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선비는 울타리 밖 소나무를 심는다
[포토에세이] 선비는 울타리 밖 소나무를 심는다
  • 문상욱 작가
  • 승인 2019.09.05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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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임한리 소나무

 

 

풍수에서 소나무는 길지를 만드는 신통한 나무로 소나무를 심으면 그곳에 기가 강해진다고 여겼고, 조선시대 선비는 울타리 밖에는 소나무를 심고 울타리 안에는 매화와 대를 심어 절개, 충절의 기상을 늘 마음에 새기었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소나무는 척박한 땅이나 단단한 바위에도 뿌리를 내리고 엄동설한에도 푸름을 잃지 않아 한민족의 표상으로 우리 민족과 함께 수천 년의 삶을 이어 오고 있다.
사육신 박팽년의 집에 심은 소나무(六臣松)는 의로움에 목숨을 바친 지조의 상징이며, 추사 김정희선생의 세한도의 소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다.”는 절개의 상징이다. 이렇듯 소나무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깊이 스며져 있다.
민간 신앙에서도 아이를 낳으면 잡귀가 들어 못하게 대문에 솔잎을 꽂은 금줄을 쳤고, 혼례식에서도 신랑신부가 처음 대면하여 술잔을 주고받는 초례상에도 소나무와 대나무 위에 청실과 홍실을 걸어 놓는다. 이때 소나무를 사용한 것은 솔잎은 2개가 하나로 묶여져 있어 신랑 신부의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죽을 때에도 소나무 관이나 칠성판으로 이 세상과 작별하였고 무덤 주변에 소나무를 심어 위로를 받았다.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소나무는 2014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보은에서 상주방면 국도를 따라 가다 보면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들판에 솔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수령 250년 정도의 100여 그루의 노송 군락지로 생태적 가치가 높아 충북 자연환경 명소 100선 중 하나로 전국 사진작가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다. 얼핏 보면 여느 솔밭과 비슷해 보이지만 한 그루 한 그루 살펴보면 낭창낭창한 여인의 허리를 닮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감상 할 수 있고, 선비의 절개와 장수의 기개를 느낄 수도 있는 당당하고 힘찬 모습도 보인다. 임한리 솔밭을 걷다보면 독립운동에 목숨 바친 선현들의 절개와 꿋꿋함이 솔향과 함께 사방에 퍼져 옷깃을 여미게 한다.

 

 

 

문상욱 작가 중부대 사진영상학과 대학원 졸업, 이마고사진학회 회장, 한국사진교육학회 회원, Light House 한국사진문화원 대표,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ICA 현대미술협회 부회장, 후기에스펙트 미술협회 운영위원이며, 국제사라예보겨울축제 초청 “한국현대사진전” 감독, 한국흑백사진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충북예총 회장, 한국예총 이사, 청주문화의집 관장 등을 역임하였고, 개인전 8회와 300여회의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을 개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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