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경찰관의 무리한 '긴급체포' 논란
청주 경찰관의 무리한 '긴급체포' 논란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9.11.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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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절도 방조 혐의 소년, 양말도 안 신긴 채 수갑채워 연행

청주 한 지구대 경찰관이 절도 방조 혐의 용의자 A(16)군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긴급체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인권 침해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A군은 경찰이 긴급체포하는 과정에서 미린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양말을 신고 가겠다는 자신을 다그쳐 맨발 상태로 연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청주 흥덕경찰서 관할 한 지구대 경위 김 모씨는 11일 오후 혼자 집에 있던 16세 A군에게 수갑을 채워 지구대로 이송했다. 당시 김 경위가 인지한 A씨의 범행 혐의는 '절도 방조'.

해당 지구대에 따르면 지난 10월 22일 관할 지역 내 한 편의점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절도 용의자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근 CCTV 화면을 확보해 절도 용의자 C(16)군을 오토바이로 태워다 준 A군의 신원을 특정했고, 사건 발생일로 부터 20여일이 지난 11일 A군의 집을 경찰 2명이 급습했다. 당초엔 임의동행 형식을 취하려 했으나 A군이 무죄를 주장하며 동행을 거부하자 긴급체포했다는 게 김 경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A군의 아버지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대처도 할 수 없는 미성년자를 혼자 있을 때 수갑채워 끌고 갔다는 게 분통 터진다"며 "당시 아들에게 전화가 왔고, 아들은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이 전화를 넘겨 받길래 '내가 갈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아들을 끌고 갔다"고 말했다.

이 절도사건은 관할 경찰서로 넘어갔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A군은 저녁 7시경 귀가 조치됐다. 조사를 진행한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당일 A군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더 이상 체포를 계속해야 할 사유가 없고, 미성년자인 점 등을 고려해 귀가조치했다"고 밝혔다. A군의 아버지에 따르면 조서를 작성하던 경찰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아들을 데리고 돌아가도 된다"고 말했다. A군의 아버지는 "이렇게 풀려날 일을 온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워서 끌고 갔어야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경찰은 '아니면 말고'겠지만 아이가 받은 상처는 어떻게 치유하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연행과정에 대해 법조계나 경찰 내부에서도 과잉 대응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건에 대해 긴급체포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촌평했다. 청주 한 변호사도 "절도 방조죄도 긴급체포 요건이 되긴 한다. 하지만 대상이 미성년이고, 흉기를 들고 반항하거나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없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긴급체포는 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긴급체포를 위해서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형법상 요건은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혐의의 충분성), 체포하지 않으면 증거 인멸 또는 도망의 우려가 있는(체포의 필요성) 경우 긴급체포가 가능하다. 절도 방조죄의 경우 최대 징역 3년 이하까지 법정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긴급체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서술한 '혐의의 충분성'이나 '체포의 필요성' 등 세부 요건을 충족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A군의 아버지는 수갑을 채운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키 170cm, 몸무게 60kg짜리 16살 아이가 얼마나 위험했길래 경찰 둘이 와서 수갑까지 채워야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동네사람들은 우리 아이가 큰 죄를 저지른 줄 안다. 결국 경찰서에서도 풀려났지만 누가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같은 과정에 대해 김 경위는 "당시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A군이 주장하는 미린다 원칙 미고지에 대해서도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긴급 체포의 요건에 해당돼 체포하더라도 피의자에게 피의 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해줘야 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체포는 위법이다.

A군은 13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자고 있는데 경찰이 왔다. 경찰서로 가야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아빠가 오면 간다고 하다가 긴급체포한다고 해서 씻기라도 하겠다고 했더니 그냥 가자고 했다. 옷을 챙겨입으라고 해서 입었는데, 양말을 신으려고 하니 '뭘 양말까지 신냐'고 하며 옷을 잡아 당겨서 그대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A군은 또 "경찰서에 갔더니 미린다원칙 고지 받았다고 서명을 하라고 하더라. 하지만 들은 적이 없다. '절도 방조죄다'라고만 여러 차례 말했다. 그래서 서명하지 않았다. '진짜 안 할거냐'고 해서 안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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