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교수의 소리 세상] 시낭송, 이렇게 해 보세요
[조동욱 교수의 소리 세상] 시낭송, 이렇게 해 보세요
  • 조동욱 교수
  • 승인 2019.12.0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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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구가톨릭대학교 광장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09주기 추모식’에서 시 낭송가 김서령 씨가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늦가을, 시낭송회가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다. 사실 시낭송의 효시는 광복직후(1948) 혼란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인들의 자작시 낭독회가 있었다. 시인 자신이 집필한 시를 맨 처음 소리를 내어 읽기 시작한 때이다. 이때의 시 낭독 연구회를 기점으로 현역 시인 33인의 시 낭독회(1952)가 이어지며 큰 소리로 원고를 보고 읽는 낭독이 시작되었다.

낭독의 개념에서 작품을 외워 음률을 넣어 표현하는 낭송으로 변화한 것은 1967년 성우들의 명시 낭독으로 제작된 음반인 세계의 명시에서 부터이다. 그 뒤, ‘시인만세라는 이름의 시 낭송회를 개최하면서 여러 경연대회가 열렸고, 많은 애호가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의 시 낭송회까지 자리하게 되었다.

시낭송은 단순하게 음을 섞어 말을 하는 것 뿐 아니라 음을 넣음과 동시에 그만큼의 감정 또한 극대화시켜 전달을 하는 것이다. 귀로 듣는 곡조의 문학이라고 표현될 만한 음악성을 가지고 있으며,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시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언어로 음악과 같은 작용을 하는 또 다른 방식의 예술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악기연주를 한다고 생각해보면 악기의 상태, 연주자의 표현, 악보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는데, 시 낭송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음색, 성량, 기교에 따라 전혀 다른 표현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낭송할 것인가는 시낭송하는 이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항목이 된다. 그러면 시낭송을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각종 시낭송대회에서 수상한 사람들의 음성을 분석한 결과 아래와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박자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제목에서 저자소개까지는 3박자가 조금 안 되는 속도로 나왔고, 저자소개에서 첫 행까지는 많은 이들이 4박 내지 5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울러, 행과 행 사이에서는 2박자를 넘겼다. 1박의 빠르기를 66으로 했을 때 이 같은 수치가 나왔다.

둘째, 시낭송 음성에 있어 그 특징은 말의 빠르기 정도에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말을 할 시 말의 빠르기 정도가 분당 음절수가 300 ~ 350정도인 것에 비해 시낭송은 일반 상황에서의 말의 빠르기 정도의 1/2정도에 해당한다.

셋째, 유성음과 무성음의 비율에서 시낭송은 무성음 비율이 47[%]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 유성음과 무성음의 비율을 반, 반으로 섞으면 좋다는 것이다.

넷째, 음높이 변화 폭부분에 있어서는 감정 이입을 어느 정도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문가 집단들을 대상으로 나온 수치는 220[Hz]대를 보이고 있다. 이는 너무 사무적인 느낌을 주거나 또는 역으로 지나치게 감정을 넣기 위해 음 높이의 변화 폭을 크게 하는 것이 아닌 대단히 자연스럽게 의사를 전달하는 음 높이의 변화폭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따라서 시 낭송시 감정 이입을 위해 지나치게 음 높이의 변화폭을 높이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음 높이의 변화 폭을 유지하는 것이 시 낭송에 있어 그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다섯째, 음성에 실리는 에너지 부분이다. 비전문가 집단이 60[dB]대의 수치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전문가 집단은 여성들임에도 70[dB]대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음성에 실리는 힘 부분에 있어서는 부드러움 보다는 다소 힘이 실리는 70[dB]대로 낭송하는 것이 보다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여섯째, 주파수 변동률, 진폭 변동률 등에 대한 사항이다. 주파수 변동률이란 성대 떨림의 규칙성이며, 진폭 변동률은 음성에 실리는 에너지를 얼마나 규칙적으로 잘 싣는가 하는 사항이다. 이 수치가 좋을수록 우리 귀에는 또렷이 들리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한 실험 결과 시 낭송 전문가 집단들이 비전문가 집단에 비해 보다 좋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 노래로 치면 정확한 가사전달력에 해당한다.

깊어가는 늦가을, 다가오는 초겨울을 맞아 이를 참조하여 멋진 시를 낭송해 해보면 어떨까 한다.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음성 분석 전문가다. 조 교수가 체계화한  음성 분석 이론은 학계는 물론 여러 사회분야에서 인정받아 LG학술상, 한국통신학회 우수 논문상, ICT전략기술상을 수상했다. 또한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2018마르퀴즈 후즈 후 인더월드에 등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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