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중증정신질환자 관리 악순환
충북, 중증정신질환자 관리 악순환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6.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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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서 조현병 환자 평균 3797명 치료, 병상 수는 못 미쳐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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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5월 충북 충주에서 정신병원에 가기를 거부하던 20대 조현병 환자가 경찰관 등에 흉기를 휘둘러 3명이 다쳤다. 다행히 부상자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2. 전국을 경악하게 했던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도 조현병 환자였다. 그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죽이고 13명을 다치게 했다. 

#3. 지난 6월 4일에는 충남 공주시 우성면 소재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km 지점에서 역주행하던 화물차가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해 운전자 등 3명이 숨졌다. 역주행한 운전자는 조현병 환자였다.

이른바 정신분열증으로 알려진 조현병과 우울증 등 중증정신질환자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사회적 편견이나 치료 등 인프라 부족으로 조기 발견 실패, 치료 중단, 질병 만성화 등의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어 환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 및 재활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요구된다.


충북에서 조현병 환자 평균 3797명 치료, 병상 수는 못 미쳐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충북에서 조현병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는 총 1만 8988명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3655명 △2015년 3684명 △2016년 4052명 △2017년 3817명 △2018년 3780명 등 평균 3797명이 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기간,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더 많았다. 연도별로는 △2014년 2만 94명 △2015년 1만 9953명 △2016년 2만 2210명 △2017년 2만 3118명 △2018년 2만 6528명으로 최근 3년새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은 약물치료와 통원치료가 함께 진행된다. 중증도에 따라 의료진이 입원 치료를 권하지만 병상수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도내 병원 중 정신질환병동(폐쇄병동)을 운영하는 병원은 15곳(3126개 병상)이다. 

병원별로는 △청주병원(158병상) △주사랑병원(224병상) △예사랑병원(160병상) △충북병원(214병상) △충북대학교병원(25병상) △청주의료원(252병상) △충주 호암병원(145병상) △제천병원(327병상) △보은성모병원(143병상) △옥천 감람원병원(108병상) △진천 도은요양병원(163병상) △괴산 충북기독병원(59병상) △음성소망병원(868병상) △음성 현대병원(258병상) △음성 인곡자애병원(22병상) 등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세종경제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1월부터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3500여 명 정도를 발굴 및 지원했다"며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들은 사회 부적응자 낙인 등 때문에 등록을 꺼려해 실제 현황 파악이 어렵지만, 지속적인 발굴에 따른 등록관리로 양성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수익성이 떨어지다보니 병상 수가 점점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환자 관리는 경찰과 소방, 병원, 지자체 등의 협조 없이는 어려운만큼 네트워크 형성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내 의료계 관계자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시선 개선이 필요하고, 법령 개정 등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요구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인력과 예산 부족인데, 현장에서 처리할 업무가 많다보니 환자 개인별 집중 관리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자 지원 조례 제정 추진 움직임

조현병 등 정신질환 지원을 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육미선(청주 5) 충북도의원은 지난달 조례안 발표를 통해 “기존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전부개정(2017년 5월 30일) 되면서 전 국민 대상 정신건강증진 사업과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 등이 확대됐지만 충북은 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아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육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정신장애 추정 환자 수는 16만 68명이다. △기분장애 추정환자 수 2만 5557명 △조현병스펙트럼장애 추정환자 수 2690명 △알코올 사용장애 추정환자 수 4만 7079명 등이다.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정신질환자를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중증정신질환자가 5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7만 7000명은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에 입소해있다. 9만 2000명은 지역사회 재활시설에 등록돼 관리되고 있지만 나머지 33만여 명은 실태 파악이 어려워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성년기 초반에 발병하는 중증정신질환은 초기 집중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발병 후 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DUP)은 약 56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추천하는 12주보다 5배가량 길다. 조현병 환자 52%는 진단 후 첫 6개월간 정기적인 외래치료를 받지 않고 이후 6개월도 마찬가지다.

의료계에서는 발병 후 5년을 치료를 위한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로 보고 있지만, 발병 초기 치료가 미흡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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