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통과는 됐지만
민식이법, 통과는 됐지만
  • 박상철
  • 승인 2019.12.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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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매스컴을 통해 들리는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행정안전부의 ‘2009∼2018년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5415건이며, 69명이 숨졌다. 연평균 541건에 희생자 7명꼴.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9월 11일 충남 아산에서 9살 김민식 군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곳이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이하 스쿨존)임에도 현장에는 신호등과 안전펜스, 과속 카메라 등이 없었다.

이번 김민식 군 사건으로 스쿨존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및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이 발의됐다. 그리고 지난 12월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민식이법은 2개의 법안으로 구성돼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 한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법률개정안이 핵심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법률개정안. 이 개정된 법안을 자세히 들어다보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시속 30㎞ 이상으로 운전하다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는 사고를 일으켰을 때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상해의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 통과 직후부터 ‘스쿨존 안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민식이법은 형평성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11일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민식이법의 개정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보호할 실질적 방안을 요청합니다’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운전자만을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도 같은 날 '(민식이법) 그럼 민식이 부모의 거짓말로 한 가정이 파탄된 건 괜찮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민식 군 부모들의 주장과 달리 가해자는 규정속도를 지켰다”며 “여러분들은 저 상황에서 피할 수 있는 분들이 몇 분이나 되겠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민식이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도로에 튀어 나오는 건 괜찮고, 가해자는 자기방어도 못한 채 구속된 게 맞느냐? 진짜 대한민국 감정주의 이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런 논란 속에 ‘스쿨존에서 사고나면 무조건 감옥간다’ 말이 나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를 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서 13살 미만 어린이를 숨지게 했을 경우에만 이번 민식이법이 적용된다.

‘어린이 안전 우선 vs 운전자 과잉 처벌’ 이 두 주장에 전문가들 사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100% 만족할 수 있는 법은 없다. 강화된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스쿨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봤자 남는 것은 텅 빈 외양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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