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예술가의 뮤즈
[포토에세이] 예술가의 뮤즈
  • 문상욱교수
  • 승인 2020.06.08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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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사진의 아버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
미국 표현주의 대가 “조지아 오키프”의 뮤즈 이야기
스티글리츠와 오키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뮤즈(Muse)는 노래, , 음악, 문학 등 예술에 능하며, 예술가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 넣어 주는 예술의 여신이다. 이런 신화에 착안해 현대에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일으키는 존재를 뮤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대가인 김환기의 아내 김향안은 예술적 동지이자, 삶의 반려자이며 그의 사후에는 재단과 미술관을 만들어 그의 예술 세계를 연구하고 전시하고 세상에 알리는 후원자 역할을 한 김환기의 뮤즈이다. 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코, 찰리 채플린의 36살 연하 부인 우나 오닐,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 시케코 등은 유명한 뮤즈이다.

 

여기서는 미국 근대사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미국 모더니즘 미술의 선구자인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의 뮤즈를 소개하고자 한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모직물상을 하는 미국 상류사회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에서 이주하여 성공한 사업가로 자녀 교육을 위해 스티글리츠가 16살 되던 해 온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갔다. 스티글리츠는 베를린공대에서 전기기계를 전공하고 다시 베를린대학에서 사진화학을 공부하였다. 그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으로 런던 사진공모전에서 1등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에 몰입하였다. 유럽에서 수많은 공모전에서 150여회의 수상으로 유명해진 스티글리츠는 26세에 뉴욕으로 금의환향하였다.

1890년 뉴욕에 온 스티글리츠는 사진잡지 카메라 노트 Camera Notes”, “카메라 워크 Camera Work”를 창간하고 1905년에는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291 화랑열었다. 스티글리츠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스트레이트 포토(Straight Photography)와 당시 유행하는 회화주의 사진에서 기록성, 역사성, 재현성에 바탕을 둔 순수한 사진을 추구하는 사진 분리파운동을 전개하며 당대 사진계의 거장으로 떠오른다. 특히 “291화랑은 전위적인 미술가와 유럽의 새로운 예술을 알리는 무대가 되어 미국 미술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15번가의 겨울”  1893 그 당시 이런 사진을 발표한다는 것은 획기적이었다.
스티글리츠 “조지아 오키프 초상”  1918
스티글리츠 “조지아 오키프 초상” 1918

 

한편 조지아 오키프는 넉넉하지 않은 농부의 딸로 태어나 뉴욕과 시카고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텍사스의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꾸준히 작품에 전념하는 평범한 작가였다. 1916년 어느 날 오키프의 절친한 친구가 허락도 없이 작품을 스티글리츠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오키프의 작품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그녀의 작품을 291화랑에서 전시하는데 예상과 달리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오키프는 당장 그에게 달려가 자신의 그림들을 떼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스티글리츠는 연약한 몸매로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며 항의하는 그녀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꼈고 오히려 그녀를 설득하여 그림을 계속하여 전시하도록 하였다.

그 후 오키프의 작품은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화단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결국 스티글리츠에 의해 소개된 오키프는 그 전시가 생애 전환점이 되어 미국의 유명화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스티글리츠 “조지아 오키프 초상”  1918
조지아 오키프 “음악-분홍과 파랑” 1935
오키프 “산양의 두 개골과 푸른 나팔꽃”
오키프 “산양의 두 개골과 푸른 나팔꽃”

 

오키프와 공식적 비공식적 접촉을 지속한 스티글리츠는 부인과 이혼하고 오키프와 예술의 동반자로서 23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한다. 그들은 대등한 예술가로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예술의 동지로서 아낌없는 지원을 지속한다. 스티글리츠는 부인 오키프의 누드사진과 구름을 찍은 심상사진(Equivalence)으로 세계사진사에 새로운 영역의 작품을 남겼고, 오키프는 초기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 추상적이면서도 구상적인 꽃그림으로 당시 미국 현대작가로 독보적인 위치를 오른다.

1946년 인생과 예술의 동반자였던 스티글리츠가 82세의 일기로 죽자 오키프는 뉴멕시코의 사막에 정착하여 산타페에서 92세 나이로 숨질 때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한다. 사막에서 수집한 뼈, 해골, 나뭇가지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물들을 추상적, 몽환적,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남긴다. 오키프는 스티글리츠와 결혼하면서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로, 여성화가가 거의 없던 시대에 여성화가로 활동한 위대한 작가이다. 그녀의 뒤에는 예술적 뮤즈인 스티글리츠가 있었다.

 


문상욱 작가 중부대 사진영상학과 대학원 졸업, 이마고사진학회 회장, 한국사진교육학회 회원, Light House 한국사진문화원 대표,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ICA 현대미술협회 부회장, 후기에스펙트 미술협회 운영위원이며, 국제사라예보겨울축제 초청 “한국현대사진전” 감독, 한국흑백사진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충북예총 회장, 한국예총 이사, 청주문화의집 관장 등을 역임하였고, 개인전 8회와 300여회의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을 개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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