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돈 교수의 치유의 인문학] 스킨십, 몸과 마음의 소통형식
[권희돈 교수의 치유의 인문학] 스킨십, 몸과 마음의 소통형식
  • 권희돈 교수
  • 승인 2019.10.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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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돈 교수

 

스킨십은 예술적 터치이며 치유의 연결이다. 길가의 돌멩이도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예술이 된다. 스킨십을 자주 하면 둘 사이가 친밀해진다. 사랑이 담긴 눈빛은 그윽하고, 사랑이 담긴 입술은 달콤하다. 포옹도 자주하고 키스도 자주하자. 포옹을 할 때는 상대의 뛰는 심장을 확인하고 포옹을 푸는 게 좋다. 손끝에 분노가 실리면 폭력이 되지만, 손끝에 사랑이 실리면 악기를 켜는 활이 된다. 사랑의 손길로 터치할 때, 몸도 마음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된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포옹을 하면 좋은 점 세 가지를 밝혀냈다. 첫째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의 분비가 늘어 음식섭취량이 줄어들면서 체중감량의 효과가 있으며, 둘째 정서적 유대감과 친밀감을 촉진시켜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우울증까지 예방하며, 셋째 코티졸(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줄어들어 스트레스가 완화된다. 포옹은 상대의 심장을 맞대고 심장 소리를 확인한 다음 포옹을 푸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위 세 가지 외에도 포옹하면 좋은 점은 무수히 많다. 1.기분 전환 2.외로운 마음을 달래줌 3.두려움을 이기게 해줌 4.자부심을 갖게 함 5.이웃을 사랑하게 함 6.긴장을 풀어줌 7.불면증을 없애줌 8.근육을 튼튼하게 해줌 9.비만인의 식욕을 억제시킴 10.승진이 빨라짐 11.즐거움과 안정감을 줌 12. 배려심이 커짐 13. 타인을 관대하게 인정함 14. 용서하는 사람으로 성장함 등등.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포옹은 부부가 침대에서 껴안고 자는 포옹이다. 사랑행위를 갖지 않아도 옆에 붙어 자는 것만으로도 1%의 체온이 오른다. 1%의 체온이 오르면 5배의 면역력이 증가한다. 그 까닭은 밤새 껴안고 자는 동안 내장기관의 온도가 오르기 때문이다. 젊은이나 노인이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영화의 연인들처럼 막 달려와서 포옹을 한다면 세상은 참으로 따뜻하고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포옹이 이처럼 근사한 스킨십이지만, 키스는 관계를 황홀하게 하는 스킨십이다. 서로 입이 부딪쳐서 말을 할 수 없으나, 말로 하는 표현보다 천 배 만 배 많은 언어들을 주고받는 게 키스이다. 그래서 키스는 인간에게 남겨진 천국의 언어라고 한다. 그 때마다 기쁨의 호르몬 엔돌핀보다 5천배는 더 효능이 있다는 다이도르핀이 팍팍 솟아난다. 황홀한 키스의 경험은 기억만으로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저절로 즐거운 마음이 들고 저절로 몸이 가벼워진다.

젊은 시절에는 끊임없이 어루만지고 키스를 하곤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부부사이에 이런 부드러움은 사라지고, 서운한 일만 생각하고, 끈임 없이 자식걱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아니면 최근의 정치발전에 대한 생각을 몇 마디 나누곤, 한 침대에서 각자의 핸드폰에 몰두한다. 이런 습관을 뒤로 하고 한 번쯤 천국의 언어를 떠올려 조심스레 자기 전 ‘잘 자요 키스’를 해보면 어떨까?

인간은 늘 연결을 그리워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강력한 접촉욕구를 갖고 있다. 섹스조차 그러한 욕구의 일부이다. 즉, 인간의 섹스에는 번식의 의미도 있지만 심리적 연결과 교감의 의미가 있다.”(문요한/치유의 인문학)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람이든 마음에 끌리면 만지고 싶어진다. 예쁘고 잘 생긴 사람보다 매력 있는 사람에게 더 끌린다. 마음에 끌리면 만지고 싶어진다. 친밀감과 호감이 커질수록 몸의 접촉부분이 확대된다.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거나 어깨동무를 하거나 머리를 쓰다듬거나 뽀뽀하거나 안아주고 싶어 한다. 

언젠가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약국 앞에 세워놓은 젊은 남자 배우 입간판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남주인공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때는 할머니의 발목을 붙잡아둔 까닭을 몰랐더니 이제야 알 것 같다. 할머니는 여자로 서 있었던 거다. 모르거니와 할머니는 여자로 서서 젊디젊은 남자를 꼭 안아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사람은 늘 연결을 그리워한다. 몸의 연결을 그리워하고 마음의 연결을 그리워한다. 스킨십은 몸과 몸의 연결이고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다. 사랑의 스킨십은 짧은 순간의 터치이지만 치유가 일어난다. 몸의 활력을 되살리고 마음을 안정시켜 면역력을 키운다. 반면 사도세자처럼 유아기에 어머니와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에서 자라면, 애착손상으로 말미암아 정서적 불안 가운데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누구든 몸과 마음의 연결이 단절되면, 사막과 같은 광막한 세상에서 외로움과 쓸쓸함과 불안함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권희돈 교수는 청주대 명예교수, 문학테라피스트. 대학에서 은퇴하기 전에는 교사로 교수로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대학생을 차례로 가르쳐 왔다. 대학에서 은퇴한 후에는 문학테라피스트로 마음이 아픈 이들과 인문학을 통해서 치유하고 소통한다. 이들이 상처를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낼 때마다, 보람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는 긍지를 갖는다고 한다. 이에 관한 그의 저술 『사람을 배우다』는 장안의 화제작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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