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들의 첫 휴가
택배 노동자들의 첫 휴가
  • 박상철
  • 승인 2020.07.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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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CJ대한통운 김해터미널 대리점에서 일하던 서모(47) 씨가 세상을 떠났다. 올해만 택배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유가족과 회사 노조는 고인이 아침 7시부터 하루 12~17시간, 주 6일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3개월간 월 6700~7600개 물량을 배달했다고 한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의 사망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광주에서 40대 택배 노동자가 택배업무 도중 돌연사 했다. 하루 평균 14시간가량 600개에 달하는 물량을 처리하는 등 업무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다.

코로나19의 유행 이후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업종 가운데 하나가 택배업이다. 이른바 ‘언택트’ 추세에 따라 택배 물량이 크게 늘면서 국내 대형 택배사들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가 있다.

이들은 일요일과 공휴일만 쉰다. 주당 78~90시간을 일한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 시간인 주 52시간을 훨씬 초과한다. 택배 노동자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다. 노동자가 아니라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택배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7시간, 월평균 근무일은 25.6일이었다.

8월 14일은 '택배 없는 날'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첫 휴가인 셈이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의 택배회사가 가입된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정한 '택배 없는 날'은 사상 최초이자, 택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의 일이다.

택배노조 측은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는 1년 365일 동안 마음대로 쉴 수 있는 날이 하루도 없다”며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택배 주문이 늘어남에 따라 택배기사들의 업무 강도가 매우 높아져 단 하루의 휴식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환영했다.

많은 시민도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고 있다. 나아가 택배기사들의 진정한 휴식을 위해 이른바 ‘택배 주문하지 않기’ 운동을 벌이는 이들도 나타났다. 택배 없는 날 전날인 13일, 택배 주문을 자제해 택배기사들이 좀 더 부담 없이 쉴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택배 없는 날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택배 없는 날에 임시 공휴일이 더해져 4일간 택배 업무가 중단되면 물량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택배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휴일을 갖는다 해도 물량 압박이나 대체 배송비 부담으로 쉬기 어려운 현실이다. '택배 주문 없는 날'을 지정하자는 주장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28년만의 택배 노동자들의 첫 휴가가 많이 늦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이날 하루만큼은 배송 걱정 없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 휴가를 17년째 동결 중인 택배노동자 수수료와 장시간 노동, 고용안정 문제 등의 해법을 찾는 첫걸음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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