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에 병원 짓는 충북인
우즈벡에 병원 짓는 충북인
  • 세종경제뉴스
  • 승인 2020.01.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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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민철 일진건설산업(주) 대표
일진건설산업, 해외 진출·프리미엄 기술력으로 대표 건설사로 부상
우즈베키스탄·카메룬 등 해외현장 5곳…연매출 1200억원대로 성장

도내 건설업체 가운데 연간 수주실적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흔치않다. 건설경기가 좋은 때도 서너 곳 정도였다. 이들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아파트를 공급하는 대형건설사라는 점이다. 최근 건설시장을 감안하면 아파트를 짓지 않고는 사실상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란 불가능하다. 최소한 충북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눈에 띄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일진건설산업(주)이다.

대형건설사가 아파트 중심이라면 중형(중견)건설사는 토목을 기둥으로 한 관급공사 중심의 사업형태를 보인다. 개별 공사금액에서 차이가 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실적 순위표에서 서열이 정해진다.

2018년 충북건설업체 수주실적을 보면 1·2·3위가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였다. 그 아래로 수십 년의 업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 중견건설사들이 포진해 있다. 일진건설산업은 중견건설사 중 가장 높은 4위(1291억원)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에는 아파트 건설사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세종이코노미가 신년호에 일진건설산업을 조명하는 것은 충북건설산업에서 일진건설산업이 자리한 독특한 위치 때문이다.

신민철 일진건설산업 대표. 사진=박상철 기자.
신민철 일진건설산업 대표. 사진=박상철 기자.

 

1995년 종합건설사로 시작
일진건설산업은 1995년 창업한 종합건설사다. 연간 실적 200~300억원대를 유지하며 도내 400여개 종합건설사 중 주요 건설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앞서 거론한 중견건설사들 사이 어디쯤 위치하는 정도였다.

일진건설산업이 최고순위권을 향해 급성장한 건 2014년 이후다. 2014년은 일진건설산업이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온두라스의 국립병원 개보수공사를 완료한 해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일진건설산업은 대개의 지역건설사와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해외에 눈을 돌리는 한편 국내 건설공사도 토목이나 일반건축물이 아닌 화장품·제약 생산공장 등 특정 건설사만 뛰어들 수 있는 프리미엄 건설공사 중심의 사업에 집중했다.

그렇다보니 본사는 청주에 있지만 주요 현장은 수도권과 해외다. 도내 건설사와 수주경쟁을 펼치는 일도 많지 않다. 그러면서도 청주에 본사를 두고 사세를 성장시킨 것은 신민철(59) 대표의 뚝심 덕분이다.

“우리 시대에 건설업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화를 벌겠다는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나 또한 그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일진건설산업이 해외에서 특히 병원시설 전문시공사로 이름을 알린 건 불과 6년 전이지만 일진건설산업이 해외 문을 두드린 건 10여 년 전부터다. 2000년대 중반 아프리카로 눈을 돌린 신 대표는 현지에서 아파트건설을 추진하기도 했고, 국가시설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부 사업화되기도 했지만 초창기 진행했던 대부분의 사업들은 시행 전 좌초되는 일이 많았다.

신 대표는 “중앙은행이 지급보증을 선 사업도 현지은행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성사되지 않기도 했고, 그 나라 장관과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조인식을 했는데도 일이 잘못되기도 했다”며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겼었지만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해외프로젝트를 분석하는 안목이 높아졌다. 이제는 제안이 오면 가능한 일인지 포기해야 할 일인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며 웃었다.

삼성물산 파트너로 우즈벡에 병원 건설
일진건설산업은 현재 카메룬·우즈베키스탄·온두라스 등 5개국에서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국립병원 조성사업이다. 해외 병원건설사업은 EDCF(대외경제협력기금)사업으로 해외건설사업 중 가장 안전한 사업으로 꼽혀 건설사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지역 중소건설사가 참여하게 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길을 거쳐야 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국립병원은 삼성물산이 일진건설산업을 파트너로 택했다.

일진건설산업이 ‘병원 잘 짓는 회사’ ‘화장품공장 잘 짓는 회사’로 이름 날 수 있던 것은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진건설산업의 해외사업 비중은 20% 남짓이다. 이보다 더 큰 영역이 바로 화장품·약품 제조시설분야다. 일진건설산업은 GMP 시설을 완벽하게 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문시공업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화장품 생산업체인 코스메카코리아 음성공장도 일진건설산업 손에서 탄생했다.

GMP란 일반 제조시설과 달리 엄격한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하는 시설에 대한 일종의 건설·설비 기준이다. 일진건설산업은 2010년 산업환경설비공사 면허를 취득했고, 이 같은 기술력을 화장품(CGMP)·식품 제조공장에도 적용했다. 화장품산업의 경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이 같은 생산시설을 갖추는 것이 필수조건이 되면서 일진건설산업의 역할은 더욱 많아졌다. 현재까지 전국 50여개 대형 화장품제조회사의 생산공장이 일진건설산업에 의해 건설됐다.

세계지도 속 표시된 곳이 일진건설산업이 현장 진행하고 있는 해외 건설현장이다. 사진=박상철 기자.
세계지도 속 표시된 곳이 일진건설산업이 현장 진행하고 있는 해외 건설현장이다. 사진=박상철 기자.

 

“좋은 회사 만드는 게 목표”
일진건설산업과 경쟁하는 업체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이유는 하나다. 사업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진건설산업은 여전히 청주를 고수하고 있다. 일부 경쟁업체들은 일진건설산업을 가리켜 ‘시골회사’라고 폄훼하며 네거티브 경쟁을 해오기도 한다. 하지만 신 대표는 “기술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며 본사 이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청주 출신으로 충북대 토목과를 졸업한 그는 “1995년도에 시작한 회사다. 시작이 청주이고, 본사 직원 대부분이 청주사람인데 다른 곳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지난해에는 모교인 충북대에 1500만원을 기부하는 등 향토기업으로서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25년의 업력, 충북 최상위권 실적의 건설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 대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연매출을 수천억원대로 올리겠다’ ‘사업 분야를 확대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예상했지만 신 대표는 보기 좋게 취재진의 예상을 깼다. 그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좋은 회사는 직원들에게 좋은 회사다. 현재 130여명의 직원이 함께 하고 있다. 20년간 함께 한 직원들도 있고, 10년 이상 함께 한 직원도 여럿이다. 현재 직원들과 오랫동안 함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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