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골병, 근골격계질환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노동자들의 골병, 근골격계질환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 류현철 부센터장
  • 승인 2019.11.1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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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일환경건강센터 부센터장

 

수년전 공중파에서 방송된 장소불문 · 환자불문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하지 않는 실력 최고의 돌팔이외과의사가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재벌 상속녀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펙터클 멜로드라마가 방송된 적이 있다. 실력 최고의 돌팔이 즉, 용한 돌팔이라는 뜻의 용팔이가 드라마의 제목이었다. ‘용한 돌팔이라니 이것은 그야말로 소리없는 아우성과 같은 형용모순 아닌가? 그러나 근골격계 질환과 같은 직업성 질환을 대하는 의사의 모습을 투영해보면 그다지 모순적이지도 않다. 진료실에서 흔히 벌어지는 풍경을 들여다보자.

노동자 : 선생님, 몇 주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자꾸 아파요. 이제는 팔을 잘 들어 올리지도 못하겠어요. 왜 그런 걸까요?

의사 : 팔을 들어 올리는 자세로 일을 오래 하시잖아요. 또 일할 때 어깨에 힘을 줘서 당기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겁니다.

노동자 : 도대체 병명이 뭔가요?

의사 : 우측 어깨의 회전근개 손상이 의심됩니다.

노동자 :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안 아프고 좋아질까요?

의사 : , 일 좀 그만하고 쉬셔요. 일을 안 하면 좋아집니다.

노동자 : ??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은 고단하고 반복되는 일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 대부분이니 증상이 좋아지는 치료방법은 직업상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임이 당연하다. 일을 쉬거나 줄이면 좋아진다. 하지만 질병의 원인을 알려주고, 진단도 내리고, 치료방법까지 알려준 의사는 이 노동자에게 용한 의사일까 돌팔이일까?

복지안전망이 부족한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아야만 생계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며 시간급을 중심으로 편성된 임금체계 아래에서 적정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불사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노동시간을 줄이기조차 쉽지 않은 그들에게 일을 그만하고 쉬라거나 작업을 전환하라는 원칙적으로만올바른 이야기가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직장 안에 있는 위험요인 보다는 직장 밖으로 내몰리는 빈곤과 실업과 해고가 더 큰 건강유해요인이 되기도 한다. 일 좀 그만하고 쉬라는 무심한 조언은 별 힘이 되지 않는다. 한편 노동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활용해서 고비용의 과도한 검사나 시술을 남발하는 것은 건강의 위해요인이 되기까지 한다. 치유를 위한 기본적 지식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의사나 질병 자체를 다루는 기술 이외에는 다른 품성을 갖추지 못한 의사들을 돌팔이라 부를 만 하다. 하지만 질병의 원인과 치료방침에 정통하더라도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적 관계요인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역시 용한 돌팔이가 될 만하지 않은지.

노동자들의 골병,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일선의 관리자나 의사들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몇가지 원칙을 이야기해 본다. 첫째로 근골격계 질환관리를 위해서는 급여와 이윤이 아닌 건강을 중심에 두고 당사자들을 잘 설득해야한다. 사업주 측에는 숙련되고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 골병으로 현장에서 밀려나가도록 방치하는 것보다는 시설개선에 투자하고 인력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 증상이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잔업이나 특근 시간을 줄이고 자신의 몸과 건강에 시간을 투자하도록 설득해야한다. 노사 모두에게 매일 오분이나 십분간 꾸준하게 수행하는 스트레칭이 근골격계질환 예방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 알리고 휴식시간을 늘이고 그 시간만큼은 반드시 건강을 위한 스트레칭에 투자하도록 유도해보는 것도 출발이 될 수 있다.

둘째로 근골격계질환은 완치보다는 꾸준히 관리하는 질환으로 받아들여야한다. 근골격계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은 운동치료이다. 업무시간이나 노동강도를 줄이는 한편 자신의 고유한 근력과 신체기능을 강화하는 운동에 기반한 훈련을 수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약물, 물리치료, 시술, 통증 주사를 완치법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주사나 시술로 통증이 줄어들면 질환이 다 나은 듯이 여겨져 원래대로 일을 하면 증상은 곧 재발하고 악화된다.

셋째로 기존의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별 의미없이 3년마다 인간공학평가를 중심으로 반복하기 보다는 작업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한 유해요인조사가 되어야한다. 이전 조사에서 제시했던 개선책은 제대로 수행되었는지, 당시 조사 시에 증상을 호소했던 부분이 악화하거나 혹은 개선되었는지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직업성 질환들이 그렇듯이 근골격계질환에 있어서도 건강유해인자들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을 계속하면서 증상이 좋아지려면 작업 조건이 개선되어야만 한다. 장비개선을 포함한 인간공학적 개선을 하거나, 인력을 충원하여 작업물량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확한 진단도 용한 의사도 무의미한 것이다.

자신의 근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단하고 반복되는 노동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근골격계질환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고통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감이다.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은 만성적 경과를 거치며 만성화된 통증은 심리적인 문제와 부결된다. 고통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려는 노력 자체가 근골격계질환의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일환경건강센터는 안전/보건/환경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SK하이닉스의 민간지원으로 설립한 비영리법인인 ()숲과나눔이 지역사회의 일터를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설립한 센터입니다. SK 하이닉스 사외 협력업체 노동자들 청주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 특수고용 노동자들뿐 아니라 자영업자, 사업주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근골격계질환 예방과 재활을 위한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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