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일인의 삶...알려고 하지 않은 죄.
어느 독일인의 삶...알려고 하지 않은 죄.
  • 임해성 대표
  • 승인 2021.01.27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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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 당시의 나치독일과 관련된 책 가운데, ‘어느 독일인의 삶이라는 책이 있다. 나치 괴벨스의 비서로 2017106세의 나이로 사망한 한 여인의 얼굴이 표지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책이다. 나는 그녀의 깊은 주름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우리가 현재 백여섯 살의 브룬힐데 폼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녀의 노골적인 비겁함과 비정치적인 태도 속에서 현재에도 오래전부터 다시 번성하기 시작한 무언가를 뚜렷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광범하게 퍼져 있는 정치적 무관심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풀이하자면 난민들의 운명,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타오르는 증오, 그리고 민주주의와 유럽의 통합에 강력한 투쟁을 예고한 우익 포퓰리즘의 새로운 비상에 대한 정치적 태만과 무감각이다."

2006년 한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우리는 악의 평범성에 놀란 기억이 있다. 19421월 베를린 근교에서 나치 고위관리들이 모여 유대인 문제의 마지막 해결책에 필요한 계획과 병참업무 준비에 관한 회의를 열었는데, 아이히만은 이 문제의 책임을 맡음으로써 사실상 대량학살을 뜻하는 이 마지막 해결책의 집행자가 되었다. “법정에 선 아이히만은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공무원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018년 우리는 브룬힐데 폼젤이라는 한 여성을 통해 다시 한 번 아이히만, 우리 안의 악의 평범성과 재회하게 된다.

그녀 자신은 나치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원히 풀릴 것 같지 않던 책임에 대한 문제만큼은 스스로 답을 일찍 찾았어요. 그래요, 난 책임이 없어요. 어떤 책임도 없어요. 대체 뭣에 책임을 져야 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러니 져야 할 책임도 없죠. 혹시 나치가 결국 정권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독일 민족 전체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래요, 그건 우리 모두가 그랬어요. 나도 물론이고요."

이런 무관심 덕분에 역사가 반복되었다. 이 번에는 그 장소가 놀랍게도 민주주의의 심장과도 같은 미국이라는 것이 달랐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기어코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아메리칸드림의 몰락, 특히 미국 백인 중산층의 몰락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로 무슬림과 라티노를 비롯한 다른 소수 민족들, 그리고 워싱턴의 기득권층을 지목했다.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급부상한 세력은 바로 대안 우파Alt-right이다. 대안 우파는 다문화주의와 불법 이민자에 반대하고, 백인 우월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우익 포퓰리즘,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초극우적인 운동 세력인데, 이 운동의 간판격인 리처드 스펜서는 트럼프의 선거 승리 직후 다음과 같은 말로 승리를 축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모두 1933년 때처럼 파티를 벌입시다!1933년은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해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그 무관심을 정당화하는 '정치혐오'는 끝내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

미국에서의 혼란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들이 좀 더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함으로써 'Fragile'한 민주주의를 지키고 나아가 'Antifragile'하게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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