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조합장 자격을 상실한 전 조합장이 조합장을 자처하며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017년 4월 재건축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운천주공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하 운천재건축사업)은 지난해 9월 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추가분담금을 우려한 조합원들이 사업 중단을 원했고, 청주시가 조합원에 대한 '추진 찬·반 주민의견조사'를 진행한 결과 참여자의 53.7%가 해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청주시장의 직권으로 정비구역 해제를 결정했다.
당시 조합은 '정비구역 해제 처분 취소'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해 10월 25일 법원이 조합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청주시의 정비구역 해제 결정은 효력이 정지됐다. 단순히 현재 상황만 본다면 사업 추진이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이는 처분 취소 소송도 승소했을 때 의미가 있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추가 경비가 들어가고 '정비구역 해제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사업은 무산된다. 그렇게되면 사업 재개로 발생한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한다.
문제는 사업 추진도 불투명한 이 때, 전 조합장인 A씨가 조합장을 자처하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 1월 A씨와 일부 조합원은 2대 조합장인 B씨와 2대 조합 임원들에 대한 해임총회를 열었다. 이 총회에서 B조합장과 이사 4명을 해임 처리했다. 두달 뒤인 3월에는 조합 임원 선출을 위한 총회를 열어 A씨가 조합장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이 과정에 대해 B조합장 등 2대 임원들은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회의"라며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주시는 A씨에 대해 "회의의 요건을 따지기 이전에 A씨는 조합장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조합장 자격이 없는 A씨가 조합장으로 돼 있는 조합의 행위는 유효하지 않다는 게 청주시의 설명이다.
확인 결과 A씨는 지난해 6월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청주지법에서 벌금 100만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했지만 지난해 12월 이내 스스로 항소를 취하했다. 벌금 100만원 형이 확정된 것이다.
도시정비법 제23조 1항에 근거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는 피선거권을 잃는다. 다시 말해 조합 임원 결격 사유가 발생해 조합장은 물론 조합의 임원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주시는 이런 이유로 최근 A씨가 자신을 조합장으로 제출한 '조합설립변경인가' 서류를 반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 등 합법적 조합을 자처하는 조합원들은 오는 20일 총회를 예고했다. 총회의 주요 안건은 '정비사업비 예산 승인의 건' '조합운영비 예산 승인의 건' '정기총회 예산 승인 및 총회 대행업체 계약체결 추인의 건' 등이다. 한마디로 조합을 재가동하기 위해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돈을 어디서 가져와서 쓰는 지 몰라도 결국 조합원의 피해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청주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 시로서도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총회는 시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한편 A씨에게 '조합장 자격' '자금의 출처' 등에 대해 묻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