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질문에 답하는 두 가지 방식, 말과 칼
시대의 질문에 답하는 두 가지 방식, 말과 칼
  • 임해성 대표
  • 승인 2020.09.08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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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은 과거를 알고 싶다면 검색을 하고, 현재를 알고 싶다면 사색을 하고, 미래를 알고 싶다면 탐구를 하라고 말한 적 있다. 이를 달리보면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간에 무언가를 알고 싶다면 질문을 하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포털 검색 창에 무엇이든 입력하면 결과가 제공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답을 외울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검색 창에 어떤 질문을 입력하느냐가 우리의 삶을 다른 모습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알고자 한다면 다른 곳에서 어렵게 찾지 말고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그런 질문을 던지기에 좋은 시절이다.

6개월이 넘도록 코로나가 이어지고 있고, 50일이 넘는 장마에 이어 불볕더위가 내리쬐고 있고, 이제 곧 태풍이 몰려올 것이다. 그래도 이 여름에 책 한권 읽으며 사색에 빠져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인생에 관한 재미있는 비유가 있다. 어떤 사람이 광야에서 사나운 코끼리에게 쫓겨 달아나다가 한 우물을 발견했다. 우물 옆에는 큰 나무가 있고 우물 속으로 뿌리가 나 있다. 그는 곧 나무뿌리를 타고 내려가 우물 안에 몸을 숨기려고 했다. 하지만 우물 바닥 사방에 독사 네 마리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깜짝 놀라 다시 위로 올라가려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흰쥐와 검은쥐가 나무뿌리를 번갈아 갉아댄다. 어느새 코끼리도 그를 떨어뜨리려고 쾅쾅 발을 구른다. 그런데 입술 위로 뭔가 달콤한 것이 떨어져 핥으니 벌꿀이다. 나무에는 벌통이 달려 있어서 몇 방울씩 떨어지고 있다. 순간 그는 꿀의 단맛에 취해 자신이 처한 위험을 잊는다. 벌떼가 내려와 쏘아대지만 그는 벌에 쏘이면서도 꿀을 받아먹는 데 열중한다.

찌는 듯한 여름날에 시원한 곳에서 읽어 내리는 한 권의 책이 꿀같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선선한 바람이라도 불어주는 가을이라면 더 말해 무엇할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책 한권을 냈다. ‘말과 칼’.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시절, 유럽의 마키아벨리와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힌트를 줄 전환기의 두 인물, 마키아벨리와 노부나가를 소재로 '지금, 여기'를 해석하는 프리즘을 제공하고자 한 책이다.

서양과 동양, 하나의 질문에 대한 두 개의 대답, 말과 칼. 무엇으로 나의 삶을 열어갈 것인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말과 오다 노부나가의 칼이라는 두 가지 상징을 통해 인류 역사가 중세의 굴레에서 벗어나 근세로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가를 살펴보고, 이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비추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한당의 상징으로 남겨진 남겨진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오다 노부나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평화였다.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 대전쟁의 포화 속에서 강력한 리더십의 등장을 통한 평화를 꿈꿨고, 노부나가는 100년 전국시대의 폭음 속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스스로 평화를 가져오고자 했다.

 

이번에도 우리는 길을 찾아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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