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치유하려면 전적으로 인정해야
‘외도’…치유하려면 전적으로 인정해야
  • 장현정 열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17.09.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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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정 열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우리집 주치의

20년 이상을 다르게 살아온 남녀가 만났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 문제, 육아 문제, 시댁, 처가댁 문제 등 부부가 함께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많다. 마음을 모아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부부사이가 더 친밀해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갈등으로 빠지기도 한다. 

 살면서 겪는 부부의 위기 중 '외도'는 단연 최악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배우자의 외도 문제로, 우울, 불안, 불면, 심지어 죽고 싶다는 마음 등 극심한 마음의 고통으로 내원한 환자를 흔히 본다. 외도를 한 당사자도, 그 배우자도 결혼 생활은 지옥으로 변한다. 끝나지 않을 이 고통 속에서 벗어 날수 없을까?

 부부치료는 부부가 살면서 겪는 위기 중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에 전문가적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외도 문제를 가진 부부에 대한 치료는 부부치료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 한 것도 아니다.

 부부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외도 당사자와 배우자 모두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부 생활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둘 중 한명이라도 이미 이혼을 마음 먹었다면, 부부생활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부부치료는 불가능하다.

 외도 당사자는 외도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배우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한편, 그 책임을 배우자에게 미루는 마음도 있다. 또한 단순한 만남이라며 외도 사실을 축소하기도 하고 배우자의 의심에 대해 과도하다며 비난을 하기도 한다. 치료가 시작되려면 외도 당사자는 전적으로 과오를 인정하여야 한다. 말로는 티격태격 다툴 수 있지만 폭력을 쓰면 폭력 자체가 잘못 이듯 외도 자체가 나쁜 것이다. 더 나가 외도로 인해 배우자가 겪는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이해를 하여야 한다.

 쉽지 않지만, 배우자는 외도 당사자의 노력을 받아 드릴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된다. 웃고 있다가도 불현 듯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배신감을 전문가의 도움으로 조금씩 내려놓는다.

 신뢰라는 재료로 만들어진 도자기는 한번 깨지면 원래대로 붙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으로 각각의 파편 조각을 잘 다듬고 모아 붙이면 다시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장현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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