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우주개구리!"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우주개구리!"
  • 이민우 기자
  • 승인 2020.10.28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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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로 122번길, 벽화 조성한 지역청년
청년작가 문화·예술기획 기업, ㈜프로깅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삭막했던 한 담장에 복고풍 감성이 담겼다 / 사진 = 이민우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삭막했던 한 담장에 복고풍 감성이 담겼다 / 사진 = 이민우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삭막했던 한 담장에 복고풍 감성이 담겨있다. 이 담장에 그려진 그림은 영국 출신 거리예술가 뱅크시(Banksy)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대성로122번길과 조화를 이루며, 주민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태양광 조명이 설치되며 야간 보행자들의 불안감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벽화 조성사업은 지역 청년예술가들이 충북도에 제안해 그려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 지역 청년들이 모인 문화예술기획단체 '우주개구리'는 주민들의 제보를 받아, 도에 벽화 조성사업을 제안, 조성했다. 이들은 지역의 청년예술가들이 성장하고 창작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행정, 기획 측면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활동해나가고 있다. 재능 있는 예술가를 발굴해 일상과 연결을 도모하는 기업 ㈜프로깅의 이다현 대표를 만났다.

이다현 ㈜프로깅 대표
이다현 ㈜프로깅 대표

설 자리 잃는 지역 청년예술인
"우리나라는 각종 문화예술 기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젊은 예술가들이 성장하고 창작할 기회를 없애고 있는 사회의 모순적인 면을 타파하고자 합니다"

여러 대학에서 순수학문이 사라지고 있다. 교육부가 취업률과 경제논리 잣대를 들이밀며 대학을 줄 세우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순수미술과가 남아있는 청주 지역 대학도 한 곳뿐이며, 이마저도 명목상으로 겨우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서울 달동네와 예술가촌에는 다양한 공간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제가 아는 곳은 3곳밖에 없습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청년작가들이 있지만, 그들의 활동여건은 녹록지 않다. 전시할 공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며,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받으려 해도 요구자격(지역 內 3년 이상 활동 등)이 까다롭다. 청년작가들이 우리 지역에서 계속 빠져나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외부작가를 유입시키는 것은 더욱이 힘들다. 그는 "이 지역에서 학교를 나와 활동하는 우리도 힘든데, 다른 지역 청년작가들이 여기에 온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거죠"라고 했다.

우주개구리가 진행한 '2019동네는 미술관' / 사진 = 우주개구리
우주개구리가 진행한 '2019동네는 미술관' / 사진 = 우주개구리

청년예술가 활동 무대 만드는 프로깅
청년작가 개인이 전시회를 여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전시 기획, 공간 대여, 홍보 등을 작품활동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 (주)프로깅은 청주의 젊은 작가들을 위한 전시를 함께 기획한다. 또 ROOM122라는 대안공간을 마련해 작가들의 전시공간을 지원한다. 이 대표는 "초기 프로깅은 동아리 형태였습니다. 지역 청년예술가들이 열정으로 똘똘 뭉쳐 활동했었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너무 즐거웠어요. 하지만 서로의 사비를 들여 활동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했죠. 지속가능성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기업을 만들었습니다"고 밝혔다.

당장이라도 사라질 위기에 놓인 청주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청주에도 많은 예술가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이들이 가진 목표다.

벽화를 조성하고 있는 우주개구리 / 사진 = 우주개구리 인스타그램
벽화를 조성하고 있는 우주개구리 / 사진 = 우주개구리 인스타그램

(주)프로깅, 일상에 예술을 더하다
프로깅은 '벽화'를 통해 주민들의 일상에 실용문화, 예술을 녹여냈다. 도시재생 전시를 통해 주민들에게 예술을 보다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이 대표는 "대중이 원하는 것은 일상 속 문화 향유이거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고 전했다. 프로깅은 청주지역 청년작가(이지원 작가·함화영 작가)의 예술작품을 포스터 형태로 제작하여 나만의 공간을 전시장을 만들 수 있는 ‘ART OF THE ROOM’ 펀딩을 텀블벅(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진행하고 있다. 

우주개구리, "'Art of the Room'은 평범한 나의 방을 전시장으로 만들어 줍니다"
‘ART OF THE ROOM’의 제품으로 채워진 방 / 사진 = 우주개구리

청년예술가 "우주까지 뛰어오르자"

이 대표는 "지역에서 작업 활동을 계속하며 우물 안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주개구리'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청년예술가들이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물 밖을 나가, 우주까지 뛰어오르자는 의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청년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더 좋은 여건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 청주시에 남아 활동하고자 하는 청년작가들이 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이 지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예술인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의 노력과 외침에 지역사회와 지자체는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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