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혁신 선택한 대중교통
젊은 혁신 선택한 대중교통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1.06.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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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운송업계, 21년 만에 수장 교체…젊은 리더 손 들어줘 
오흥교 이사장, 시내-시외버스 2개사 운영…통합 리더십 기대
오흥교 충북버스운송조합 이사장.
오흥교 충북버스운송조합 이사장.

 

대중교통 선진화에 앞장 서겠다

대중교통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국내 코로나19는 지난해 2월 신천지대구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1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이후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학생들은 등교하지 못하게 됐고, 기업들도 직원 상당수를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정부가 지역 간 이동 제한까지 강력히 권고하면서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업계가 추산한 지난해 적자 규모는 수백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위축된 수요는 당분간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나마 청주지역 시내버스는 준공영제 실시로 한시름 덜어 놓을 수 있게 된 게 위안이다.

‘시민 만족-수익 경영’ 두 마리 토끼
대중교통이 큰 타격을 입은 이유는 수요의 감소에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청주 시내버스의 경우 한때 운행 횟수를 40%까지 줄였지만,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감회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대중교통은 업계의 이해득실만 따질 수 없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선 업계는 젊은 리더를 선택했다. 지난 3월 치러진 충북버스운송조합 선거에서 21년 장기집권하고 있는 윤태한(청신운수 대표) 이사장을 제치고 오흥교(54·청주교통·코리아와이드대성 대표) 후보가 15대 이사장에 선출됐다. 

오 신임 이사장은 총 22명 중 16명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결과에 대해 오 이사장은 “변화를 요구하는 조합원사의 열망”이라고 분석했다. 40년 역사의 충북버스운송조합이지만 지난 14대까지 이사장은 단 3명 뿐이었다. 호시절에는 조합의 역할이 크지 않았고, 그만큼 역동적인 조직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중교통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자동차 등록대수가 전체 가구 수를 추월했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청주지역 자동차 등록 대수는 가구당 1.15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택시 이용객까지 늘면서 시내버스가 설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또한 이런 연유에서 탄생한 것이다.

서민들의 장거리 운송을 책임지던 시외버스 사정도 다르지 않다. KTX 등 더 빠르고, 더 편리한 교통수단이 등장하면서 이용자가 감소하고 있다.

시민들이 다시 찾는 대중교통으로
오 이사장은 역설적으로 '대중교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의 정체성이 공공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필요로 한다는 게 오 이사장의 분석이다. 그는 “세상이 변했다. 이제 단순한 이동 목적이 아닌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편리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민들은 다시 대중교통을 찾게 되고, 업계도 상생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 이사장은 이번 선거에서 ‘회원간 소통 강화’ ‘버스조합-공제조합 조직문화 쇄신’ ‘청주시내버스 준공영제 상생적 제도화’ ‘중대재해처벌법 부당 입법조항 삭제’ 등을 공약했다. 그는 여러 공약 가운데서도 ‘회원간 소통 강화’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오 이사장이 많은 조합원사의 지지를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오 이사장은 “우리 회사는 70년간 운수업을 해왔다. 지난해는 그 세월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해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지난해 입은 타격을 해소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자체 재정지원 요구가 있었고, 일부 반영됐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시내버스업계는 시내버스업계대로 시외버스업계는 시외버스업계대로 서운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 이사장은 청주시내버스 업체인 청주교통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외버스업체인 코리아와이드대성도 운영하고 있다. 충북버스운송조합 40년 역사에 시내·시외버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대표가 이사장에 선출된 건 처음있는 일이다. 한 시외버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지원이 타 시도에 비해 적다. 영동·옥천·보은 등 승객이 없는 비수익 노선에 대한 지원도 타 시도 보다 적다”며 “공공재라고 인식하면서도 지원에는 인색한 것이 우리 지역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시외버스업계는 오 이사장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시외버스업계를 대변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 이사장은 “시외버스업계의 고충은 물론, 청주시내버스 준공영제도 서둘러 시작하다 보니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 또한 군단위 지역의 대중교통 문제점 등 업계 전체의 목소리를 취합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공급업체에서 운수업체 대주주로
50대 젊은 사업가는 어떤 계기로 운수업계에 뛰어들었을까. 

오 이사장의 전직은 연 매출 100억원대 타이어공급업체 대표였다. 청주교통에 타이어를 납품한 것이 운수업계와 첫 인연이다. 

오 이사장은 “예전에는 버스 하나 사서 회사에 넣고 그 수익금으로 가계를 꾸려나가는 분들이 많았다. 수익이 예전 같지 않으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경영자가 온전히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 그렇게 한 대 두 대 인수하다 보니 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에는 전국 30여개 노선을 운행하는 시외버스업체 코리아와이드대성의 대표로 취임했다.

오 이사장은 취임 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내 시군을 방문해 대중교통의 선진화를 캠페인하고, 조합원사의 의견을 취합하느라 밤낮없이 뛰고 있다. 공공재인 대중교통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소통이 최우선이라는 게 오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중책을 맡다 보니 어깨가 무겁다. 여러 고민을 해봤지만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택한 것이 무작정 뛰는 것”이라며 “소외됐던 농어촌지역을 돌며 대중교통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오 이사장은 업계가 할 수 있는 일도 찾고 있다. 그는 “충북버스운송조합원사에 소속된 승무원만 3000명이다. 안으로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회사를 이끄는 게 일이고, 밖으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이용해 대시민봉사 등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오 이사장의 개혁이 지역 대중교통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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