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에 대처하는 자세
불가항력에 대처하는 자세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0.02.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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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을 보이던 우리나라의 방역체제가 슈퍼전파자 발생으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1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정부는 코로나19 감영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고, 예방과 감염자 격리 등의 조치를 통해 크게 확산되지 않을 거란 섣부른 기대도 흘러나왔다.

세계 각국의 언론이 우리나라의 대응체계를 호평했고, 진천과 아산에 격리 수용된 우한교민들도 2주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전원 퇴소했다. 확진자가 증가하긴 했지만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을 감안하면 일본이나 싱가포르보다도 확진자가 적다는 것은 우리나라 방역관리 수준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우려 속에서도 사망자 없이 한 달간 잘 버틴 방역관리는 슈퍼전파자 등장 후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31번 확진자가 방문한 대구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218일 대구에서만 30여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19일에는 확진자 수가 82명까지 늘었고, 21일 오전 10시 현재 156명으로 늘었다. 청정지역이었던 충북도 21일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는 군인으로 휴가기간 중 애인을 만나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의 애인은 지역확산의 중심에 선 종교단체 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는 확진자 관리와 함께 전염원의 국내 유입 차단에 몰두했다. 하지만 이미 그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제는 확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동선을 파악하는 식의 전염 차단 방법은 실효성이 없다. 그야말로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버틴 것도 기적일지 모른다. 발원지인 중국으로부터 전염원 유입을 전면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던 일이다. 그렇다고 외교적 약자인 우리나라 처지에서 전면차단을 못한 정부를 탓할 수도 없다. 대유행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민 개개인의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경제를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이 글을 쓰는 현재 가장 고통스러울 대구시민을 상대로 지역감정을 넘어 저주를 퍼풋는 몰상식한 행위는 위기를 극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정치적 이득을 위해 활용하는 행위는 국민을 분열시키는 매국행위나 다름없다.

국가적 재난사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찌 보면 하나뿐이다. 하나의 마음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거창할 것도 없는 개인 위생관리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이 피해를 최소화 시킬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 의료계, 국민 모두가 힘을 모으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30만년 전 시작됐다는 말라리아는 누적 감염자가 2억명에 달하고, 여전히 연간 백만명 이상을 죽음으로 내몬다. 중세 유럽을 휩쓸고 간 흑사병과 천연두는 인류를 가장 많이 희생시킨 전염병이었다. 1차 세계대전 후 대유행한 스페인독감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인 사스, 이후로도 에볼라·신종플루·메르스까지 전염병은 숱한 피해자를 만들어 냈지만 인류는 여전히 오늘을 살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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