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 많은 분뇨, 다 어디로 갔을까
[기고] 그 많은 분뇨, 다 어디로 갔을까
  • 추학1리 유민채 이장
  • 승인 2021.06.2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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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읍면별 가축사육 현황(청주시 주요가축 사육농가수 및 두수 : 2093호, 324만1129마리), 2021년 6월 21일 이력제 기준 / 자료=청주시 축산과
청주시 읍면별 가축사육 현황(청주시 주요가축 사육농가수 및 두수 : 2093호, 324만1129마리), 2021년 6월 21일 이력제 기준 / 자료=청주시 축산과

85만9600두! 이 수치를 생각해 보라. 북이면에서 길러지는 가축 수다. 청주시 인구에 맞먹는 가축이 북이면에서 길러진다. 이 중에서 소가 약 2만2000마리다. 북이면 인구가 4500명 정도라 치면 인구 대비 5배 이상 소가 사육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가축 사육 비율로 따져본다면 청주시 50%에 해당하며, 청원구 30% 이상을 북이면이 차지한다. 마을 어귀, 입구, 끝, 또는 논•밭 어디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축사다. 엎친 데 덮친다고 했던가, 소각장 밀집에 이어 축사도 과밀지역이다.

특히, ‘축사일부제한구역'인 북이면 중 화죽 및 화하리 일대는 산업단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끝없이 축사가 지어지고 있다. 이곳은 북이면에서 가장 너른 평야지대로 효율적인 벼농사를 위해 울퉁불퉁하고 삐뚤빼뚤했던 농지를 많은 예산을 들여 반듯반듯하게 경지 정리를 해 놓았다. 하지만 정작 수많은 축사가 들어오면서 이곳 저곳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먼저, 한 곳에 규모나 간격 제한 없이 너무 많은 축사가 몰려 가축이 밀집돼 사육되는 것은 구제역 등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가 예산을 들여 경지정리를 해 놓은 곳에 어떤 기준과 제한 없이 축사허가를 내 주는 게 문제다. 이로 인해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기존 벼 농가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땅값이 두 배 세 배로 뛰면서 부동산업자들 배만 불리고 있다. 일부 부동산업자들은 아예 농지를 사들여 축사를 지어 건축허가까지 내고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넘기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마을 토착민이나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 와서 축사를 운영하니 주민들 간 민원이 발생했을 때 갈등이 커진다. 축산 예산도 축사설비예산에 거의 집중돼 있어 축산인 1명이 1000~2000 두의 소를 사육하는 게 가능해졌다.

끝으로, 대형축사가 생기면서 끝없이 소 사육두수를 제한 없이 늘려가기 때문에 소로부터 나오는 분뇨처리가 큰 골칫거리다. 현재 지역 논·밭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가까운 하천은 축사분뇨로 인해 까맣게 오염돼 가고 있다. 행정기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청주시의회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지난 6월 초 북이면사무소에서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더 이상 축사를 늘려서는 안 되고 제한 시켜야 한다는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서 들은 초등학생을 둔 어느 학부모 말이 귓가에서 맴돌며 지워지지 않는다. “아빠, 아침마다 변소에서 자다 일어나는 것 같아”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며 던진 말이라고 한다.

귀촌한 지 16년째라는 주민은 한 번도 제대로 김장을 담가보지 못했고, 지인들을 초대해 야외에서 고기를 굽지도 못한다고 호소한다. 바글거리며 몰려드는 파리 떼와 냄새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2만2000마리 소가 하루 1kg의 분뇨를 싼다고 했을 때 하루 2만2000kg, 즉 2200t 분뇨가 쏟아진다. 이는 매일 1t 차량 2200대 분량 분뇨가 쏟아지는 것이다. 한 대당 20m씩만 따져도 1톤 트럭 2200대가 44km 이상 줄지어 서 있는 수준이다.

2021년 6월22일 청주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상임위에서는 축사에 관한 조례 개정이 있었다. 상임위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축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조례개정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전달하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청주시의회는 2018년 8월 24일 변종오 의원 대표 발의로 10명 시의원들이 <청주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축사관련 개정안은 가축사육 전부제한구역 중 도시지역 내 녹지지역의 기존 축산농가가 마을 밖으로 140%까지 늘려 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이전 가능 축종에 젖소도 추가했다. 이 조례는 2024년 말까지 특례로 지정됐다.

