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 이제 미호강이랑 불러다오
미호천, 이제 미호강이랑 불러다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1.01.27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귀현 운초문화재단 이사장 “원래 동진강, 재평가해야”
신증동국여지승람 첫 기록…일제강점기 전엔 언제나 ‘강’

 

청주의 서단(西端)인 오송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100만 도시로 도약하는 청주시의 중심을 서쪽으로 이동시켰다.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청주의 축도 무심천에서 미호천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즈음에 미호천의 명칭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그 중심에 운초문화재단이 있다.

류귀현 운초문화재단 이사장

2016년 류귀현 초대 이사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운초문화재단은 묵묵히 지역 문화예술계를 지원해왔다. 주로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에 초첨을 맞췄던 운초문화재단이 지난해 창립 5주년 기념사업으로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했다. 바로 '미호천 명칭복원'이다.

지난해 11월 토론회를 시작으로 12월에는 미호천의 발원지인 음성군 삼성면 망이산에서 산신제를 지냈다. 명칭복원에 대한 논의는 천()을 강()으로 바꾸자는 것으로 모아진다. 미호천의 옛이름이 '동진강'이고 일제강점기 전까지 미호천은 한순간도 강으로 불리지 않은 적이 없다.

규모 또한 여느 강 못지 않게 크다. 길이 89.2, 유역면적은 1861의 미호천은 우리나라 6대 하천 중 하나이며, 금강의 가장 큰 지류하천이다.

 

일제, 지명 통일 일환 으로 격하

현재의 행정구역체제에서 미호천은 관심 밖이었지만 농경사회에서 미호천은 위상은 지금과 달랐다. 미호천 일대는 비옥한 충적지와 평야지대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소로리볍씨만 보더라도 이 지역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인류의 터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료를 통해 본 미호천의 옛이름은 동진강(東津江)이다. 1500년대 기록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미호천을 '동진'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것이 미호천을 언급한 최초의 기록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동진은현의 동쪽 5리에 있다. 그 근원이 셋인데, 하나는 진천현 두타산에서 나오고, 하나는 청주 赤峴에서 나오며, 하나는 全義縣에서 나온다. 남쪽으로 흘러 공주의 금강으로 들어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후로도 조선 중기 기록인 '여지도서'와 후기 기록인 '대동여지도'에도 동진 또는 동진강으로 표기하고 있다. 물론 미호천의 긴 줄기를 모두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진 않았다. 상류부터 하류까지 각각 부르는 명칭이 달랐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에 들어서 하천 지명을 통일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 후로 미호천으로 불렸다.

지난해 관련 토론회에서 강민석 충북대박물관 선임연구원은 "미호천에 대한 통일된 지명은 1910년대에 와서야 비로소 정착했다""이것은 조선총독부의 식민지 정책으로부터 비롯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지도에는 미호천이 동진강으로 표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왼쪽부터 대동여지도, 1872년 제작된 연기현 지도

어지간한 강보다 큰 미호천

류귀현 이사장은 "전국 어디에도 이렇게 큰 물길을 천()으로 부르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천이 아닌 강이라 불러야 하는 근거다.

하천의 규모를 이야기할 때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유역면적과 길이다. 금강은 유역면적 9912, 길이 397. 미호천은 앞서 설명한대로 유역면적은 1861, 길이 89.2. 분명 금강보다는 작다. 하지만 강으로 불리는 동진강과 태화강 등과 비교하면 강이라 불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해진다. 동진강의 길이는 51, 유역면적 1124로 미호천보다 작다. 태화강은 길이 46, 유역면적 643로 미호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용승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미호천은 남강, 금호강, 만경강, 태화강, 청천강 등 10개 강보다 강폭이 크고 물이 많다"고 설명하며 "행정구역 명칭상 미호천 안쪽을 '강내면', 바깥쪽을 '강외면'이라고 부르면서 왜 '미호강'이라고 하지 않는지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청주시민 100만 시대에 미호천 명칭의 복원이 중요한 이유는 강이 되었을때 사회적 역할과 효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류귀현 이사장은 충북과 청주의 입장에선 특히 의미가 크다고 본다. 앞으로 관광활성화를 위해선 미호천의 물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수상 레저나 기반시설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천()이 아닌 강()의 이미지를 가져야 모든 것에서 격을 높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