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가장 좋은 학교는 직장”
“창업, 가장 좋은 학교는 직장”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9.06.0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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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 창업에 대해 말하다

 

포털 사이트에서 '청년 창업'을 검색하면 수많은 청년창업 브랜드와 지원·교육기관, 지원금·대출까지 청년 창업 정보로 가득하다.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률 증가와 맞물려 수년전부터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청년 창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창업은 실업률을 낮출 돌파구가 될까? 창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서원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에게 '벤처기업의 창업'을 강의하고 있는 신용한 교수에게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길잡이가 될 조언을 부탁했다.

신용한 석좌교수는 검증된 경영인이다. 30대에 이미 아라넷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후 우암홀딩스 대표이사, 모바일뮤턴트 대표이사, 맥스창업투자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 같은 경험을 살린 저서 '위기가 오기 전에 플랜B를 꺼내라' '동업하라'가 세상의 관심을 모았고, 박근혜 정부에서 청년위원회 일자리분과 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이 같은 화려한 이력 덕분이었다. 2014년에는 청년위원장에 임명됐고, 지금은 정치인으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그는 경제통이다. 특히 창업 전문가로, 카운슬러로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

 

충북 일자리, 부정적 전망

가장 최근 통계인 '2019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실업자 수와 실업률이 2000년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15~29) 실업률은 1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상승 원인을 4월에 실시한 공무원시험에서 찾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일자리를 늘어나지 않는 우리나라 경제구조 때문일 것이다.

신 교수는 당분간 경기부양 요인이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대기업에서 시작해 1·2차 협력업체, 자영업까지 내려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더 이상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에서 시작되는 낙수효과만 바라볼 수는 없는 시대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여전히 2·3차 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충북 경제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도 지적했다. "특정업체(SK하이닉스) 의존도가 너무 크다. 대한민국 전체로 볼 때 반도체 관련 수출 비중이 25%를 차지한다. 반면 충북 수출은 40% 이상을 반도체가 책임지고 있는 구조"라고 말하며 "문제는 반도체가 호황기 정점을 찍고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대 속에 M15 생산라인이 만들어졌지만 신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 M15가 본격 가동돼도 그 효과를 누릴 기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기업이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세금과 유보금, 신규투자, 인센티브와 지역기부 등 4분야로 분등한다. 영업이익이 급감하면 가장 먼저 인센티브와 지역기부를 우선 축소하게 되고, 이는 지역에 직접적인 악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한 교수는 경제통이자, 취업과 창업 전문가다. 그는 강연과 토론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신용한 교수는 경제통이자, 취업과 창업 전문가다. 그는 강연과 토론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창업은 도피처가 아니다

시장 전망은 부정적이고, 창업 성공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신 교수는 위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그 첫째는 왜 '창업을 하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한다. 신 교수는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통해 연간 3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우리 정부도 이를 기대하며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참혹하다. 우리나라 창업은 일자리 수 증가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수준이다. 창업이 취업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취업을 못해서 창업을 하기로 했다면 틀린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에서도 창업을 가르치고 창업을 독려하는 입장이지만 취업의 도피처나 피난처로 창업을 결심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나 시의 지원책도 '불쌍하니 도와야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에 대한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주는 창업자금은 매몰비용이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 절반은 직장인 출신

신 교수의 두번째 조언은 '준비된 창업을 하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미국에서는 한 사람이 창업하기 전까지,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2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0만원이 있으면 그 돈으로 창업한다"고 지적했다. 준비없이 창업한다는 의미다. 잘못 꿴 첫 단추는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2017년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청년창업아이템 상위 4개 종목인 소매업과 음식숙박업·서비스업·도매업(전체 창업의 67.7%)5년 생존율은 각각 17%·15.5%·30.6%·32.6%에 불과했다. 신 교수는 "벤처창업 성공확률은 4.5%. 스무 개 중 하나가 살아남아 나머지를 끌고 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 창업을 위해서는 준비가 필수다. 신 교수는 이를 '입직경로'라 불렀다. 그는 "입직경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취업을 통해 창업으로 가던지, 창업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가장 확실한 입직경로로 취업을 지목했다. 신 교수는 "정규직이 어렵다면 알바도 좋고 인턴도 좋다. 대기업에서 시작하면 더 좋겠지만 중소기업도 좋다. 확실한건 창업의 가장 좋은 학교는 직장이라는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닥에는 1050여개 기업이 있다. 그 중 400개 이상이 삼성·LG·SK와 같은 대기업 차장·부장 출신들이 창업한 기업이다. 직장 내에서 돈버는 아이템과 사이클을 경험하고, 이를 기초로 창업했을 때 성공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취업을 통한 입직경로를 만들지 못했다면 교육을 통해 창업을 준비할 수도 있다. 신 교수는 "지역 내 각종 공짜 프로그램이 많다. 지자체는 물론 각종 국가기관, 민간기업,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창업 프로그램 중 자신이 준비하는 것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배우고 또 배워라"라고 조언했다. 그는 "실패한 창업가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사회에 대한 비난과 주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원인은 결국 준비 안 된 창업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가 젊은 나이에 CEO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신 교수는 다시 학부로 돌아가 법학을 전공했다. "경영학과를 다닐 때 파생상품시장이 처음 열렸다. 출발하던 시기라 법제도가 미비했다.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법학을 다시 전공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도 법률을 공부한 그는 경영과 법률적 능력을 갖춘 사람을 필요로 하는 회사의 요구에 부합한 인재였다.

 

비즈니스 세계는 냉정하다

서원대 석좌교수인 그는 10년 넘게 서원대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에 카운슬링을 하고 있다. 그는 "특히 대학 창업보육센터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웹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류의 창업이 많다. 그들은 내게 '아이템이 매력적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다'라며 어필한다. 그때 나는 이렇게 질문한다. '그래서, 매출은 발생했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비즈니스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속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하는 게 아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조건은 매출과 수익이다. 다소 천박하더라도 철저하게 비즈니스 논리에 맞춰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모두가 창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평균 퇴직 연령은 51세다. 인생 이모작은 기본이고, 삼모작도 필요한 시대다. 공무원도 창업을 고민해야 하고, 직장인들도 은퇴 후 창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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