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Owner) 리스크, 오 노! (Oh, NO)
오너(Owner) 리스크, 오 노! (Oh, NO)
  • 박상철
  • 승인 2019.08.2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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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기업의 간판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오너리스크’란 말이 등장 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오너리스크 는 갑질, 범죄 등 CEO의 잘못으로 기업 경영이 악화되는 걸 의미한다.

최근 자수성가의 아이콘으로 불린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공든 탑이 무너졌다. 직원 4명과 시작한 회사를 29년간 일궈 매출 1조원대 회사 로 키운 윤 회장의 ‘흙수저 신화’ 스토리는 단 2분30초짜리 한편의 동 영상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윤동한 회장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대구에서 보냈다. 역사학자와 저널리스트를 꿈꿨으나 가정 형편상 경영학과에 진학해 농협중앙회를 거쳐 대웅제약에서 재직하다 1990년, 화장품 OEM(주문 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인 한국콜마를 설립했다.

이후 화장품 업계에서 최초로 ODM(제조자개발생산방식)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CJ헬스케어의 성공적 인수로 한국콜마에 탄탄한 실적지표를 안겼다. 또 제이준코스메틱 마스크 팩 공장과 바이오 의약품 회사 티케이엠을 사들이며 글로벌 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지난 8월 7일, 회사 월례 조회 때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인해 한일 간 갈등이 심화하며 국민 정서가 민감한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정부 대응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회사 직원들에게 시청하게 한 것이 화근이 됐다.

한국콜마는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일본콜마가 한국콜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 커지자 윤 회장은 회장직 사퇴라는 최후의 카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비단 윤 회장만의 일이 아니다.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 연루, 본사의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로 구속된 MP그룹 창업주이자 사주인 정우현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 이어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이어진 한진 그룹. 이 두 기업의 오너리스크는 오랜 시간 쌓아온 회사 브랜드에 막대한 피해를 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고경영자(CEO) 한 사람의 잘못 된 판단이나 언행, 스캔들 등이 시장에서 해당기업이 일궈온 가치를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한 번 오너리스크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해당 기업에 박힌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서는 오너리스크 방지 법안들이 대거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심사 한 번 받지 못하고 계류 중 이다. 오너리스크는 단순히 개인적인 물의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무 잘못 없는 직원, 투자자, 관련 업계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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