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배신이 부른 공공 배달앱
배민의 배신이 부른 공공 배달앱
  • 박상철
  • 승인 2020.04.21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로 외식업주가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국내 음식 주문 앱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고개를 숙였다. 최근 요금 체계를 개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단 10일 만에 철회했기 때문이다. 배민은 지난 4월 1일 기존 월 정액제에서 매출에 대한 수수료를 내는 정률제로 요금 체계를 바꿨다. 그러면서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5.8%로 낮췄고, 이는 국내외에서 가장 낮은 수수료"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음식점들은 오히려 "수수료 부담이 커졌다"며 반발했다. 기존 요금 체계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됐지만, 이번 개편으로 매출이 많은 음식점일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배민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였다. 마치 회사가 손해를 보면서 수수료를 낮춘 것처럼 포장해 선전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던 것이다.

이 같은 배민의 ‘꼼수 개편’에 반기를 든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공공 배달앱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4월 15일 치러진 총선 후보들이 잇달아 공공 배달앱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공공 배달앱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군산시’다. 지난달 13일 ‘배달의명수’라는 앱을 출시한 군산시는 출시 한 달 만에 1만6000여건의 주문을 처리할 정도로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벤치마킹해 경기도를 비롯한 진주시, 제천시, 춘천시 등 다수 지자체가 공공 배달앱 도입을 추진에 박차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자체의 배달앱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많은 세금을 들여 지자체별 앱을 개발·관리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이냐는 우려다. 실제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9년 공공앱 성과측정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 운영 공공앱 322개 중 206개가 개선(111개) 및 폐기(95개) 권고를 받았다. 지자체가 앱을 만들기만 할 뿐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수치다.

공공 배달앱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소상공인과 시민 등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배민은 상담센터 직원만 1000여명이 이른다고 한다. 하루 수천 수백 개 쏟아지는 컴플레인과 리뷰 그리고 각종 프로모션과 할인 행사 등 이 모든 것들을 공무원이 맡아 처리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공공 배달앱이 기존 배달의 민족 등과 비교해 불편하거나 혜택이 적다면 소비자들은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배달의 민족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춘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사기업의 퀄리티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공공 배달앱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