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티벳으로 가지 못하는 '린포체'를 만나다
[포토에세이] 티벳으로 가지 못하는 '린포체'를 만나다
  • 문상욱 작가
  • 승인 2019.10.23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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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불교에서 린포체(Rinpoche)는 살아있는 부처(生佛)라는 뜻으로 전생에 수행하다가 죽은 자가 다시 인간의 몸을 받아 환생하였다는 것이 증명된 사람을 말한다. 티벳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관세음보살의 린포체이다. 린포체는 대개 3살에서 6살에 걸쳐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증명된 아이를 달라이 라마가 예증을 통하여 정한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해 인도 북부지방 라다크(Ladakh) 지역의 해발 3,200m가 넘는 레(Leh)라는 도시에서 국제미술전에 참가하고 그 지방을 여행하였다. 여행의 종착지이자 인도 영화 "세 얼간이"의 촬영지인 해발 4,350m의 판공초 호수에서 아슬아슬한 산길을 4시간 달려 해발 3,500m에 위치한 삭티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였다.

삭티의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문창용감독의 방송 다큐멘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의 주인공 "파트마 앙뚜"라는 린포체를 만났다. 언뜻보면 영락없는 보통의 청소년이다. 그는 중국 티벳의 캄이라는 사원 고승의 린포체이다.

필자는 현지어, 영어 통역 2명을 데리고 그의 집을 방문하였다. 예의 갖추어 삼배를 올린 후 그의 삶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린포체로 임명되어 마을 사람의 존경을 받았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사원에서 쫓겨나면서 어려운 삶이 시작된다. 보통 린포체는 죽은 고승의 제자들이 그를 모셔와 스승으로 삼는데, 파트마 앙뚜는 중국 정부가 허락하지 않아 티벳으로 갈 수 없어서 불행하게도 삭티의 허름한 집에서 얌치(티벳 전통 의사)이며 승려인 그의 스승 우르간 익첸과 함께 힘들게 살고 있었다.

애 띤 얼굴이지만 린포체로서의 위엄이 있었다. 이야기가 끝난 후 그는 나와 나의 가족에게 행운의 의미를 담아 ”까딱“이라는 흰색의 스카프를 목에 둘러 주었다. 다시 삼배를 올리고 그 집을 나서는데 벅찬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귀국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린포체를 만난 것이 생생하다.

 

 

문상욱 작가 중부대 사진영상학과 대학원 졸업, 이마고사진학회 회장, 한국사진교육학회 회원, Light House 한국사진문화원 대표,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ICA 현대미술협회 부회장, 후기에스펙트 미술협회 운영위원이며, 국제사라예보겨울축제 초청 “한국현대사진전” 감독, 한국흑백사진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충북예총 회장, 한국예총 이사, 청주문화의집 관장 등을 역임하였고, 개인전 8회와 300여회의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을 개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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