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유일 장애인 수영클럽 이끄는 '지석교 감독'
충북 유일 장애인 수영클럽 이끄는 '지석교 감독'
  • 박상철
  • 승인 2020.07.24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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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운영...현재 장애학생 22명 치료 및 훈련중
지난해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서 클럽 실력 인정 받아
지석교 감독 / 사진=박상철
지석교 감독 / 사진=박상철

“처음에는 아무 말 없고, 눈도 마주치지 않던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고 장난을 칠 때면 정말 가슴이 뭉클합니다. 일반 아이들 보단 늦지만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지석교 ‘꿈꾸는 거북이 수영클럽’ 감독은 오늘도 장애학생들과 함께 힘차게 물살을 가른다. 지 감독의 지도 아래 재활 목적으로 시작한 수영이지만 장애학생들 실력은 일반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전국 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획득하며 ‘메달 불모지’였던 충북 장애인 수영을 ‘메달 밭’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꿈꾸는 거북이 수영클럽(이하, 거북이클럽)’은 7년 전 생긴 충북 최초 장애학생 수업클럽이다. 현재 22명의 장애학생들이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지 감독은 “경기도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충북으로 내려와 첫 개인 레슨을 했던 학생이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였다”며 “그 아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좋아졌고, 수영에도 두각을 보이자 입소문이 퍼져 많은 장애학생들이 레슨을 받기 위해 모였는데 그게 거북이클럽을 만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거북이클럽을 이끌고 있는 지 감독은 촉망받던 수영코치였다. 그의 꿈은 국가대표나 올림픽 수영감독으로 큰 성과를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꿈은 지금 잠시 접어뒀다. 현재 충북에서 장애학생 수업클럽을 이끌어갈 감독도 없는데다 클럽이 없어질 경우 다시 치료와 훈련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내몰릴 장애학생들이 눈에 밟혀서다.

7년 전, 지 감독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꿈꾸는 거북이 수영클럽을 운영 중이다. / 사진=박상철
7년 전, 지 감독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꿈꾸는 거북이 수영클럽을 운영 중이다. / 사진=박상철

그만큼 지 감독에게 거북이클럽은 가족만큼이나 애틋하다. 하지만 초기 사설 스포츠센터에서 장애학생들 레슨은 쉽지 않았다. 장애학생들이다 보니 신경써야할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지 감독은 학생 집안·학교·사회생활과 장애 정도 등 모든 부분을 기록하고 관리한다. 서로 정서적 교감이 돼야지만 치료든 훈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포츠센터 자체 정규프로그램 외 장애학생들을 위한 전문 강습프로그램이 부족했다. 때문에 장애학생들이 수업 시간은 턱없이 모자랐다. 장애학생들의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몇몇 대회에 출전했지만 현격한 실력 차이를 보였다. 문제는 부족한 훈련시간이었다.

지 감독은 “몇 번 대회를 출전해봤는데 우리 장애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날 이후 장애학생들만의 클럽을 만들어 이 학생들만의 프로그램을 짜서 훈련을 시켜보자고 생각해서 클럽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충북장애인연맹과 협약을 맺고 시에서 운영하는 청주실내수영장에서 거북이클럽이 본격 시작됐다.

2019년은 거북이클럽 최고의 해였다. 전주에서 열린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참여해 금4 은7 동3로 14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5위를 달성한 것이다. 지금까지 충북 장애인 수영이 전국대회에서 이렇게 많은 메달 딴 건 이 대회가 처음이었다.

지 감독은 당시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금메달을 따는 순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한 기량 향상으로 올해 대회에서는 메달 집계 종합 3위를 목표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 감독의 꿈을 장애학생들을 위한 사단법인을 만드는 것이다. / 사진=박상철
지 감독의 꿈을 장애학생들을 위한 사단법인을 만드는 것이다. / 사진=박상철

2020년 거북이클럽은 충북을 대표하는 장애학생 수영클럽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열약하다. 각종 훈련비용과 대회 출전비는 대부분 학부모 자비로 충당된다. 충북장애인체육회나 충북장애인수영연맹에서 지원이 있지만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지 감독은 “일반 선수들에 비해 장애학생들의 지원은 턱 없이 부족하지만 이보다 더 힘든 점은 장애학생들을 바라 보는 따가운 시선”이라고 “장애학생들은 일반인들과 다를 뿐, 이들도 똑같이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학생들의 진로는 보통 생산 공장, 장애인시설 작업장, 기업이 운영하는 스포츠단 등으로 한정돼 있다”며 “보수도 적어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 기본적인 생활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누구보다 장애학생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는 지 감독에게 한 가지 꿈이 있다. 바로 장애학생들을 위한 사단법인을 만드는 것이다. 사단법인에서 장애학생들은 마음껏 치료를 받고 일자리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소박하지만 작은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지 감독은 “장애학생들은 불쌍한 존재가 아니다. 단지 우리와 다를 뿐이다. 그들도 자신의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땅에선 늦지만 물속에선 빠른 거북이처럼 다소 늦더라도 장애학생이 자신감을 갖고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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