이번 축사개정조례는 박정희 의원이 발의했다. 2018년 변종오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이 특별조례를 더 완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의원이 내놓은 <축사 개정안>은 주거지와 200m 이내에 있는 축사가 이전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전부제한구역 내 200m 이상 3km 반경 안으로 140%까지 늘려 이전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례를 들고 나온 이면을 보면 축산업자들 편에 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일부제한구역 안에도 허가 조건을 지켜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제한 구역은 땅값이 매우 비쌀 뿐 아니라 찾기가 수월하지 않다고 한다. 이것을 내세워 일부제한구역에 땅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전부제한구역 내로 들어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조례를 개정하려는 것은 축산인들 편에 서서 땅이 없다는 명분으로 싼 땅으로 들어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둑이 뚫리면 처음에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뚫리면 걷잡을 수 없다.

기존 조례를 한시적으로 2024년 말까지 풀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더 풀자는 것은 기존 주민들의 피해를 더 가중시킬 게 뻔하다. 축산인들 중에서도 이 개정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2018년 특례로 지정된 법은 그대로 두는 게 맞다.

이제는 조례를 개정해 축사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노후 축사를 현대화 시켜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운영하도록 분뇨 및 방역관리와 기존 주민 정주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제는 축사 밀집과 제한 없이 늘어나는 육우 및 한우 수량을 제한 할 필요가 있다. 즉, 축사 총량제와 축종 제한을 둬 1인이 사육하고 관리할 수 있는 축종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

또한, 대단지로 밀집 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 대단위 단지의 경우 기준을 정해 총량 제한을 두고 축사와 축사 간 일정 거리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구제역 등 가축 질병이 발생했을 때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늘리는 것보다는 깨끗하고 쾌적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최신 설비로 바꿔야 한다. 설비 현대화로 심각한 파리 및 악취 문제를 해결해 쾌적하게 관리 돼야 한다. 나이가, 축사를 관리 감독 할 수 있는 민간 팀을 운영해 분뇨관리와 방역 등 제대로 된 축사관리 매뉴얼과 지침을 갖춰 관리 감독해야 한다.

아울러 축사 바닥 관리 강화를 의무화해야 한다. 두수 대비 톱밥 사용량과 축사 바닥 수분, 그리고 분뇨 퇴적량에 대한 법적기준량을 만들고 지켜지지 않을 시 강력한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부숙도가 중요하다. 부숙도란, 퇴비 완전발효여부인데 완전하게 발효되어야지만 비료와 퇴비 역할을 할 수 있다. 부숙이 덜 된 퇴비는 악취와 해충, 암모니아 가스가 발생하며 농작물 생장에도 피해를 준다. 퇴비 부숙도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사용 농지 지번을 등재하고 부숙도 적합여부도 조사해야 한다. 이 역시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이번 청주시의회 축산조례개정은 문제가 많다. 특례조례가 이미 있는데 더 완화시키려는 것은 주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처사다. 한참 논·밭에서 일해야 할 농민들이 시의회까지 가서 입장문을 전달하고 피켓시위까지 벌였는데도 본회의 상정을 해 조례개정을 통과시킨다면 시민 의견과 거꾸로 가는 시의회다. 대의기구인 시의회로서의 존재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현재 규모만으로도 축사는 이미 과포화상태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조례를 바꿔 축사와 축두수를 늘리는 것은 뒤떨어지는 의정이다. 주민들은 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파리 피해가 심각하다. 축사의 바닥을 관리하고 쾌적하게 유지하고 정기적인 방역을 실시해 파리로부터 피해 받는 환경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게 더 바람직 할 것이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해충과 악취를 다 견뎌내고 살라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개념과도 맞지 않는다. 아름다운 농촌공동체를 지켜나가는 일은 일부만의 편에 선 것이 아닌 원만한 합의로 민주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소수라 하더라도 소외되지 말아야 한다. 소수의 권리도 다수의 권리와 똑같이 평등하게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청주시의회는 그나마 꺼져가는 농촌공동체를 지키고 있는 농민들의 쾌적하게 살 권리를 지켜라. 축두수를 늘리는 게 아닌 어떻게 쾌적한 축사환경을 만들지를 고민하고 해충과 악취로 고통 받는 주민들 정주환경을 어떻게 지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외부 기고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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