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들로부터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출전자는 대상을 받은 윤정옥 씨도, 진을 수상한 전희자 씨도 아니었다.
최고령 참가자 임순(79) 씨에게 쏟아진 박수는 존경과 부러움의 박수였다. 산수(傘壽)에 이른 출전자의 당당한 워킹은 무대를 압도했다. 임순 씨가 무관에 그치자, 관객들은 주최 측에 항의의 몸짓을 보내기도 했다. 어쩌랴. 대회란 것이 정해준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 것을.
서른셋에 홀로 된 임순 씨는 두 딸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왜? 좋은 사람 만나서 살지?” 딸들에게 가장 많이 들어온 이야기다. 그때마다 그는 “니들 때문에 못 간다”라고 대답했다. 함께 한 출전자들로부터 ‘왕언니’로 대우받아 연습 내내 기분이 좋았다는 그는 “다른 욕심은 없다. 아이들이 사람답게 잘 살길 바랄 뿐이고, 이제라도 즐기면서 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8번 참가자 최규화(59) 씨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살지만, 누구보다 활동적이고 누구보다 당당했다. 진천군지자장애인협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편한 몸은 아니지만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다.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에게 자신감도 주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고 당당히 출사표를 냈다. 그리고 최 씨는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밝은미소상’을 수상했다.
10번 김순자(65) 씨는 24명의 출전자 가운데 가장 먼 곳에서 왔다. 자그마치 아메리카대륙이다.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그는 고국에 들를 일이 있어 왔다가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조금씩, 천천히 세월이 지나길 바란다’는 그는 “미국행 일정도 미뤘다. 색다른 경험이고,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당당함은 본상 외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출전자에 수여하는 ‘인기상’으로 보상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