재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문의면 마동창작마을을 찾아갔다. 마을 입구에서 들어서자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마을 중앙, 시멘트로 깔끔히 포장된 곳에 추모비가 세워져 있었다. 추모비 앞에는 10주년을 기리는 국화꽃과 함께 향도 피워져 있었고, 주변도 말끔히 정리가 돼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추모비 앞에는 국화꽃과 함께 향도 피워져 있었다. / 사진=박상철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추모비 앞에는 국화꽃과 함께 향도 피워져 있었다. / 사진=박상철

이곳에서 만난 이홍원 화백은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비는 방치된 것이 아니라 여기 마을에 잘 모셔져 있다”며 “방치되고 있다고 말한 김영근 시의원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한번이라도 여기를 찾아와 향을 피운 적도 없고 관심도 없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다니 황당할 뿐”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 화백은 “8년 전, 추모비가 이 곳으로 왔을 땐 청남대 등 설치장소를 타진할 때라 잠깐 보관할 줄 알았다”며 “하지만 몇년이 지나도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고, 따로 공사랄 것도 없이 사람들이 비교적 잘 볼 수 있는 계단 옆에 모셨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3년 전 이곳이 ‘풍경이 있는 마을 가꾸기 사업’에 선정이 돼 조각공원이 조성되면서 마을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현 자리에 추모비를 세워 지금까지 잘 모시고 있다”고 답했다.

이홍원 화백이 향을 피우고 있는 모습 / 사진=박상철
이홍원 화백이 향을 피우고 있는 모습 / 사진=박상철

이어 “이곳 마동창작마을은 평일에도 수십 명의 관람객들이 찾고 있고, 주말에는 많은 경우 200~3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며 “물론 관람객들이 추모비가 이곳에 있는지 모르고 온 경우가 대다수지만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추모비를 본 관람객들이 묵념을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도 느낀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화백은 “추모비의 주인은 청주 시민들이다. 시민들의 의견이 청남대로 설치 장소를 옮겨야 한다면야 따르겠지만 시민의 뜻이 아니라면 굳이 옮겨야 할 이유가 없다”며 “제 생각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청남대보다는 처음 추모비가 세워졌던 상당공원으로 옮기는데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마동창작마을 중앙에 설치된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비 / 사진=박상철
마동창작마을 중앙에 설치된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비 / 사진=박상철

 

떠돌이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비 행적

2009년 5월 23일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자 지역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추모위원회는 그해 7월 10일 추모비를 세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노 전 대통령의 추모비는 높이 75㎝, 너비 60㎝ 크기로 2009년 노 전 대통령 추모위원회가 청주시민 성금 400만원을 모아 제작했다. 추모위원회는 당시 추모비를 청주 상당공원에 설치하려 했지만, 보수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2009년에 세워진 노 대통령 추모비는 3년전인 2016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관리되고 있다. / 사진=박상철
2009년에 세워진 노 대통령 추모비는 3년전인 2016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관리되고 있다. / 사진=박상철

49제 이후 추모비는 2009년 7월 10일 수동성당으로 옮겨졌지만 신도와 보수단체의 반발로 2009년 청원구 오창의 한 농가에 이동했다.

부유(浮遊)하던 추모비는 또 다시 2011년 4월 수동성당을 거쳐 2011년 중반쯤부터 청주 마동리 창작마을로 옮겨졌고 현재까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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