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추석
코로나 추석
  • 박상철
  • 승인 2020.09.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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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예로부터 추석은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움과 넉넉함의 상징이다. 오랜만에 일손을 놓고 가족과 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재미있는 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따뜻한 마음과 인정을 나누는 때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셋째주 화제가 됐던 플래카드가 있다. 충남 청양군 한 거리에 붙은 ‘불효자는 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다. 노래 ‘불효자는 웁니다’를 패러디한 건데 고향 오는 자식은 불효자란 뜻이니, 이번 명절은 고향의 부모님을 뵙지 않는 게 효도하는 길이라는 의미라는 얘기다.

이 플래카드는 딱딱한 궁서체가 아닌 익살스러운 표현의 연휴 기간 고향 방문 자제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지만 마음 한편 씁쓸하다. 이렇듯 올해 추석은 정부가 닷새간의 추석 연휴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최대 고비로 보고 국민들에게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면서 효자의 기준도 바뀐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는 대한민국 최대 명절 풍경을 바꾸고 있다. 추석 연휴 열차 승차권도 창측 좌석만 팔아 지난해 절반으로 줄었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이번 추석에는 없다. 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실내 매장 취식이 금지되고 포장만 가능하다.

올해는 국민 2명 중 1명은 올 추석에 귀향을 포기하고 ‘집콕’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가정이 늘면서 벌초 풍경도 달라졌다. 산림조합 중앙회 충북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도내 10곳의 회원조합의 벌초 대행 서비스 예약은 2900여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4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성묘도 등장했다. 온라인 성묘는 각 지지체별 차이는 있지만 보건복지부 e하늘 정보시스템에 신청하면 9월21일부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이버 추모관에서는 차례상을 차리고 추모의 글을 올리거나 가족과 친지들이 SNS로 공유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는 법을 움직이기도 했다.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농·축·수산물에 한해 청탁금지법상 선물 상한액을 올 추석에 한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였다. 이밖에도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이 담긴 위생용품 선물세트, '언택트 선물하기' 등 흔치 않은 선물도 눈에 뛴다.

인기 추석 선물도 과일이나 생활용품에서 건강·위생용품으로 옮겨간 양상이다. 마스크와 체온계, 손소독제 등으로 구성된 선물세트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또, 샤워기 필터나 공기 청정기 등도 받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한 새로운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2020년 코로나 추석.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거리 두기를 하지 않아도 정겨웠던 추석은 이제 그리운 풍경이 돼 버렸다. 올해 추석은 만남이 주는 즐거움은 잠시 묻어두고 멀리서 마음을 전하는 건 어떨까? 내년에는 가족, 친지와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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